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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즐 Dec 21. 2021

마음이 부자인 사람

  '부자'의 정의는 무엇일까?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사전적 정의로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이라고 나온다. 요즘 주식 관련 강의로 많이 뜬 존 리 투자자의 말에 따르면, 부자란 '돈으로부터 독립한 사람'이라고 일컬은 바 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자본주의 현대 사회에서 '부자'인 사람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남들이 우러러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월스트리트에서 돈으로 장난질 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자녀 및 부모를 부양해야하는 노동자나, 용돈을 받아 빠듯하게 살고 있는 대학생이나 모두 돈, 실적, 성과급 등 돈에 독립되지 못하고 울고 웃기 마련이다.


  반면, 최근에 우연히 기회가 닿아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마음이 부자인 사람들'을 만났다. 부자가 돈으로부터의 독립 여부를 따진다면, '마음이 부자'인 것은 마음이 정서적으로 넉넉하여 사회의 풍파로부터 흔들림 없는 것이라 생각된다.


  시민단체에서 일하시던 직원 분들은, 비록 월급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아보였으나, 마음이 부자이셨다. 비록 종종 '사주팔자 보면 재물운이 있다던데 왜 재물이 안들어오지?'라는 말씀들을 나누며 돈으로부터 독립되지 못한 삶을 사시는 것으로 보이지만, 직원 분들께서는 가족들-친척들-직원들-단체 회원들과의 교류 속에서 정서적으로 풍족하시고,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셨다. 특히 한 직원 분께서는 가족 내 사랑이 남다르셨다. 자식을 보며 '밥 안먹어도 배부르다'라는 격언이 건너서만 보아도 간접적으로 느껴졌고, 자녀와 배우자에의 사랑이 담백히 느껴졌다. 마치 직원 분이나 배우자 분이 돈을 현재보다 많이 번다고 한들, 그것은 가정 내 중요한 요소라기보다 '가정 내 유휴 자본금의 증가'라는 부차적인 요소일 뿐이고, '관계' 및 '사랑'이 훨씬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직원분들을 보며 나는 다소 놀랐다. 통계적으로나 사회심리적으로나 양극화가 진행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 그런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부, 권력, 명예로 가르는 것처럼 느껴졌고, 나 또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혹은 충만한 삶을 위해 부, 권력, 명예라는 재화를 어느 정도 갖는 사회적 위치를 무의식적으로 갖고 싶어했음을 의식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놀라운 점은, 이 재화들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충만함' 또한 상대적인 것이고, 의식적으로 채우면 채울수록 비교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경험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또한 재화를 많이 차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는 것이다. 돈을 버는 것도 결국 행복하기 위함인데, 이를 또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시민단체 직원 분들을 보며, 재화도 재화이지만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 우선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 관계, 친구 관계, 연인 관계, 이웃 관계에서 관계 및 사랑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고, 재화는 부차적인 것임을 인지하는 삶.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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