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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즐 Aug 28. 2022

아이폰과 갤럭시가 상징하는 것

미적인 것 vs 가성비

  어느 평일, 늘 그렇듯 회사에서의 평범한 점심시간이었다. 팀원 분들과 다같이 사무실 책상에서 두런두런 모여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보니까 모두들 아이폰을 쓰고 있었다. 오잉... 다들 아이폰 쓰는 지 여쭤보니까 나 빼고 모두 아이폰이었다. 다소 놀랬다.


  다들 왜 아이폰을 쓰는 지 여쭈니, 다같이 이구동성으로 "예뻐서"라고 말했다. 답변은 아주 짧고 간결했다. 아니 왜 다들 미국 제품을 쓰시는 건지 원.. 게다가 애플 제품들은 노동 착취로 유명하지 않은가? (*애플 제품 생산하는 대만 기업 폭스콘은 노동 탄압으로 유명하다) 나는 "뭐야~ 저만 쌤~쑹~ 제품 쓰네요~"라고 말하니 다들 웃음꽃을 피우셨다. 갤럭시는 아이폰보다 예쁘지 않지만 이번에 갤럭시 플립이 예쁘게 나와서 갈아탈까 고민하다가 아직은 아이폰이라고 말씀해주신 분도 계셨다.


  나는 살면서 미적인 것을 별로 추구하지 않는 편이었다. 예쁜 것보다는 가성비를 추구하는 편이었다. 애초에 인간의 미적 감각이란 불완전한 것이라고 생각해왔었다. 중세 유럽 귀족들이 추구하던 미美는 현재와 다르다. 그때 당시에는 남성 귀족이 하이힐을 신고 가발을 쓰는 것을 멋으로 생각했다. 나는 미美라는 것은 가변적인 것이며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비록 미술관도 종종 가고 미학, 미술학 교양 수업도 들은 편이지만 생확 속 미美는 주관적이라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꾸미는 행동도 잘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서 다시 생각하고 있다. 회사를 다니니까 미적 감각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었다. 사무실에 계시는 팀원 분들은 예술가 직종이다. 작가 직군, 디자이너 직군의 분들이시다. 예술가 팀원 분들은 다들 사람들은 매료시키는 작품을 만드시는 편이다. 사람들은 이를 구매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심플하고, 트렌디하고, 감각있는 것들에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갑을 자연스럽게 열고 있었다...!) 또 생각해보면 요즘 MZ 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많은 사람들은 디자인을 고려하며 애플 제품, 명품 브랜드 제품 등을 구매하고 있었다.


  옛날에 나는 단순히 예쁘다는 이유로 명품과 애플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 한심하다고 느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소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팀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예쁘다'라는 미美는 고도의 지적인 행위라는 것을 깨달았다. 팀원 분들을 바라보며 내가 인문학, 사회과학을 좋아하는 만큼 미학, 디자인이라는 것도 사람을 매혹시키는 고도의 지적인 행위로 느껴지게 되었다.


  단, 단순히 예뻐서만은 안되었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그렇듯 미학, 디자인도 철학이 담겨 있어야 명품이 되었다. 노트르담 대성당, 가우디 건축, 미켈란젤로 작품들이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각광을 받아왔듯이, 세련됨 뿐만 아니라 작가의 깊은 의도가 들어가야 명품이 되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그동안 가성비가 좋은 갤럭시만을 써왔다. 나는 미적 감각을 잘 고려하지 않는 편이었고, 휴대폰이라는 존재는 1) 통화, 2) 문자, 3) SNS 및 게임 등 어플리케이션들, 4) 메모 기능만 있으면 되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었다.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잘 구현되어 있는 아이폰을 추구했다. 그리고 아이폰 선호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 가성비보다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이어폰들이 모두 고장나서 큰 마음 먹고 에어팟 프로를 구매했다. 이어폰이 무슨 얼어죽을 30만원 가량이나 된다. 하지만 많이들 구매한다. 요즘 카페에서 유선이어폰 쓰는 사람들이 더 적다. 하지만 구매하고 보니 애플의 예쁜 포장, 예쁜 케이스, 더 이상 거추장스러운 선이 없는 예쁜 무선 에어팟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에어팟을 상자에서 꺼내고, 에어팟과 포장케이스들을 살펴보며 '어떤 의도가 들어간 디자인일까' 탐구해보았다. 블랙 앤 화이트(검정과 하양), 심플(단순한 디자인), 노이즈캔슬링(소음 차단효과)가 주요 포인트였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통해 대우를 받는 느낌을 받도록 디자인 한 것 같았다. 30만원 정도의 가치일까 의문이긴 하지만 디자인이 좋았다. 그래도 너무 고가라서 무슨 가전기기를 귀에 꽂고 다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이폰과 갤럭시에 대해 고민하다가 나 또한 미적 감각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가성비를 따지기도 하지만 어느 부문에서는 디자인에 매료되어 미적 감각을 추구하기도 했다. 팀원 분들께서도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디자인을 창출하고 계신다. 예술가들이 너무나 존경스러워졌다. 결론은 게이인 애플 CEO 팀 쿡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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