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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즐 Sep 01. 2022

경쟁, 타인의 불행 위에 쌓는 행복

취업시장의 문턱에서

  6개월 동안 다녔던 회사를 그만 두었다. 내가 여기서 나만의 직무를 발전시키지 못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입사할 때는 좋지 않은 회사여도 1년 정도는 다녀야겠다 생각했지만, 막상 정 떨어지고 전문성 고민까지 드니까 서슴없이 6개월만 채우고 나갔다. 대표님이 워낙 일복이 많았고 직원들 중에 6개월만 채우고 나가는 사람이 많았기에 나 또한 용기있게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여유롭게 숨 좀 돌리면서 취업 사이트들을 들락날락 거리고 있다.


  내 주변 지인들은 공무원, 공기업, 좋은 기업들에 잘만 들어가고 있다. 전문직인 부모님께서는 자식이 계층 하락할 것 같은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지 전문직을 자주 권유하고 있다. 대학원은 장렬하게 탈락한 이후,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너무 많아서 하나만 파기가 어렵다는 생각에 유보하고 있는 상태였다. (젠더를 전공하고 브런치 작가 활동도 열심히 글을 써보고자 했는데 역시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같다) 한번밖에 못 사는 인생이라 그런지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은 극한의 경쟁을 뚫고 SKY 대학을 간 사람들을 우러러 본다. 사람들은 극한의 경쟁을 뚫고 고시, 전문직 시험, 공무원 시험, 공기업 시험을 뚫고 안정된 직장을 가진 사람들을 우러러 본다. 사람들은 청약 경쟁을 뚫고 내집마련에 성공한 사람들을 우러러 본다. 사람들은 극한의 경쟁과 벽들을 넘어 사업에 성공한 사람들을 우러러 본다.


  나는 이 '성공'과 '우러러 보는 행동'이 다소 거부감이 느껴지곤 했다. '비록 열심히 산 것은 인정받을 만한 일이지만, 누군가를 밟고 올라간 것이 과연 저렇게까지 축하받을 일일까...', '저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나는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래서 나는 살면서 경쟁보다는 재미를 추구했고, 경쟁이 있는 곳들에서 도망치곤 했다. 다른 글, '경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에서 말했던 것처럼 고등학생 때 모의고사 볼 때도 비교하고 싶지 않아 도망치곤 했고, 취업할 때도 그렇게 인기직종보다는 나의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는 곳들 위주로 지원하곤 했다.


  예전에 대학생 때 알바를 하던 곳에서 어떤 형을 만난 적이 있었다. 인사를 나누기 전에 나보다 동생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5살 많은 형이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SKY대 졸업한 사람인데 회계사 시험을 n년간 준비했고 계속 탈락한 후 알바하며 쉬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사연을 이야기하실 때 온몸으로 허탈감을 말하셨는데 나는 정말 마음이 아팠고 안타까웠다. 물론 다시 잘 재기해서 잘 되셨으리라 믿지만... 세상은 성공한 사람들만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여실히 드는 순간이었다. 이런 리스크를 안으면서도 시험 준비하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불가피하게 경쟁할 때마다 타인을 밟고 타인의 불행 위에 행복을 쌓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곤 했다. 취업 사이트를 볼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들 이래도 괜찮은 걸까? 물론 개인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회 구조가 너무 좋은 일자리는 한정적이고 양극화가 너무 진행되어 세상이 이상해진 것 같다. 모두가 성공을 바라보며 눈이 충혈된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물론 어느 정도의 경쟁은 불가피하고, 필요할 수도 있겠다만... 지금 이런 사회가 옳은 걸까? 경쟁률 50:1 100:1 이야기 들을 때마다 어우,, 나는 자꾸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나도 지금까지 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밟아왔다. 일단 상대평가 제도인 수능으로 서울의 한 대학에 입학할 때 많은 사람들의 불행 위에 행복을 쌓았다. 대학교에서 상대평가 제도로 학점을 따며 나름 좋은 성적으로 졸업할 때도 많은 사람들의 불행 위에 행복을 쌓았다. 그리고 최근에 어떤 연구소에 면접을 보고 최종합격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여기 경쟁률도 30:1이었다. 나는 29명의 불행 위에 행복을 쌓은 것이었다. 다른 글, '경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에서 말했던 것처럼 나는 프린터에 걸린 A4용지처럼 벗어나고 싶어도 경쟁에 얽혀있었다. 신물난다. 절에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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