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이 에미상 감독상•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기생충이 오스카 상을 수상한 뉴스가 어제같은데, 우리나라 작품들이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축하받는다는 사실에 대단하다는 마음과 기쁜 감정이 든다.
그리고 씁쓸함, 슬픈 감정이 들었다.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스토리를 보면 모든 작중 인물들이 '돈'을 필요로 했던 사람들이다. 도박으로 빚 졌던 인물, 주식(선물) 투자에 실패에 거액의 빚을 졌던 인물, 탈북하고 돈이 필요했던 인물 등 다양한 사연으로 '돈'이 필요했던 인물들이 나온다. 그리고 인물글은 거액의 상금을 타기 위해 서로 죽인다. 오징어게임을 만든 부자들은 이런 인물들이 서로 죽이는 장면들을 보며 기뻐한다. 즐거워한다.
그리고 '돈'이 절박한 인물들의 스토리, 서로 죽이는 인물들을 재밌게 보는 부자들의 스토리는 히트를 쳤다. 시청자들은 재미있게•흥미롭게 보았다. 그리고 에미상 감독상•남우주연상을 탔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징어게임이 '돈'이 절박한 '사람들'을 스토리화하여 '가난을 상품화'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난을 드라마•영화로 상품화한 경우는 옛날부터 많았다. 하지만 옛날과 지금이 다른 점은, 지금이 더 양극화가 심해진 상태이다. 뉴스에 '영끌', '빚투' 얘기가 나오면 이제 귀가 아프다. 노력과 성실이 성공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세상, 계층사다리가 대부분 무너진 세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빚을 내서라도 아파트를 사고 주식 투자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이번에 한겨레에서는 청년의 빚 문제를 연재기사로 조명하기 시작했다. 빚진 가계가 널린 사회 속에서 '가난을 상품화'한 영화는 해외에서 상을 수상했다. 오징어게임이라는 영화로 가난, 빚투 등 문제제기는 아주 잠깐 이슈화 되고 개선되지 못한 채 지나가는 것 같다.
기생충 또한 오징어게임과 결이 비슷하다. 반지하, Banjiha라는 용어를 세계적으로 알린 영화 기생충. 개인적인 생각으로, 기생충은 한 부유한 가정에 달라붙어서 넉넉히 살기 위해 용을 쓰며 살아가려는 인물들의 처절한 생존 스토리로 보였다. 기생충 영화가 개봉되고, 오스카상을 수상한 이후... 한국 사회의 삶은 나아졌는가? 반지하 담론은 이번 8월 집중호우 이후에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필자는 건물 1층으로 등록된 사실상 반지하에 살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 때 Banjiha 문제제기, 서울시의 해결방안을 보며 정말 마음이 좋지 않았다. 서울시의 해결방안은 문제의 본질(불평등)을 외면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받고 나서도 기생충 속 문제제기는 나아진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오징어게임도, 기생충도 상을 받아서 축하할 일이지만 동시에 영화가 문제제기하는 씁쓸한 현실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정치인들은 권력 다툼에 눈이 멀어 공론장에는 어떤 이슈도 나타나지 못하고 있고, 사람들은 그저 현실을 살아가는 것 같다.
불평등, 부익부 빈익빈 이슈는 최소 30년 전부터 제기되어온 것 같다. 서울공화국이라는 말도 30년 전에도 제기되어온 것 같다. 한국은 이미 서울공화국이 되었고, 불평등도 다들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필자 또한 이런 것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었지만 결국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도 브런치라는 인터넷 공론장에 말은 던지고 싶었다. 오징어게임도 기생충도 수상해서 국격이 올라가고 한국 경제에 큰 기여를 했을지언정, 우리 사회는 바뀌긴 했는지. 오히려 역행하지 않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