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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즐 Mar 19. 2023

국가는 풍요로워졌다는데 왜 개인은 가난하게 느끼는 걸까

자본주의 더듬어보기

  대학교를 졸업한지 벌써 1년이 넘었다. 노동자가 된 이후로 경제양극화를 온몸으로 절실히 느끼고 있다. 너무나 높아져버린 자산가격 앞에서 대기업 노동자나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노동자들도 모두 스스로 '중산층'으로 느껴지는 현실도 모두 이해해버렸다. 더불어 민간영역에서 일해보니 전쟁터 그 자체였다. 치열한 영업 전쟁도 심했고, 자기 자신 및 회사의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과장도 서슴지 않게 일어나고 있었다.


  최근에 전두환 손자 전우원 씨가 화제에 오르고 있다. 그는 90억원에 이르는 유산 상속을 포기했다고 한다. 유명 회계법인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쉬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전두환 친인척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모조리 폭로했다. 그는 네티즌들과의 대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자본주의가
범죄입니다
빈부격차를 만드는 범죄


금융계가 범죄집단입니다
빈부격차는 죄악입니다
금융은 그것을 극대화시키는 악의 근원입니다


출처 : 전두환 손자 전우원 씨 인스타그램



  자본주의 사회를 향한 그의 통찰력에 놀랐다. 개인적으로 보통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비판은 사회학 교수님들로부터 많이 들어왔던 터였다. 그런데 유명 회계법인에서 일하던 금융권 종사자가 이런 말을 하다니 놀랄 따름이었다.


  그의 말은 아마 돈이 돈을 낳는 세상에 대한 비판인 것 같았다. 자본을 가진 사람들은 자본으로 사람을 고용하고,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투자로 돈을 굴린다. 그리고 자본이 더욱 커지면 커질수록 양극화는 심화된다. 자본이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사회 전체적으로 소비 수준과 자산 가격을 높이는 사이, 가만히 성실하게 노동을 하고 있는 임금노동자 계층은 성실히 살고 있지만 사회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뒤떨어진다. (+의료보험 비용도 감당이 안되어서 마약을 한다. 사회가 황폐화 된다.) 이것이 그가 봤던 자본주의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나 또한 그와 비슷하게 현재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들을 스스로 정리하고 있었다.


  사견이지만, 구조적으로 자본주의는 모든 사람들이 잘 살 수 없는 세상으로 보인다. 모두가 연봉이 1억이 기본인 세상이 되면 바로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김밥이 10만원이 되는 세상이 올 지도 모른다. 현 시스템이 잘 유지되려면 누군가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울 때 누군가는 경제적으로 가난해야한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들은 마케팅으로 꾸준히 성실히 소비자들에게 소비를 장려한다. SNS를 통해서든, TV 광고를 통해서든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야한다'라는 개념을 주입시킨다.


  최근에 회사에서 상사들과 대화하다가 결혼식 비용 이야기가 나왔다. 다들 혀를 내두르면서 '요즘에 1억짜리 결혼식을 하는 게 정상적인 것 마냥 비추더라'라고 말하셨다. 현란한 웨딩홀, 현란한 드레스, 현란한 뷔페, 수많은 사람들의 축하 등 현란한 결혼식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이게 정상이라는 듯이, 이 수준을 지출하지 않으면 부족한 것이라는 듯이 마케팅을 하고 분위기가 형성되어있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는 비단 결혼식 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트렌드를 보면 옷도 좋은 옷을 입고 잘 꾸미는게 정상인 사회가 되었고, 집도 아파트에 사는 것이 정상인 사회가 되었다(금쪽같은 내새끼 같은 프로그램에서 빌라,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나오는 걸 거의 보지를 못했다). 뉴스를 보면 직장인 연말정산 이야기를 하면서 대기업 노동자를 이야기하지, 중위소득 노동자 이야기를 하는 것은 손에 꼽았다. 맛집도 비싼 맛집들이 줄줄이 연이어 소개된다. (요즘엔 명품 붐도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사회는 끊임없이 상위층과 비싼 제품에 '정상성'을 부여하였다. 우리 사회는 도달하지 못한 자에게 도달하라고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엉겹의 노동교화형을 부여한다.


  양질의 일자리가 있으면 또 모르겠다. 한국경제는 1990년대 IMF 이후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가 극대화 된 사회다. 99%의 중소기업이 88%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고, 중소기업이 열심히 성장해서 대기업 되는 경우는 적다고 한다. 불평등이 고착화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 가운데 소비의 상향평준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온갖 마케팅으로 현란한 것들이 정상적이며 현란하지 못한 것은 부족한 것이라고 주입받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것이 바로 국가는 풍요로워졌지만 개인이 가난하게 느끼는 이유이다. 경제발전의 성과는 불평등하게 공유되었다. 양질의 일자리는 소수이다. 설상가상으로 현란한 것이 마케팅 되고 정상화 되고 있다. 마케팅은 사람들이 돈을 팍팍 풀도록 혈안이 되어 있었다.




  나는 옛날부터 유행하는 걸 별로 따라하지 않았다. 다 기업의 상술같아 보였다. 내 취향과 맞는 것만 좀 유행을 따라해주었다. 그 외에 것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금 보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가 제일 골칫덩어리였다. 옷도 잘 안사고 소비에 별로 관심이 없으며 지갑을 잘 열지 않는 사람... 내가 바로 자본주의 황색바람의 적이었다.


  비록 경제학 전공하면서 미시경제 및 거시경제를 많이 공부했지만, 나는 자본주의 1도 몰랐던 것 같다. EBS 다큐프레임 『자본주의』도 보고 『승자독식사회』 와 같이 관련 서적들을 읽으면서 현실을 더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이 글에서 다룬 자본주의는 정말 일부분에 속한다. 나는 노동 2년차인데 노동 20년차, 30년차는 더욱 성숙한 생각을 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다룬 자본주의는 한국과 미국에 퍼져있는 미국식 자본주의다. 유럽식 자본주의는 좀 더 평등해보이고 양상이 다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 저출산의 적도 결국 소득-자산 양극화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전쟁 이후 한국이 더욱 경제적으로 발전하고나니, 자본주의가 무조건적으로 옳으며 승리자라는 생각에 자본주의 개념을 비판하고 부정하는 것에 익숙지 않다.


  부디 우리나라가 화려한 지옥같다는 느낌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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