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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즐 Mar 26. 2023

주 60시간 노동 후기

  3월 20일 월요일부터 3월 24일 금요일까지 총 60시간의 노동을 했다. 사업 관련하여 일이 많아서 한동안 일시적으로 일이 많을 예정이다. 월요일에는 9시에 퇴근을 했고, 화수목에는 10시에 퇴근을 했고, 금요일에는 11시에 퇴근을 했다. 나는 보통 매일 6시에 칼같이 ㅃㅃ 하고 주 40시간 노동을 하는 편이고, 일이 있더라도 하루나 며칠만 야근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중요하고 급한 사업 때문에 갑자기 주 60시간 노동을 했다.


  그리고 내가 주 60시간 노동을 할 때 공교롭게도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노동시간 개정안이 논란이 되었다. 주 최대 69시간 노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편안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왜곡이라며 억울해하길레 기사들을 유심히 읽어보았다. 보니까 한 주에 노동시간을 고정시키며 막지 않고 유연하게 늘리고 줄일 수 있어서 어느 주는 69시간 노동이 가능하고, 다음 주는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쉴 수 있다는 내용이긴 했다. 고용노동부 입장에서 억울하겠다 싶으면서도 한국 노동자들은 노비같은데 뭐이리 판타지 같은 개편안을 내놓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당장 고용노동부 사무관들만 해도 장시간 노동에 갈려가면서 과로사 하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SNS에서 관련 내용들 보다가 위 사진이 제일 웃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때부터 주 120시간 노동 관련 이야기들을 한 바 있다. 말 저지르고 수습하느라 애썼던 것 같은데 (늘 수습하느라 바쁜 것 같다만) 한국의 노동자들이 경애하고 친애하는 륜석열 노동위원장 동지의 위대한 노동교화 정책에 빠지는 건가 싶었다.


  이러나저러나 어쨌든 나는 이번에 주 60시간 일을 해보았다. 하고 나니 사람 할 짓이 아니라 느껴졌다. 나의 삶이 없어지는 기분이었다. 매일 6시 정각에 ㅌㅌ하여 방에서 저녁을 먹고 책을 읽던 나의 삶이 증발해버렸다. 비록 사업 때문에 한동안 바쁜 게 불가피하지만, 나의 삶이 없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야근 수당을 주지 않는다. 규모가 큰 회사도 아니고 자금이 빵빵한 회사도 아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는 9988, 즉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노동자의 88%가 중소기업에 일한다. 이 중 야근 수당을 받는 노동자의 수는 얼마나 될까?


  회사를 다니면서 더욱 사회에 대해 고찰하게 된다. 나는 9~18시로 계약된 사람이다. 그리고 회사, 조직, 경영진은 일이 바쁠 때 무급 야근을 하는 것을 정말 당연하게 여긴다. 어떤 사람은 '주말에도 나와서 해야지. 누가 나올래?'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기겁하였다. (원체 그런 말을 잘 하시는 분이라 다른 경영진도 무시하고 모두가 무시하고 지나갔다) 합리적이지도 않고 이성적이지도 않아보였다. 추가 근무를 시킨다면 추가 수당을 주는 것이 당연히 합리적이라고 생각들었다. 이러니까 요즘 내 또래 사람들의 퇴사율이 높구나 생각들었다. 특히 저런 발언들을 일삼는 경영진들이 업무시간에 방에서 누워있거나 유튜브 보고 있을 때 회의감은 배가 된다.


  최근에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내용에 대해 들었다. 마르크스는 '왜 성실한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해도 계속 가난하고, 열심히 일하지 않는 자본가는 더 부유해지는가?'라는 질문으로『자본론』 책을 썼다고 한다. 마르크스는 '자본가는 하루 8시간에 대한 임금을 지불하고는 점차 하루 12시간까지도 노동을 요구하기 시작하는 데 자본주의의 착취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예전부터 사회가 공산주의로 가야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한심하다고 느끼곤 했다. 왜 저럴까 싶었다. 그런데 직장인이 되고 나서 내가 대학생 때 너무나 순진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공산주의로 가자는 말은 혁명을 일으키자는 말이라기보다는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고 노동법 준수를 얘기하자는 담론이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악덕기업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모두 다들 착하시고 인성이 좋으시다. 비싼 밥도 매일 사주시고, 일이 없을 때는 책을 읽거나 자기계발을 해도 된다. 하지만 나는 전직장 대표가 무급 야근으로 노동자 착취를 일삼던 모습도 그렇고 현직장에서 사람들이 무급 야근을 정말 당연히 자연스레 여기는 모습들을 보며 놀랍다. 합리적이라 생각들지 않는다. 야근을 해도 일말의 미안함도 없는 분위기, 야근을 해도 추가 수당을 주거나 연차를 주는 게 '경영진의 너그러움'에서 나온다는 듯한 발언의 뉘앙스들도 너무 모두 당황스럽기만 하다.


  이러다보니 차라리 프리터족(한 조직에 몸담지 않고 이곳저곳 떠돌며 알바 등으로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 일본 장기 불황 시대에 일본 청년들이 보인 모습에서 만들어진 개념)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조직에 몸담으면 이렇게 사업이 있을 때 무급 노동을 당연시 한다. 회사들은 '배움'이라는 이름 아래 파릇파릇한 청년들을 갈아넣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배움이 오래 되어 성숙한 중간 관리자는 마땅히 갈 곳이 없으면 회사의 명령에 충실한 사람이 되는 것 같다. 직장에서 돈을 많이주는 것도 아닌데, 차라리 자유로운 새처럼 프리터족으로 살거나 창업을 하는 게 더 배우는 것이 많지 않을까.


  이러다보니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배달노동이나 플랫폼 노동으로 빠졌다는 뉴스를 보았을 때 그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리고 어느 회사든 바뀌지 않으면 구인난으로 망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들었다. 경영진들이 노동자들에게 하대를 당연시하고 노동 착취를 일삼는 기업이라면 중장기적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생각들었다.


  대학교 졸업 후, 하루하루가 배움과 사색의 연속이다. '저런 점도 있구나' 하면서 흥미로운 것도 많고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라고 생각드는 것도 많다. 나의 삶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인공지능으로 모든 직종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도 궁금하다.



※ 참고자료 : 출근길엔 니체 퇴근길엔 장자, 필로소피 미디엄 지음, 박주은 옮김, 한국경제신문 출판, 2022년 제1판,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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