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있었던 일이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대화 소재가 양극화와 불평등 이야기로 들어갔다. 관련 전공하신 분들께서 양극화가 너무 심하다, 불평등이 너무 심하다, 부동산값이 너무 올랐다, 요즘 청년 애들 어떡하냐 등 다양한 비판담론들이 제기되었다.
어른들과 동료들의 대화가 인상깊었던 나는 대화가 잠시 침묵일 때 내가 말했다.
"저희 청년 세대는 정말 어떡해야할까요?"
한 나이 지긋한 A님께서 말씀하셨다.
"몰라요~"
그렇게 다같이 웃으며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아, 누군가에게 '불평등'과 '양극화'라는 주제는 그저 자신의 지식을 뽐내기 위한 주제이고, 자기가 사회에 관심이 많고 문제의식을 가진 깨어있는 지식인이라는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주제일 뿐이구나'
'A님은 보통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게 연민, 동정을 자주 느껴하곤 하는데, 해결방안이나 대처방안으로는 '모른다'라고 말하는 편이구나. 자기가 가진 문제의식과 별도로 개선방안은 자기가 생각할 필요가 없는 영역이구나'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인의예지를 강조하며 측은지심을 말하곤 했다. 동정, 연민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동정, 연민은 자신의 도덕성을 표현하는 그냥 하나의 표현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구나'
'정말 불쾌하다. 누군가의 불행이 누군가의 도덕성 표현 수단이라니. 동정과 연민을 안하면 모를까, 누구보다 동정하고 누구보다 연민을 느껴하면서 동시에 '몰라요'라고 새침하게 말하다니. TV나 운동권에서 보면 가난, 장애 등 다양한 소수자성에 대해 동정과 연민을 배척하던데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겠구나'
동정과 연민의 폭력성에 대해 고찰해 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