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즐 May 13. 2023

서울시의 서울퀴어문화축제 불허 유감

  지난 5월 3일, 서울특별시가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불허하고 기독교 단체가 주최하는 ‘청소년 청년 회복콘서트’를 허용했다고 한다.


  복수의 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광장 이용 관련해서는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고 있고, 서울광장 사용일이 중복된 경우 신고 순위에 따라 수리한다고 한다. 만약 신고 순위가 같으면 신고자끼리 협의해 조정하고,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민위의 의견을 들어 어느 행사를 개최할지를 정한다고 한다.


  그리고 5월 3일 개최된 서울특별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회의에 따라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불허하고 청소년 청년 회복콘서트를 허용했다고 한다.


  궁금해서 서울특별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찾아보았다.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서울특별시의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https://plaza.seoul.go.kr/archives/534)


- 설치근거 : 서울특별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 설 치 일 : 2009. 9. 1.

  7기(2022.3.29.~2024.3.28.)
  윤기찬, 김영윤, 장지호, 함인경, 문재원, 박규빈, 송경택, 박유진, 박상혁, 허훈, 김상한(정상훈), 이영기(임창수, 임춘근)

- 구     성 : 위원장 1명을 포함하여 15인 이내
  1. 현 재적위원수 : 12명 
  2. 위촉직(6) : 학식과 경륜을 갖춘 학계·전문가·시민 6명
  3. 시의원(4) : 서울특별시의회 시의원
  4. 공무원(2) : 행정국장, 균형발전기획관

- 임     기 : 위촉직 - 2년(연임가능), 시의원, 공무원 - 재직기간

- 주요기능 :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청계광장 운영에 관한 필요한 사항 심의
  1. 광장의 운영에 관한 기본계획 및 연간계획에 관한 사항 심의
  2. 광장 운영의 전반적인 기준결정에 관한 사항 심의
  3. 그 밖에 광장의 사용 및 운영과 관련 시장 및 위원장이 부의하는 중요사항 등


  더 궁금해서 5월 11일에 업로드 된 "2023년 5월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개최결과"를 살펴보았다.

  (https://plaza.seoul.go.kr/open_activity#view/387111


  해당 회의 주요발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7월 1일에 서울퀴어문화축제와 청소년 청년 회복콘서트가 중복 수리되었다. 둘이 조정하지 않았다. 우리가 정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할까?

  2. 서울퀴어문화축제 신청한 단체와 대표 작년이랑 동일하지 않느냐? 작년에 조건부 허용으로 축제 허용했을 때 성과 관련된 것 하지 않고 과도한 노출도 하지 않기로 조건부 허용했지 않았냐? 근데 작년에 어겼지 않았냐?

  3. 서울광장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건전성이 중요하고, 퀴어축제에서 성 관련 기구들은 청소년법 위반에도 해당되어 보인다.


  해당 회의 속 주요 혐오발언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서울시민의 광장이라는 게,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그 공공성이 되게 강해야 된다는 커야 된다는 거죠, 판단 기준에 있어서. 그런 이렇게 논란이 있고 서로 문제가 있다고 그러면, 이 앞으로도 이런 뭐 퀴어축제라든지, 사실은 이런 뭐 문제가 있는 축제들은 저희 위원회에서 걸러내야 될 것 같고요" - p.6

  2. "근데 여기 보면 청소년법 위반에도 해당된다고 저는 보여져요, 청소년 유해물 같은 것들을 팔았기 때문에, 음란물이라든지. 그런 내용들은 청소년법 위반에 분명히 있다고 보여지고요." - p.7

  3. "퀴어문화축제가 과연 이게 이들이 이야기하는, 뭐 시민의 자유를 이야기를 하고 문화생활, 공익행사 뭐 이런 문화를, ‘소수성에 대한 문화를 인정하고 가자.’ 그러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하겠다.’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또 피해를 보는 서울시민들이 많은 부분들이 있어요" - p.11

  4. "한민국 자체가 이 성소수자들을 인정하는 문화로 하면서 서울시가 받아들이면서, 이거 저는 개인적으로는 참 이게 그 청소년에 뭐 건전, 아니 그니까 ‘바르게 커야 되는 이런 성 문화에 대

한 인식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참 교육적인 부분에서도 좋지 않다.’라고 생각하고, 인근을 이용하고 있는 서울시민의 교통이라든지, 정작 정말 이 광장을 이용하고 싶은 시민들에게는, 굉장히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그 며칠이라도." - p.12

  5. "그러면 퀴어축제는 아까 ‘작년에 축제가 열렸을 때, 반대 시위도 열렸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갈등을 유발할 요소가 어디가 더 있나. 그리고 이 이쪽 청소년·청년은 갈등을 유발할 것인가, 안유발할 것인가를 봤을 때, 전혀 유발할 사유가 없죠. 그리고 청소년 유해물건이나, 또 유해물건이 전시될 확률이 어디가 더 높을 것인가를 봤을 때, 당연히 유해물건이 나올 확률이 서울퀴어문화축제가 더 많다. 또 ‘안전사고나 또는 시민이 봤을 때 불편했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기준을 봐도, 사실은 여러 면에서 기준을 두고 따져봐도 어떠한 방향으로도 인정을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청소년·청년을 위한 회복콘서트를 찬성하는 부분이고요. 물론 ‘성소수자 그들의 어떤 표현이나 이런 것들, 또는 본인들이 누군가를 또 동성을 좋아한다는 이런 것들을 뭐 존중하지 않는다.’ 이런 건 아닙니다. 그러나 다수의 시민과 다수, 그니까 본인들이 자유를 표현할 권리도 있지만 보고 싶지 않아 하는 권리라든지, 또 다른 시민들의 의견도 중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을 참고했을 때 ‘이번에는 청소년·청년을 위한 회복콘서트를 진행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맞지 않나.’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 pp.15-16




  개인적으로 나는 5월 3일에 서울광장 서울퀴어문화축제 불허되었을 때 아무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에 별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너무나 혐오에 익숙한 나머지 상처받을 마음도 없고 슬퍼할 분노조차 없다.


  그런데 회의 속기록을 봤을 때는 좀 격노했다.


  뭐..? 보고 싶지 않아 하는 권리?? 뭐?? 누구는 이성애자들 보고 싶어서 보나? 이성애자들의 상의 탈의 워터파크 축제 같은 것도 누구는 보고 싶어서 보나? 뭐?? 청소년 법 위반? 건전한 성 문화?? 이성애자 중년 어른들이야말로 성 문화가 건전한지 살펴봐야 하지 않나?? 잊을만 하면 이성애자 중년들의 산악회 불륜 썰들 들려오는데 장난치시나? 그리고 뭐?? 앞으로 논란있는 축제는 다 거른다고?? 갈등이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정치학자들 울고 지나갈 것 같네 증말 ㅠㅠ 개대박이다... 2023년이 아니라 2003년 혹은 1993년 회의록인 줄 알았다.


  근데 회의 내내 위원들이 청소년을 거들먹거리고 청소년법을 언급하길레 찾아봤는데 좀 충격이었다. 청소년보호법 제9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제9조(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 기준) ① 청소년보호위원회와 각 심의기관은 제7조에 따른 심의를 할 때 해당 매체물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하여야 한다.
1.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것이거나 음란한 것


  진심 대박이었다... 와우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것들은 청소년유해매체물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은 무성적 존재이고 성적 자기결정권도 그렇게 박탈된 존재인지 처음 깨달았다.


  내가 듣기로는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성적으로 개방적인 이유는 '성이 부끄럽거나 음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당한 것이고 전혀 부끄럽지 않은 것'이라고 들은 바 있다. 그리고 나 또한 이에 공감한다. 성sex 이야기를 자꾸 하지 않으면 잘못된 지식으로 낙태, 피임, 성병에 더욱 좋지 않을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성 관련해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의사들, 상담사들, 이런 축제들이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서울시는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뭉개버렸다.


- 상의 탈의가 그렇게 문란하면 물총 축제나 워터파크 축제는 뭐고...

- 건전한 성 문화가 중요하고 청소년 법 위반이 걱정되면... 와우 성 박물관 그런건 그냥 청소년 유해업소겠네?

- 논란있는 축제는 모두 제거해버리겠다는 시민위원회... 갈등 있는 사안들은 말할 기회조차 박탈해버리겠다고 표명한 위원... (탄핵 시위, 정치 시위도 다 막아버리겠네)

- '바르게 커야 되는 성 문화'는 도대체 뭔데...




  내가 참 대한민국에 많은 걸 바라는 건가 싶었다. 진짜 못 봐주겠다. 정의당 지역위원회 활동 1도 안했었는데 이제 좀 시작해야할 것 같다. 입만 떠들고 키보드워리어 짓만 하다가 이제는 진짜 나가봐야겠다. 고맙다 서울시. 청년의 정치 참여를 제고해주었다. 더욱더 갈등적인 존재가 되어야겠다.



※ 참고자료

1) 서울특별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https://plaza.seoul.go.kr/archives/534

2) 2023년 5월 서울특별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개최결과

https://plaza.seoul.go.kr/open_activity#view/387111

3) 경향신문, [서울광장서 쫓아내고 지워도 “우리 걸음걸음마다 무지개는 뜬다”]

https://www.khan.co.kr/national/gender/article/202305122129005

4) 한겨레, [서울시, 청소년 둘러대더니…“퀴어축제 걸러야” 혐오 회의록]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91552.html#cb

5) 연합뉴스, [서울시, '퀴어축제' 서울광장 사용 불허…코로나 시기 제외 처음]

https://www.yna.co.kr/view/AKR20230504079200004?input=1195m

6) 이데일리, [서울시, ‘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 사용 불허…기독교 콘서트 열리나]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991766635605312&mediaCodeNo=257&OutLnkChk=Y

7) 경향신문, [“공공성 저해” “보지않을 권리”···퀴어축제 ‘불허’ 회의록 속 ‘혐오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5121657001

매거진의 이전글 도쿄 게이클럽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