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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즐 Jul 15. 2023

"퀴어가 쉬운 것 같더라"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미래

  어느덧 눈 떠보니 내년이면 연나이 30살이 된다. 친구들 중에는 회사에 잘 들어가 수년간 경력을 쌓은 친구들도 있고, 아직도 시험 준비나 취업 준비를 하는 친구들도 있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넘어 다들 각자의 삶을 선택하고 펼쳐나가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성애자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결혼 얘기를... 듣고 있다. 결혼에 대한 고민, 자녀에 대한 고민, 배우자를 어떻게 고를 것인가, 어떻게 재산을 쌓고 어떻게 주거를 정착할 것인가 등... 사회초년생으로서 많은 고민들이 오고 간다.


  이런 '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눌 때마다 나는 간혹 당혹스럽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막연히 괜찮은 남성을 만나 함께 오래오래 살아가는 것 정도를 생각했지, 주거나 결혼이나 자녀 생각을 해본 경험은 드물다. 교육봉사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 정도? 근데 내가 기쁘자고 애를 키우면 아이를 수단화하는 것은 아닌가? 나 좋자고 애 키워? 이런저런 생각들이 좀 들고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성애자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이런 것도 일종의 '소수자 스트레스'이지 않나 생각했다. 주변에 마땅히 동성 부부가 삶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잘 볼 수 없기도 하고, 그런 모습이 있더라도 사람들은 혐오발언을 하고 부정적인 시선을 던진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나 스스로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제거한 것은 아닐까, 의심을 품곤 한다.


  그리고 이성애자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아직까지 이성애자들 사이에 남아있는 남성의 짐을 느끼곤 한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586 기성세대가 부모님이고, 기성세대의 문화가 남아있다 보니, '남자가 집을 해가야 한다'라는 가치관을 종종 마주치기도 한다. 친구의 친인척 중에 결혼하신 여성 분은 남편 쪽에서 집을 했다는 이야기, 우리 00이도 장가갈 때 집 해줘야 하는데 어떡하냐는 이야기 등을 들을 때마다 흥미롭고 신기하기만 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아이돌보미 서비스도 잘 되어있지도 않고, 외국인 가사노동도  내실화되어있지 않아 기피되다 보니, 가정 내에서 여성의 경력 단절이 항상 불안의 요인으로 꼽힌다. 그래서 더욱 남편은 더 안정적이고 좋은 직장에 있어야 하고, 이를 남성들은 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그러고 더욱 여성혐오와 약자 혐오에 빠지는 것 같다... 남성 분들이 흑화하는 걸 막으려면 성평등이 필요하다 ㅠㅠ)


  이성애자 친구들과 이런 얘기를 듣거나 하다가... 나는 나도 모르게 "그래... 퀴어가 쉽더라"라고 말을 뱉었다. 친구들은 빵 터지다가 이런 거 실례 같아서 웃어도 되나 눈치 보다가 수그러든다.


  동성애자 남성으로서 나는 결혼 제도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고, 입양도 만 40세 이상이 되어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내 애인과 경제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함께 법인이라도 세워서 사업주 등록을 해야 하고... 그렇다. 이러다 보니 이성애자 친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은 없던 것 같다.


  그래도 최근에 레즈비언 김규진님께서 임신 사실을 공개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벨기에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고 임신인 상태이시고 김규진님 커플은 거의 혁명가처럼 한국에서 이슈와 성소수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롤모델이 많아질수록 미래를 고민해 볼 기회가 많아지리라.


  최근에는 대학교 졸업 후 불평등을 온몸으로 체감하며 불평등 관련 서적들을 읽고 있다. 덕분에 출생률이 왜 바닥을 찍었는지, 왜 현재 2030세대가 미래의 희망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이쯤되면 이성애자들이 왜 이렇게 퀴어혐오, 약자혐오들을 하는지까지 대부분 이해하게 되는 느낌이다. 우리는 모두 사회 시스템 속 불평등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이자 방조자처럼 살아가고 있었고 정치는 이에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고도 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러니 결혼도 어렵고 미래도 어렵게 느껴질 뿐이라는 것을 구구절절 느끼고 있다.


  이성애자들이 결혼 준비하는 게 어렵지 않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성소수자들이 존중받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 참고자료

https://v.daum.net/v/20230630050520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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