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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즐 Jan 27. 2024

하남자 보존의 법칙

도플갱어를 만나면 죽는다

  최근에 하남자 보존의 법칙을 발견했다. 이는 어떤 조직에서든 나타나는 과학 법칙이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은 자연과학이 아닌 사회과학을 가리킨다.) 물론 하여자 보존의 법칙도 존재하지 않냐는 반론을 제기할 사람도 있지만 하여자 또한 물론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조직에서 겪지 않았다. 내가 주창하는 하남자 보존의 법칙은 순수히 내 주관과 경험에 기반한 귀납법적 추론 방식을 선택하여 도출된 과학 법칙이다.


  하남자. 듣기만 해도 설레서 눈물이 날 단어이다. 下남자. 상남자와 대조되는 개념이다. 뒤끝있고, 찐따이고, 찌질한 모습을 보이는 남성을 비하하며 일컫는 단어이다. 직장 및 조직에서 하남자들은 주로 다음과 같은 행동양식을 보인다.


  1. 묻지도 않은 부정적인 얘기를 자주하며 주변 사람들을 감정쓰레기통으로 씀 (돈, 인생, 사랑 관련 주제)

  2. 칭찬에 약함 (주변 사람들은 하남자에게 칭찬으로 공격해서 조직의 평화를 추구한다)

  3. 남을 후려쳐야 자신이 행복함 (학벌, 서열 등으로 후려쳐서 행복을 느끼고, 반대로 후려쳐지면 극도로 대노한다)

  4. 상대방을 생각할 줄 모름. 자신만 앎.

  등등... (쓸 말이야 많지만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어느 조직이든 하남자가 존재한다. 다른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꼭 저 ㅅㄲ는 왜 저 ㅈㄹ인지 모를 사람이 조직에 포함되어있다. 하남자들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모든 조직에 꼭 한명씩 있는 걸까?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나는 가부장제 구도 속 남성을 말하고 싶다. 필자가 대학생 때 여성철학 수업을 들었을 때, 의학과에서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어머니들은 아들은 독립적으로, 딸은 관계적으로 자라길 바래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육아과정에서 딸은 타인의 감정/입장을 좀 더 많이 신경쓰는 경향이 있고, 아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신경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남자 특징 2번, 4번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또한 우리는 아직도 가부장제 사회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성평등한 사회가 아니다. 남성 주부가 많은 것도 아니고, 아내의 경력단절가능성과 아내의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 때문에 아직도 많은 이성애자 남성들은 가정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에 따라 사회초년생 이성애자 남성들도 무거운 짐을 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일자리 양극화가 심한 상태다. 대기업이나 전문직에 종사하지 않는 이상 가정에 책임을 질 수 있을 정도로 고임금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적은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이성애자 남성들이 사회에 부정적인 사람이 되고 미래에 희망을 느끼지 못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남자 특징 1번, 3번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 부정적인 사고방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페미니즘으로 보이는데 바보천치들이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보수정당이나 찍고 앉아있고 그 결과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모든 조직에서 하남자들에게 고통받았다. 묻지도 않았는데 TMI를 풀고 있질 않나, 질문을 드리면 모든 답변을 부정적인 이야기들로 채워넣지 않나, 남을 말로 후려쳐야 자신이 행복해지질 않나, 칭찬 한번 하면 기분 좋아해서 날라가질 않나 등... 하 과거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괴롭다.


  불교와 천주교 교리를 열심히 적용해보아도 나의 예민함 때문인지 하남자를 극복하기는 너무 어려웠다. 하남자가 뿜어대는 부정적인 기운, 하남자의 일방적인 빅 토크쇼가 펼쳐지면 내 감정에너지를 고갈되어 파산하고 바닥을 뚫고 내핵까지 진행되었다. 목탁 두드리던 스님의 목탁이 터지고 벽에 걸린 예수님 십자가가 떨어져서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떤 조직에든 하남자가 존재했다. 나는 이것을 시인하고 버텨내야 한다. 왜냐하면 이 하남자 보존의 법칙은 인류 역사상 소멸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신석기 혁명 이후 인간의 중노동 노동력이 중요해지면서 남성의 힘이 여성을 압도하는 여성의 세계사적 패배 후 가부장제가 만들어지면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현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잉여생산물이 증가하면서 계급이 발생하고 올해 농사는 풍년이어야 한다는 남성의 가정 내 부담감이 부정적 자아를 잉태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어도 적어도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를 위해 그랬어야 한다. 그랬다고 믿고 싶다. 그래야 내가 하남자를 버틸 당위성이 생기니까. 본래 하남자를 버티는 일은 모든 조직, 집단에서 거쳐야하는 과정이었으며 따라서 숭고하고 역사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재밌게도, 하남자가 없어보이는 조직에서는 내가 하남자였다.

  그렇다. 하남자 보존의 법칙은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하남자가 없는 곳에서는 하남자가 나였다.

  도플갱어를 만나면 죽는다. 나는 도플갱어를 만나왔다. 나는 나를 죽였다.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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