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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규호와 영이의 이야기를 보고 오열하고...

드라마 <대도기의 사랑법> 5~6화 후기

by 배즐

#대도시의_사랑법


나는 작년에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을 보고 무척 감명깊었다고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게이로서 무척 내 얘기같았고, 절친한 여자사람친구와도 무척 오버랩되었다. 게이-여자사람친구의 베프 이야기, 대학생활 이야기 등이 너무 나랑 오버랩되었다.


하지만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은 1화를 보다가 말았다. (참고로 드라마는 8화 중 1~2화가 영화랑 같은 내용이다. 영화는 드라마의 3~8화를 다루진 않는다) 왜냐하면... 드라마에 나오는 게이들이 여성적으로 말과 행동하는 모습이 좀 게이같지 않았고 이성애자들이 게이의 60~70% 정도만 따라하는 것 같았다. 이래저래 영화가 더 나은 것 같아 드라마는 고이 접어두었다. (차라리 진짜 게이들을 섭외하거나 배우 본모습 그대로 했으면 좋을 듯 싶었다.) 드라마 보라는 추천도 모두 다음에 보겠다 말하며 건너뛰었다.


그러나 최근에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5~6화의 규호와 영이 이야기가 조금 나왔다. 영상에서 규호(배우 진호은)의 눈빛 연기가 장난아니게 현실적이었다. 사랑하는 남자를 바라보는 눈빛, 입꼬리, ... 깜짝 놀랐다. 그래서 바로 넷플릭스를 키고 5화, 6화를 보았다.



#심규호_고영


규호와 영이의 첫 만남, 연애, 그리고 이별... 이야기를 두 화에 걸쳐 모두 보았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숨이 너무 벅찼고,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배우들의 게이 연기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감정 연기는 나를 감정적으로 감염시켰다. 규호의 호감-화-이별의 슬픔 감정선이 나에게 그대로 전달되었고, 헤어지는 순간의 감정선도 나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심지어 내 과거와 오버랩되기도 했다. (심지어 둘이 자주 만났던 장소도 혜화인데, 나의 현직장도 혜화이다.)


드라마를 보며 감명을 받은 적은 있어도, 숨이 멎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밤에 자기 전에 누워서 가볍게 보고 잠들려 했는데, 두 화를 모두 보고 숨이 막혀 눕지를 못했다. 숨이 진정된 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너무 나서 이불에서 질질 짜며 울었다. 이런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나는 내 몸과 마음이 감정에 압도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랑스러운 T발놈으로서 감정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항상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접근하여 사건을 해결하려 하고 감정을 추스려고 한다.


하지만 규호와 영이의 스토리를 보고 나는 며칠 째 감정에 압도되어 감염되어 있다. 아무리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감정이 내 마음에서 떠나질 않는다. 일상 속에서 규호와 영이가 생각난다. 계속 가슴이 몽글몽글 해진다. 개인적으로 내가 드라마나 영화를 2번 이상 보지 않는 편인데, 규호와 영이의 스토리(드라마 5, 6화)를 4번 보았다. 볼 때마다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


나는 나 자신이 이렇게까지 감정이 압도된 경험이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럽다. 나는 만나는 친구들에게 규호와 영이 스토리를 말해주었고, 베프 여자친구와 함께 드라마 5, 6화를 함께 보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왜 이렇게까지 압도되어있는지 계속 생각하며 분석했다. 분석 결과, 나는 두 가지 포인트에서 감정에 감염된 것 같다.


1. 규호라는 캐릭터의 매력


드라마 속 규호는 처음 봤을 때 양아치상으로 생겼다. 잘 놀 것 같은 생김새이다. 하지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규호는 성실하고, 영이를 사랑하는 순애보이고, 돈도 착실히 아끼고 모으는 사치스럽지 않은 청년이고, 책임감 있고, 영이와 함께 잘 살기 위해 노력한다. 작중에서 규호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이야기가 나오자 규호는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 투룸 전셋값은 나오겠다. 그치?”라고 말했을 때, 규호의 영이에의 책임감에 설렜다. 그리고 규호는 대기업을 다닌다거나 엘리트 출신이라거나 집안이 좋다는 말은 없었다. 간호조무사와 바텐더로 일하지만 부의 양극화 속에서 전혀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는 영이와 함께 잘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2. 나의 과거 연애와 오버랩 되는 장면


규호는 영이를 끔찍이 사랑한다. 규호의 눈빛에서 영이를 사랑하는 눈빛이 구구절절 나온다. 규호 역할을 맡았던 진호은 배우님께서 남윤수 배우님(영이)을 실제로 사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눈빛과 입술은 진짜 사랑하는 바이브였다. 과거 연애할 때 나도 저런 눈빛을 했고, 애인으로부터 저런 눈빛을 받았다.


그리고 규호와 영이가 관계를 정리하고 헤어지는 장면이... 너무 내 얘기 같이 느껴졌다. 물론 100% 같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규호가 관계에 지치며 영이를 뒤돌아 떠나는 모습이 너무 내 과거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규호가 영이에게 실망하는 마음, 상처받은 마음이 어떤지도 알겠고, ... 헤어지는 장면은 너무 공감이 가서 10번 넘게 돌려보았다. (그리고 둘이 작중에서 헤어지더라도, 언제 어디선가 다시 이어지길 간절히 소망했다.)


내가 이렇게 숨을 멎게까지 규호 연기를 잘하신 배우님이 누구이신가 궁금해서 찾아봤다. 진호은 배우님은 2000년생이었고 유튜브 인터뷰 보니까 다행히도 규호와는 같은 성격은 아니었다. (규호와 같은 성격이면 덕질할 뻔...) 진호은 배우님은 감수성 풍부한 infp/enfp이신 듯 해보였다. 배우로서 성장하고 계신 분 같았고, (소속사에서 열심히 굴리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고...) ...


진호은 배우님께 많이 감사했다. 덕분에 내가 과거에 좋아했던 사람들, 나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스쳐지나갔다.



#대도시의_사랑법


규호와 영이의 이별, 그리고 드라마 제목 '대도시의 사랑법'이 말하듯, 대도시 속에서 사람들은 사랑을 갈구하고 연애를 하고 이별을 한다. 그리고 연인들은 때론 과거와 다르게 쉽게 헤어지기도 한다. 대도시의 특성상 일종의 연애 '대체재'가 많다고 간주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나 또한 20대 초중반 어렸을 때 그랬던 것 같았다. (이것이 대도시의 차가움이리라...)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턴가 감정이라는 걸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호감도 설렘도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모든 건 다 인연이고 가볍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모두가 솔로가 되고, 나이 3040대에도 관계를 가볍게 생각하고 도파민과 로맨스를 찾아가는 것에 개인적으로 거부감이 있긴 하다. 당사자들이 인연이 없었거나, 사연이 있었으면 모르겠다. (나이값 못하는 것 같음...)


하지만 현대 한국사회는 너무나 자본주의화 되어서일까, 혹은 로맨스를 너무 상품화하고 로맨스주의를 만들어버렸기 때문인 걸까... 연애시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만나고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갈구하고...


나는 이런 차가운 대도시의 사랑법이 싫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이미 대도시의 사랑법을 체득하고 체화한 것 같다.

감정을 소중히 여겨야겠다.


진호은 배우는 키스신에서 '내가 진짜 사랑을 하고 있었구나'라고 생각들 정도로 몰입했다고 언급했다.


※ 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6pZ69KukGMw?si=D7MHfpBEmOTUaw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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