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퀴어 웨딩
얼마 전, 레즈비언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청첩장 모임을 하자며 연락이 왔다.
평소 친구와 언니 분이 결혼식을 할 것 같다는 낌새가 있긴 했었다.
이렇게 빠르게 진행될 줄은 몰랐다.
레즈비언 친구와 나는 10년 지기 친구이다.
2015년 대학교 입학 후 성소수자 동아리에서 처음으로 만났고
같이 매일 동아리 친구들과 과일소주(당시 과일소주 출시로 유행이었다)를 마시며 놀고
함께 퀴어 술모임도 가고 20대 초반을 불태우며 재밌게 놀았다.
당시 나는 20대 초반에 꿈꾸던 연애를 하도 못 이루자
솔로였던 레즈 친구에게 "우리 30살까지 솔로면 같이 결혼이나 하자" 장난치며 놀았다.
그랬던 레즈 친구는 10년 가량 사귀던 언니와 결혼식을 한다고 했다.
그렇게 친구의 결혼식에 향했다.
보통의 이성애자들의 결혼식과 달리 부모님 지인은 적었다.
대신 2030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 중 95% 가량은 여성이었다.
두 인싸의 결혼 현장이었다.
결혼식이 진행되었고
레즈 친구의 어머니께서 축사를 낭독하는데 감정이 북받치시는 모습에
나 또한 가슴이 북받쳤다.
순서들이 진행되었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과거에 함께 놀았던 성소수자 동아리 소속 분들도 9~10년 만에 만났다.
개인적으로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
내가 무척 어색해하고 낯 가릴 줄 알았는데
마치 2015년이 어제였던 것 마냥 어색함 없이 재밌게 술술 근황토크를 했다.
지금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성격이 모난 것 없이 참 좋은 분들이시기에 내가 긴장/낯가림이 없던 것 같다.
친구의 결혼식은 보통의 이성애자 결혼식과 다르게 후다닥 수금하듯 진행되지 않았다.
사람들과 이벤트도 즐기고 술도 마시고 식사할 수 있도록 엔터테인먼트 요소들이 있었다.
지인들과 함께 재밌게 대화를 나누고
레즈 친구도 중간중간에 와서 함께 놀며 결혼식을 마무리했다.
한국에서, 내가, 나의 동성애자 친구의 결혼식을 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내가 사회 변화를 위해 일하고 싶어 NGO 업계에 몸담고 있지만
레즈 친구가 시민운동가처럼 보였다.
친구의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