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에만 가면 눈물이 흐르는 버릇

아빠의 임종, 생사를 넘나들고 있는 할머니

by 배즐

아빠가 임종한지 벌써 두 달 가까이 흘렀다

내가 어렸을 때 아빠는 토목기사로서 주말에만 집에 왔고, 내가 성인이 된 이후로 나는 본가에 두 달에 한번 정도 갔기에 일상 속에서 아빠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진 않는 편이다

그래도 아빠는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고, 배울 점이 많아 나는 대학생 때도 사회인이 되어서도 늘 자문을 구하는 편이었다

아빠가 뇌출혈이 와 입원하고, 장례식을 치른 지도 이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기에 나는 일상 속에서 눈물이 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주말마다 성당에 가서 미사시간만 되면 성가를 부르다가 혹은 성체를 모신 뒤면 나도 모르게 계속 눈물이 줄줄 흐른다

나 원래 이렇게 눈물 많은 사람 아니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최근에 할머니가 다리가 부러지셨다고 한다

할머니가 안그래도 90대여서 평소에 어지러움이 많으시고 원래도 많이 몸이 안좋으셨는데

발을 헛디뎌서 다리가 부러지셨다

수술 후 엄마가 일하는 의료재단에 있는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할머니랑 통화해보니 목소리가 너무 안좋으셨다

할머니는 늘 자주 아프시고 자주 회복하셨던 편이라 이번에도 잘 이겨내시라고 응원했지만

끝이 점점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이번 주말에 성당에 갔을 때는 평소보다 눈물이 두세배로 나왔다

성체 모신 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났다

휴지로 코막고 울었는데 506070대 어른 분들이 많은 성당 미사 중 가운데 덩치 큰 30대 애가 숨죽이고 울고 있는 모습이 진심 좀 창피하기도 하고... 그런데 눈물이 막 흐르는 걸 어떡해...

그리고 성가 부를 때마다 506070대 어른 분들이 부르는 목소리가 너무 맑고 좋다고 느껴져서 눈물샘이 자극되기도 한다. 목소리에 우리 아빠 생각도 나고, 할머니 생각도 나서일까...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고영은 암투병하던 어머니를 잃고 장례식 마친 뒤에 친구들과 게이클럽에 갔다. 가서 규영을 만나 연애를 하게 되었다

나 또한 아빠의 장례식을 마친 뒤 무의식적으로 느껴지는 불안감과 외로움을 줄이기 위해 남자를 만나러 다녔고 어쩌다보니 무척 좋은 애인을 만나게 되었다. 약 6년 만의 연애이고, 보통 서로 이끌림을 느끼는 경우가 적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서로 이끌림을 느껴 연애를 하게 되었다


대도시의 사랑법 속 고영과 내 모습이 비슷하게 느껴지다가도

나는 할머니의 투병을 더 겪게 되게 되어 마음이 편치 않다

어쩌면 고영은 이미 겪은 일을 나는 이제 겪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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