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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lip Mar 18. 2023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2. 실리콘밸리 따라잡기

"실리콘밸리에선 어떻게 일하나요"를 읽고

이 글은 내가 전체 임직원이 50명이 채 되지 않는 초기 스타트업의 인사 담당자이자 팀을 꾸려야 하는 신임 리더로 합류하여 2년간 300여 명이 일하며 20배 이상의 매출성장, 그 안에서 꾸준히 이익을 내는 조직으로 성장한 시기를 회고하며 과거의 나에게 현재의 내 생각을 전하는 글이다.

조직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나 사람은 선형적으로 성장한다. 나 역시 예외일 수 없이 그러했다. 

하지만 더 나은 사람, 꾸준히 우상향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걸음으로 이 글을 시작한다.


"실리콘밸리의 문화는 중요한 롤모델이다 vs 한국정서와 맞지 않는 판타지다"


넷플릭스의 "자율과 책임", 구글의 "심리적 안전감", 페이스북의 "피드백 컬처"까지 IT, 스타트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들어보셨을 단어들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엄청난 성장과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회사들의 조직문화를 나타내는 핵심 키워드들이다. 특히 인사를 업으로 하는 분들부터 조직을 이끄는 경영진, 리더십 등 소위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깊이 고민하는 사람들은 이들 문화의 본질과 실제를 파악하고 자신의 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실제로 적용을 시도하기도 해 왔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중요한 롤모델로 여기며 깊은 공감대를 갖고 더욱더 탐구하기도 하였고 누군가는 조직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혼란과 비효율을 만들어내며 비판적인 관점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위 문장에 대한 내 생각은 우리 조직의 정체성을 먼저 명확히 하고 이를 토대로 문화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그와 유사한 가치를 지향하며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참고하면 된다는 것이다. 경영전략면에서도 우리가 성공한 기업들의 전략과 사례를 분석하여 적용점을 찾는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분명하게도 중장기적으로 생존하고 꾸준히 성장하며 성공해 온 조직의 대부분은 그들의 비전과 연결된 그들만의 문화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업무 방식, 시스템, 프로세스, 조직을 설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화를 바라보는 내 관점은 명확하다. 조직의 정체성, 보다 근원적으로는 창업자의 가치관과 정체성으로부터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조직을 이끄는 경영진, 리더십,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을 더한다. 그 재료들을 가지고 조직의 궁극적인 목표(미션과 비전)를 향해 현재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며 포기할 수 없는 기준이자 원칙(핵심가치)을 세운다. 그것이 조직문화의 원천이다. 또한, 이 가치가 조직 내외부에서 유/무형의 형태로 나타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나타내게 만들어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미션이다.


이 책은 실제로 메타(페이스북) 본사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입사하여 실무자, 매니저를 모두 거치며 7년간 근무해 온 저자가 경험한 메타의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을 담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에서 설명하는 문화의 특성들이 하나의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며, 그 연관성의 본질은 "자율과 책임", "성과중심"이라고 볼 수 있다. 아래는 각 파트를 읽으며 내가 공감이 갔던 주요 내용(블렛포인트)과 내 생각들이 정리되어 있다.



1장. Bottom-up Culture : 가까운 사람에게 책임이 더 크다


스타트업 조직에서 가장 소중한 자원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항상 나는 시간이라고 대답한다. 나날이 갈수록 기술의 발전, 산업, 거시경제의 변화는 급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시간은 절대 뒤로 가지 않고 앞으로만 간다. 특히 스타트업의 각 성장 단계에서 돈, 사람 등 모든 자원이 희소하지만 시간은 무엇보다 소중하기에 전략적이며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 역시 그에 맞게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내가 팀을 빌드업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고, 리더로서 내 시간을 소중히 쓰기 위해, 구성원들의 빠른 성장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추진했던 시도이다.

구체적으로 경영진과 리더가 집중해야 할 일과 실무자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정의하고 각자 핵심 과업에 집중할 때 조직은 꾸준히 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경영진과 리더십은 조직과 사업 전체의 비전과 방향성을 고민하고 그려내어 구성원들에게 전달해야 하고, 실무진은 이를 토대로 어떤 실행 전략으로 이 미션과 비전을 달성할 수 있을지를 깊게 고민하고 데이터로 검증하고 빠르게 실행해 나가며 성장을 만들어 내야 한다.


"메타에 그렇게 오래 남은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많은 이들이 이런 질문을 할 때면 나는 늘 보텀업 컬처(Bottom-up culture)를 가장 먼저 꼽곤 한다. 보텀업은 ~ 주어진 프로젝트의 전 과정 즉, 아이디어 수집부터 제품 론칭에 이르기까지 실무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일하는 것을 뜻한다.

보텀업 컬처는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그 일을 접하는 사람들이 그 일을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일도 그들이 주도하는 게 맞다는 철학에 기반한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철저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즉 데이터를 가지고 이 일을 계속 진행시켜야 할 이유가 있음을 증명해야 하고, 만일 그것을 뒷받침하지 못하면 언제라도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한다. 이러한 암묵적인 룰이 존재하기에 누구나 업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팀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고 회사 입장에도 리스크가 낮다.

물론 아무리 데이터와 실행의 이유가 충분하더라도 조직 구성원들이나 임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면 보텀업 방식은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고 팀원들 간의 협업도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이 모든 과정을 지휘하는 실무자의 역할과 책임이 대단히 중요하다.

우선 큰 그림의 비전은 반드시 경영진 혹은 조직 상층부의 리더가 잡아야 한다. 조직 전체의 비전과 방향이  잡힌 다음에야 구체적인 전략과 업무를 보텀업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비전이 정해졌다면 어떤 제품과 과정을 통해 그 비전을 달성할 것인가는 팀 혹은 실무자에게 맡긴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준다. 그리고 실무자와 관리자 사이에 프로젝트 진행방식, 결과, 책임에 대한 기대치를 정확히 잡고 일을 시작한다. 중간중간 그 기대치를 서로 확인하며 모든 절차와 의사결정의 기준점으로 삼는다. ~ 다시 말해 결과에 대한 기대치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보텀업 컬처가 자리 잡으려면 데이터에 기반한 업무 습관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데이터를 단지 '숫자'라고 오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데이터는 시장 데이터, 다양한 형태의 실험을 통한 가설증명, 사람들의 반응과 감정을 측정할 수 있는 질적 데이터까지 모든 것을 포함하는 용어다. 팀은 이렇게 이미 알고 있는 수집가능한 데이터와 실험등을 통해 찾아야 하는 데이터를 분류해 프로젝트에 대한 확신을 조금씩 높여가야 한다.

실무자가 주도권을 많이 잡고 일하는 문화일수록 실력과 책임감이 강한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팀을 초기에 구축하는 단계라면 책임감이 강하고 경력이 있는 시니어 직급을 먼저 고용한다. 그들에게 어려운 전략을 맡기고 이후 그 일을 도울 직원을 뽑는 것이 좋다.


보텀업 컬처는 결국 조직의 소중한 자원인 시간과 사람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방법론이라고 봐야 한다. 특히 이러한 업무 방식의 강점은 실무자들의 문제해결능력 근육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직문화에서 실무자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문제 정의, 해결 방안 및 근거 도출, 이해관계자 설득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모두를 잘해야 한다. 비전에 더 가까이 갈 수 있고,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문제를 잘 찾아내야 하고 또 그에 대한 해결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근거 역시 뾰족해야 할 것이며, 또한 상위 리더, 함께 협업하는 이해관계자들을 설득(align)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문제해결능력 근육이 단단해질수록 조직 전체의 업무 스탠더드는 높아지며, 더욱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2장. Feedback Culture : 망하는 회사의 공통점은 직원들의 피드백이 없었다는 것


팀의 구성원들이 칭찬과 격려, 혹은 개선 요청이든 자신의 의견을 조직의 경영진, 리더에게, 동료 간 활발하게 하는 조직과 이러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 적막한 조직 중 어느 곳이 건강한 상태이며, 성공의 가능성이 높을까? 나는 압도적으로 전자가 그 가능성이 높은 조직이라고 생각하고 후자는 침몰을 걱정해야 하는 매우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기업들이 경영진, 리더, 구성원 간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이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여러 방안들을 실행한다. 이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기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와 구성원 사이 소통을 원활하고 활발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동의든 반대든 어떤 의견이라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논의할 수 있는 피드백 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망하는 회사의 공통점은 직원들의 피드백이 없었다는 것이다." 메타의 COO였던 셰릴 샌드버그가 매년 회사의 전체 팀장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리더십 강의에서 했던 말이다. 문제점들을 발견하고도 침묵하는 직원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하면 제아무리 대단한 회사도 무너질 수 있을 만큼 피드백 컬처는 회사의 존폐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회사의 생존과도 직결될 정도로 중요한 피드백 컬처는 사실 직원의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직원들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조직의 가치관과 자신의 가치관이 서로 일치하길 원한다. 그러려면 반대 의견도 거리낌 없이 표출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업무는 늘 '기대치'에서 시작하고 '결과'라는 목적지까지 수없이 많은 피드백으로 채워져 나간다. 직원과 회사(방향성, 전략, 제도, 회사생활의 만족도), 직원과 제품(제품의 방향성, 퀄리티), 직원과 직원(서로 간 협업, 개인의 성장과 성과)

피드백의 궁극적인 목적은 단순히 문제점을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큰 임팩트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제안'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메타에서는 약점(weakness)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대신 성장 영역(growth area)이라는 말을 써서 모든 피드백을 성장의 기회의 수단이라고 여긴다. 완벽주의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우린 항상 성장할 기회가 있다'는걸 받아들이면 피드백은 성장에 가장 도움이 되는 고마운 요소로 바뀐다.

좋은 피드백은 투명성(내용의 솔직함과 진정성이 있다), 시의성, 공정성, 친절함(상대방을 돕고자 하는 의도), 실행가능성(문제점뿐 아니라 해결에 대한 자신만의 제안)과 같은 원칙으로 공유됐음을 의미한다. 아무리 솔직하고 투명한 피드백이라도 친절함이 빠지면 받는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피드백을 자주 듣는 것은 사실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리더들은 꾸준히 피드백의 목적과 직원들의 임무를 상기시켜주어야 한다. 피드백이 성장의 기회가 아닌 어떤 징계처럼 껴지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먼저 '경청하기'다. 중간에 변명이나 반응을 하고 싶어도 이 시간은 피드백을 듣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일단 듣는다. 그리고 피드백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요점을 반복해 생각하면서 자신이 이해한 내용이 옳은 지 직접 물어보며 확인한다. 피드백을 듣는 동안 떠오르는 여러 감정들에 바로바로 반응하지 않는다. 어려운 피드백을 받았다면 일단 감정이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그 후 피드백을 혼자 또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복기해 본다. 감정이 정리되고 개선방법도 찾았다면 주변 동료들에게도 일대일로 또는 공개적으로 개선의지를 표출하고 개선계획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한다.

많은 피드백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성이란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하고, 피드백을 자신의 진정성을 희생하지 않는 선에서 수용하며 개선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살아온 배경, 커리어, 그에 따라 형성된 관점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모이자마자 완벽한 팀워크를 보이며 협업하고 성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팀원들 간 협업의 효율과 가능성, 신뢰를 만들기 위해 활발하게 피드백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과정자체는 쉽지 않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 서로의 강점과 성장이 필요한 점을 명확히 인지하게 되면 팀으로서 각자의 강점은 살리고 부족한 부분은 다른 동료들을 통해 보완하며 팀으로 성과를 내는 방식에 익숙해지게 된다. 결국 이러한 방식이 팀에 깊이 자리 잡을수록 그 팀은 더욱 단단하고 강해지며 꾸준히 성장하며 성과를 낸다.


이러한 피드백 문화가 팀 내에 자리 잡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게 리더의 역할과 노력이다. 먼저 솔선수범하며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부족한 부분에 대해 솔직히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조직과 리더에게 하고 싶은 말, 궁금한 것, 개선점에 대해 주기적으로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사 그러한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부족한 부분, 개선이 필요한 점에 대해 피드백을 받더라도 용기를 내어 피드백을 준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현해야 하고, 잘못한 일은 즉시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리더로서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또한, 그 피드백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개선할 것이고 실천하고 있는 지를 꾸준히 공유하고 개선하는 모습을 보일 때 팀원들 역시 그렇게 피드백하고 개선하며 성장하게 된다. 


물론 많은 팀원을 매니지먼트하는 리더일수록 받게 되는 피드백의 양도 엄청나게 많아진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여러 가지 리더십 방법론, 기술에 대해 학습하고 실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가치관과 강점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한 진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피드백을 효과적으로 수용하고 개선해야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다. 만약 나의 진정성과 내가 속한 조직 안에서 받는 다수의 피드백이 상충한다면 그것은 자신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기보다는 나와 조직의 적합성(fit)을 고민해서 대처하면 된다. 



4장. Manage Up : 내 상사는 내가 관리한다


우리는 어떤 조직에서 실무자를 맡기도 리더를 맡기도 한다. CEO가 아닌 이상 결국 모든 구성원들은 조직 내에서 어떤 층위(layer) 건 내 상위 리더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본 장의 제목인 매니지업은 내게 주어진 역할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리더를 관리하고 돕는다는 개념이다. 나는 현재 회사, 그리고 이전의 회사들에서 주로 CEO 혹은 HR부문의 리더와 일을 해왔다. 나 역시 그들이 기대하는 성과를 달성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와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전부터 깨닫고 노력해 왔다. 리더가 나를 잘 활용하여 성과를 내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상호 간 능동적으로 노력하고 협업할 때 좋은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한다. 특히 조직 내에서 내가 역할, 역량, 경험 측면에서 어떤 성장을 만들고 싶은 지를 리더에게 먼저 설명하고 필요한 도움과 피드백을 주기적으로 받아갈 때 나 역시 목표한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상사를 돕는다는 말은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상사가 알아야 할 정보를 먼저 제공한다. 두 번째로 상사에게 받아야 할 도움을 스스로 요청한다. 마지막으로 상사에게 먼저 피드백을 요청하고 또한 제공한다.

매니지업은 개별적 업무와 성과관리뿐 아니라 자신의 커리어 관리에도 적용된다. 커리어에 대한 자신의 포부와 방향은 자신이 제일 잘 알기 마련이다. 상사에게 자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도움을 요청하며 커리어 달성의 주도권을 스스로 갖는 것 또한 매니지업의 하나다.

시니어 레벨일수록 강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맡아서 시너지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에 상사에게 자신의 관심사를 자주 표현하도록 한다. 프로젝트 배분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서로 더 잘 알게 되어 연대감을 쌓는 데도 효과적이다.

모든 일은 시작하기 전에 결과에 대한 기대치를 정확히 짚고 넘어간다. 같은 목표와 기대치를 달성하기 위하여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소통하는 것이 좋은지 정한다. 구체적으로 일주일에 몇 번, 언제 어떤 방법으로 소통하길 원하는지 서로 미리 합의한다.

상사가 물어보기 전에 알아야 할 업무 정보를 미리 제때 전달한다. 상사가 마치 자기 업무인 것처럼 내용을 줄줄이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반복해서 전달한다.

 상사에게 자신의 기대치를 상기시키며 '기대치 대비 나의 성과는 어떤가?' 하는 피드백을 늘 요청한다. 업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다. 꾸준히 피드백 시간을 가지며 서로의 기대치를 이해하고 업무 내용들을 늦기 전에 조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상사가 준 도움에 대해서는 피드백을 제공하면서 상사가 앞으로 나를 더 잘 도와줄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문화는 그 일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주도권을 주는 보텀업 컬처, 그리고 투명하게 소통하는 피드백 컬처와 함께 이뤄질 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팀을 맡은 리더에게는 현재와 미래를 모두 바라보고 준비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미션이 주어진다. 즉 주기적인 일상 업무를 살피고 중간중간 발생하는 돌발성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특정 주기별로 세운 목표와 기대 성과가 달성되게 팀을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병행하여 회사의 미래 전략에 맞추어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세부전략을 꾸준히 그리고 점검해 나가야 한다.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나와 팀원 간 매니지업, 그리고 나와 상위리더 간 매니지업은 매우 중요한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효과적으로 잘 이루어지면 팀의 업무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고 전체적인 성과 향상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또한 구성원과 리더 본인, 상위 리더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며 관계가 개선되고 신뢰가 쌓이게 된다. 이는 결국 리텐션의 향상과 성과평가의 공정성 모두가 좋아지는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러한 매니지업을 잘하기 위해서 주기적이며 양 주체 모두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일대일 미팅을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일대일 미팅의 기본 스탠스는 '부하직원' 중심이다. 리더를 위한 시간이라기보다 구성원을 위한 시간으로 그들이 안건을 미리 준비하고 정리하고 사전 공유해 줄 것을 요청하고, 리더는 그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참여해야 유의미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이 미팅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미루거나 주기를 넘기지 않고 꾸준하게 진행하고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 그래야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의 신뢰를 기반으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로 활성화된 재택, 원격근무 환경에서 이러한 매니지업 활동은 원격근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미스커뮤니케이션, 효율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 조치다. 



5장. Parallel Track (IC-Manager) : 승진의 길은 한 가지가 아니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 경영진분들과 조직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눌 때 항상 나오는 주제가 구성원들의 내부 성장 경로에 대한 고민이다. 인원이 적은 초기 스타트업(30~50인 미만)부터 성장기에 접어든 곳(100 ~200명) 가리지 않고 나오는 주제다. 일정 정도의 규모와 직책 체계(Hierarchy)를 갖춘 기업이라면 사원 - 대리 - 과장 - 차장 - 부장 - 임원과 같은 승진 경로가 존재하지만 대다수의 스타트업은 조직 구성에서도 효율성을 가장 우선하여 고려하기에 이러한 층위를 단순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위 주니어라 불리는 커리어 초반에는 실무자 역할을 수행하며 경험과 역량을 쌓는다. 이미 경력을 쌓아 스타트업으로 커리어를 이동해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구성원들에게 이러한 조직구조는 자신들이 조직 내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모호함을 주기 마련이다. 즉 매니저가 되지 않으면 나는 이 조직에서 성장하지 못하게 되는 것인가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에서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본 장의 제목인 평행 형태의 직무 경로를 설계하고 운영하여 구성원들이 조직 내에서 각자의 성향과 강점, 커리어 방향성에 따라 '리더(매니저)'와 '실무 전문가' 두 가지 경로중 선택하여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많은 국내 IT 기업에서도 이러한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내가 일했던 회사에서도 이 제도를 설계하고 도입했고, 결과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모호했던 구성원들의 조직 내 성장경로를 만들고 이에 따라 역량과 전문성을 인정받고 보상받으며 커리어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조직 내에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경로가 구체적으로 존재하는가 만으로도 구성원들의 리텐션에는 매우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조직과 구성원의 특성에 맞게 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잘 운영해 나가야 함은 제도의 ROI를 높이기 위해 매우 당연하다.


https://www.talent.io/p/gb-articles/how-to-build-a-career-as-an-individual-contributor

메타에서는 '평행트랙(Parallel track)'이라는 제도를 통해 승진의 길이 관리자와 전문가 두 가지로 나뉘고 언제든지 강점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뉘고 언제든지 강점에 따라 두 트랙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평행트랙제도에서는 어떤 특정한 레벨에 도달하면 IC(Individual Contributor, 실무자)와 관리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IC는 '업무'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관리자는 팀 구성원들이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성장을 경험하도록 '사람'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 사람에 관한 모든 업무를 관리자가 다 맡기 때문에 IC는 온전히 업무에만 집중해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메타에서는 두 커리어의 옵션을 똑같이 책정하고 있다. 각 레벨에 따라 똑같은 연봉을 받고, 동등한 존중과 권한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며, 중간에 아니다 싶으면 바꿀 기회도 제공한다. 

'평행트랙'제도가 존재해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이처럼 직원들의 만족도는 물론 회사의 성과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리더십보다 일 자체를 훨씬 더 잘하는 사람도 있고, 팀장이 너무 되고 싶은데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사람도 있으며, 좋은 관리자가 될 만한 역량을 갖고 있지만 좀처럼 그 일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런 특수성과 역량의 차이 등을 모두 반영하여 최적의 옵션을 선택하도록 돕기 위해 평행 트랙이 존재하는 것이다.

싱글 트랙에선 커리어 옵션이 없기 때문에 실력 있는 전문가들이 경력이 쌓이면 이직을 택할 확률이 높다. 회사입장에서는 심각한 인재 누출이 일어나는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평행트랙 제도는 인재확보에 매우 유리하다. 각자 더 좋아하고 더 잘하는 일에 집중하도록 선택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평행트랙 제도는 조직 관점에서는 구성원이 역량, 성향, 전문성 측면에서 가진 강점을 극대화해 활용할 수 있게 하고, 개인 관점에서 자신이 목표하는 커리어 방향성에 따라 얼마든 조직 내에서 성장하고 인정받고 나아갈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제도는 이미 수십 년간 운영이 되어왔고 많은 사례와 자료들이 존재하는 만큼 초기 설계가 어렵지는 않지만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념해야 할 포인트들이 있다. 바로 보상, 권한, 승진에 대한 운영정책이다.


먼저 두 트랙의 동일한 레벨에게 동일한 연봉 밴드를 제공할 것인가이다. 둘을 동일하게 구성했을 때의 장점은 위 책 인용 부분에 언급이 되어있다. 다만 조직의 특성에 따라 매니저가 더 희소하며, 역할의 밸류체인 측면에서 더욱더 중요성을 갖는다면 이러한 부분을 반영하여 조정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다만 권한의 경우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 중요한 전략을 고민하고 기획해야 하는 회의, 특히 의사결정에 있어 특정 영역의 전문성이 매우 중요할 경우, 해당 회의에 참여하는 매니저와 유사한 레벨의 IC도 함께 참석하게 하여 중요한 정보도 제공하고 발언권과 결정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권한 부여에 따라 각 트랙 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의 역할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트랙의 승진이 더 어렵다거나 모호하게 되면 제도의 본원적 취지와 효과를 얻기 어렵다. 이를 위해 각 트랙의 레벨별 기대치와 필요한 역량, 전문성, 성과에 대한 기준들이 명료하게 문서화되고 투명하게 공개되어 구성원들이 이를 미리 인지하고 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히 각 트랙별 레벨에서 승진 검토 대상인 구성원들이 있다면 해당 구성원에게 미리 반기, 혹은 일 년간 상위 레벨의 기대치, 책임과 해당하는 업무를 맡겨보면서 자신이 그 레벨과 역할에 적합함을 스스로도 그리고 동료와 리더들에게 증명하며 올라갈 수 있게 하는 형태로 운영을 하는 것이 상호 간 시행착오를 줄이며 동기부여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6장. Strength-based Culture : 잘할 뿐 아니라 즐기는 그 일을 하라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성장시켜 가는 과정에서, 그리고 조직의 관점에서 구성원들이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활용하는 것과 약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하는 것 중 어느 방향이 더 효과적이며 중장기적으로 도움이 될까.


물론 양쪽 모두 장단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스타트업 조직에서 필요한 사람은 압도적으로 전자라고  이 역시 가장 희소한 자원인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며 성장의 그래프를 높이는 데 더 유효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더로서 팀을 빌딩하고 이끌어 오는 과정에서도 난 구성원들 각자가 가진 강점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팀원을 영입할 때도 기존의 팀원들이 갖고 있지 못한 점을 강점으로 보유한 구성원으로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팀으로서 여러 강점이 균형되게 있게 구성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고, 이는 매니저가 팀을 운영해 나가는 과정에서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 장은 메타의 강점 기반의 조직문화에 대해 설명하며 이를 통해 성과를 내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메타에서는 강점을 단순히 잘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즉, 강점에 맞는 일은 오랜 시간 지속했을 때 에너지가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충전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장기간 즐기면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남보다 배로 강점을 더욱 발달시킬 수 있다는 얘기였다.

강점기반의 조직문화에서는 어느 정도 실력에 이르면 단점을 고치기보단 강점을 더욱 키워서 최고의 전문가로 만드는 데 집중한다. 그렇게 모두가 강점을 찾고 살려서 성장할 수 있도록 회사가 길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구성원들 모두가 자신의 강점을 회사의 방향과 일치시켜 일하며 성장한다.

강점이란 말을 들으면 보통 기술적인 능력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 사람의 강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의할 수 있다. 먼저 기술은 '어떤 소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말한다. 두 번째로 문제 접근법은 '남들과 다르게 보는 관점이 있는가'다. 세 번째는 행위로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가'다. 네 번째는 관심분야나 가치관으로 '어떤 주제가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가'다. 마지막으로는 업무 스타일로 '어떤 스타일로 일할 때 가장 효율이 높은가'다. 이러한 요소들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면 이런 사람이 해야 할 프로젝트나 업무가 대충 감이 잡힐 것이다. 

강점기반문화를 제대로 확립하기 위해 먼저 조직부터 강점기반 문화를 실천하는데 모범을 보인다. 즉, 우리 조직만의 차별화되고 독보적인 강점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강점을 기반으로 조직의 비전을 정립하는 것이다. 

팀을 설계할 때는 특히 팀 리더들의 강점이 조직의 비전과 어떻게 일치하는지 찾아야 한다. 여기서 '일치'는 비전에 맞춰 나의 강점을 찾고 키우고 훈련하여 이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뜻하는 말이다. 즉, 리더는 조직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일들을 직원이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잘 연결시켜줘야 한다. 그리고 팀원들의 지난 성과를 살펴보며 강점 중심적 평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대부분 사람들은 10%의 부족한 면에 집중을 하고 90%의 잘한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곤 한다. 이때 90%의 강점에 포커스를 맞춰 어떻게 하면 잘하는 것을 더욱 잘하게 할 수 있을지 알려주어야 한다. 결국 직원이 자신의 강점을 더 살려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는 목표를 세우도록 유도한다.

약점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걸까? 일단 대답하자면 약점에 따라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먼저 무시할 수 있는 약점이다. 약점 중에서는 강점으로 충분히 보완가능하거나 자신의 업무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약점이 있다. 또는 상반되는 강점을 가진 사람과 협업하면서 보완가능한 약점도 있다. 이러한 경우 그 약점은 무시해도 된다. 그렇다면 개선해야 할 약점은 무엇일까? 조직의 제도나 문화에서 용납되지 않는 행위는 무시할 수 있는 약점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없다. 이러한 행위는 반드시 강도 높은 경고를 통해 고치거나 개선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강점기반문화의 장점은 궁극적으로 조직 전체 성과 향상에 유의미한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는 기본적으로 자기 객관화(메타인지)와 성찰에서 시작하게 된다. 본인을 제삼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을 인지하고 본인 커리어의 목표 안에서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업무에 어떻게 임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구성원들은 일에서 목적성과 의미를 갖고 나와 조직의 성장을 위해 일하게 된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직을 운영하는 전략 관점에서도 구성원 각자가 가진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게 적재적소에 활용한다면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회사에 성과를 가져다주도록 만들 수 있다.  특히 고성과자일수록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고 몰입하기를 원하는데 이러한 문화는 그들에게 높은 동기부여를 제공할 수 있다.



7장. Impact driven culture : 마지막 열쇠, 결과에 대한 책임


앞서 언급한 메타의 조직문화를 살펴보면 스타트업 조직의 특성상 매우 타당하고 운영관점에서 검토해 볼 만한 요소가 많아 보인다. 장점이 많고 그에 따라 이러한 문화를 조직에 이식하고 싶은 욕심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각자가 속해있는 조직의 실태를 살펴보면서 과연 우리 조직에서 이러한 문화가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해서 고민이 드는 것도 지극히 당연하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 조직일수록 구성원들의 역량과 경험 수준, 소위 인재밀도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스타트업들이 탁월한 수준의 역량과 풍부한 경험, 높은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 조직을 꾸리고 싶어 하지만 실제 이러한 스테이지의 조직들에는 커리어상 아직 초기 진입, 성장 초기에 있는 구성원들도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에서 구성원들에게 "자율과 권한, 책임"을 주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러한 문화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가치에 부합하는 사람들로 조직이 구성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경험과 전문성의 수준 역시 매우 중요하고 이러한 문화의 효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만 기본적으로 전자가 충족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메타의 조직문화를 완성하는 마지막 열쇠인 '책임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실력자를 찾아 고용하거나 아니면 경력이 없더라도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잘 활용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발굴하여 성장시키고 유지하면 된다. 그리고 그걸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결과물에 대한 책임제도다.

책임제도란 기대치를 초기에 잡고 반드시 그 기대치만큼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을 말한다. 메타에선 모두에게 성장할 기회와 환경을 충분히 마련해 주었다. 그런 후에 결과의 임팩트를 평가해서 성장을 촉진시키든지, 그게 불가능하다면 회사 밖에서 다른 길을 찾도록 도와주었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능력 있는 직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고, 그들에게 충분히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믿고 조성해줄 수 있었던 것이다.

자율적이고 책임이 강한 독특한 조직문화를 즐기고 잘 활용하며 개인의 성장과 조직의 성과를 잘 연결시킬 수 있는 직원들로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직원들을 가려내고 유지하기 위해 제도를 신중히 설계해야 한다. 결국 결과에 대한 책임제도와 그 제도를 통해 유지되는 실력 있고 주도적인 직원들이 바로 자율적인 조직문화가 성과로 이어지는 마지막 열쇠인 셈이다.

이러한 결과를 중심으로 하는 문화의 핵심요소는 기대치 합의, 임팩트 정의, 평가시스템, 직원고용과 유지다. 

기대치란 한 조직이 함께 만들어갈 임팩트에 대한 약속을 뜻한다. 그리고 기대치는 조직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그림을 머릿속에서 떠올릴 수 있도록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비전과 미션, 팀의 분기/반기별 목표, 정량 지표, 팀원들의 분기/반기별 목표다.

임팩트는 결과물이 실제로 세상에 끼치는 영향을 뜻한다. 단순한 수치변화가 아니라 그로 인해 생긴 새로운 가치 혹은 해결된 문제가 끼치는 영향력까지도 모두 포함된다. 업무결과물에 대한 측정 가능한 임팩트가 있고 그 외에도 측정가능하지 않은 전략이나 퀄리티에 대한 기여도, 혹은 회사 내 각종 커뮤니티를 위한 노력이나 헌신도 임팩트로 취급한다.

평가시스템은 기대치와 비교했을 때 실제 결과에 대한 평가를 뜻한다. 분기/반기별 결과물에 대한 실제 성과를 측정하는 평가 시스템의 점수는 보통 초과, 달성, 미달성으로 구분하고 그 외에 초과나 미달성의 정도에 따라 점수가 더 나눠지기도 한다. 메타에서는 달성 자체로도 최고 점수를 받는다고 할 정도로 각 레벨에 요구하는 기대치가 높은 편이다. 평가 점수가 각 분기/반기별 성과자체(what)에 대한 평가라면 승진은 그 성과를 어떻게(how) 달성했는지에 대한 능력과 행위를 기반으로 결정한다. 여러 번 성장기회가 주어졌고 피드백을 통해 개선할 기회가 주어지는데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점수를 두 번 이상 받으면 그 직원은 경고를 받게 된다. 경고를 받은 직원은 주어진 기간 안에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야만 한다. 이때 성장과 변화의 책임은 그 직원뿐 아니라 적절한 도움을 제공해야 하는 상사에게도 있다. 경고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그때는 메타의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결정을 내린다. 이러한 해고 결정을 듣는 사람에게 절대 갑작스러운 소식이 되지 않도록 그전부터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주지 시킬 필요가 있다.

자율적이고 책임감이 강한 조직문화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에는 의욕, 주도성, 자기 객관화라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줄 아는 의욕적인 사람만이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자기 인식을 통해 성장 방향과 기회를 정확히 알아차릴 수 있다. 또 그런 사람만이 적극적으로 문제해결방법과 전략을 설계하여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 이 세 가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게 되면 자율적 조직문화를 발판 삼아 뛰어난 성과도 이루고 개인의 성장도 만끽할 수 있다.

직원을 고용할 때는 하드스킬(기술적 역량)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성장의 잠재력을 보려면 소프트스킬(소통, 팀워크 문제해결역량 등) 측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내가 자율적 조직문화에 적합한 사람인지, 그리고 우리 조직에 자율적 조직문화가 적합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위에 언급한 세 가지 특성(의욕, 주도성, 자기 객관화)에 나 자신, 그리고 우리 팀의 구성원들이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살펴보면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애초에 이런 문화는 그에 적합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조직에서 활용될 때 그 본원적 목적과 강점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재를 채용하는 단계부터 이를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 실제로 내가 이전 회사들의 채용 인터뷰에서 항상 집중해서 검증하려 했던 영역이 자기 객관화와 그 사람의 가치관이다. 


요새처럼 각자 직무 역량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쉬워진 세상에서 역량과 능력은 스스로든, 조직 내에서든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치는 개인이 가진 깊은 동기와 성향을 알 수 있는 요소이다. 특히 스타트업 조직에서 스스로 문제와 일을 정의하고 대안을 탐색하여 실행하는 주도적인 인재를 찾기 위해서는 그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깊은 동기를 살피고 어떻게 구성원과 협업할지, 아무도 안 보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스스로를 통제하고 행동할지를 파악해야 한다. 가치가 그 사람의 잠재력과 성장을 위한 행동반경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과평가에 있어서 아무리 직책, 레벨별 기대치가 문서화되어 있어도 리더별로 주관적으로 해석을 하기에 조직마다 기준의 차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공정성이 결여될 수 있다. 그러므로 리더들은 주기적으로 이러한 기준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며 공정함을 점검해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HR은 항상 일관된 기준이 조직 전체에 유지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고 거의 2년 넘게 평가제도를 운영하며 막바지에 되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도 아쉬운 부분 중에 하나다. 


그리고 구성원 각자 스스로가 자신이 해당 시기동안 부여된 역할과 기대치 대비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정리하고 리뷰하는 과정에 대해 정리의 기준을 미리 잡아준다면 주관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일관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정리된 평가 결과를 팀원에게 안내하는 단계에서 이 평가가 최종적으로 도출되기까지의 과정과 나온 의견들을 충분히 설명해 주는 것이 상호 신뢰 향상에 도움이 된다. 특히 공식적인 분기/반기 평가가 진행되기 전 주기적인 일대일 면담을 통해 기대치대비 성과가 어떠한지, 현시점에서 예상되는 분기/반기 평가 의견이 어떤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주는 것이 매우 매우 중요하다. 구성원이 결과를 보고 매우 당황 해하거나 놀라서 납득하지 못한다면 리더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공식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기 전 지나온 많은 시간 동안 리더는 팀원에게 충분히 더 좋은 결과를 위해 피드백하고 개선기회와 도움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늘 팀원들의 기대치 대비 실제 업무 결과물을 파악하며 그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해야만 한다. 



모든 기업은 각자 고유한 정체성과 목표와 비전을 갖고 있다. 시간이라는 자원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것이 지니는 상대적 가치와 중요성은 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스타트업은 특히 시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이 책에서 언급한 자율과 책임의 문화는 그들이 찾는 해답 중 하나로 고민해 볼 여지가 있다. 특히 스타트업 조직에 합류를 원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스스로 일의 의미를 찾고 동기부여를 하며 더욱더 자율성,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문화의 특성과 강점을 잘 활용하면 조직과 사업의 성장에 매우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문화와 핵심가치를 정의하고 이에 기반한 일하는 방식으로 모두가 일하게 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단기간에 완성할 수 있지도 않고 조직의 성장에 맞게 꾸준히 시도하고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 일중 하나다. 이러한 일을 책임지고 있는 창업자, 경영진, 리더, HR 담당자분들이 끈기와 에너지를 잃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시기를 기원한다. 나 역시 앞으로 내내 그러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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