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찾아 한라산을 가보다.

by 김기만

겨울에 눈이 내리면 모두가 좋아한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랄 때 보면 눈이 내리면 강아지가 제일 먼저 짖는다. 그리고 세상이 하얗게 변하면 강아지는 세상이 제 것인 양 온 들판을 돌아다닌다. 그리고 사내아이들이 제일 좋아한다. 남녀차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자 아이들보다 남자아이들이 좋아한다. 눈 내린 들판에서 강아지 마냥 뛴다. 사내아이들은 그리고 혼이 난다. 옷은 다 젖었고 신발은 눈 구덩이에 양말까지 젖어 있고 그것을 말린다고 불 앞에 앉아 있다가 나일론 옷은 불티가 날아 구멍이 숭숭하다. 혼이 날만하다. 어릴 적 우리네 부친들도 좋아했다. 눈이 오면 내년에 풍년이 든다고 좋아하고 눈이 오는 산에 가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동네 사랑방이나 술 파는 가게에서 술 추렴을 한다. 한발 더 나아가 동네 아저씨들끼리 산에 가서 눈먼 토끼를 잡아 몸보신을 한다. 산을 좋아하는 산객들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 그리고 눈을 보지 못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눈이 오면 좋아한다. 산객들은 눈이 오면 아이젠, 스패츠 등 장비가 많아지지만 그 눈을 보기 위하여 산을 오른다. 나무에 눈이 쌓여있는 눈 꽃과 상고대에 감탄을 하면서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설경에 취한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동일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무에 쌓여있는 눈에서 작품을 찾는다. 눈이 오지 않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최근에는 코로나 19로 오지 못하지만 설악산의 설경을 보기 위하여 전세기를 타고 온 것을 보았다.


눈이 오면 싫어하는 사람들은 요즈음에도 그렇고 옛날도 똑같다.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싫어한다. 눈이 오면 기본적으로 도로가 빙판이 된다. 누구에게는 눈썰매장이 될 수 있지만 운전자에게는 곤욕이다. 기본적으로 도로가 미끄럽기 때문에 자동차는 제멋 되로 움직인다. 자칫하면 자동차는 옆의 자동차나 도로를 부딪히는 사고를 일으킨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그 추운 겨울날 체인을 타이어에 감는다. 그래도 한국에서 눈이 많이 오는 울릉도를 제외하고 m단위로 눈이 오지 않아 도로를 확인하는 어려움이 없지만 눈이 많이 오는 알래스카 일본의 삿포르 등은 도로가 보이지 않는 문제도 있다.


눈이 싫은 사람 중에는 가정주부를 빼놓을 수가 없다. 눈이 오면 밖에 나갔다가 오는 아이들은 다 젖어있고 도로는 미끄러워 움직이기 불편하다. 어디 한번 가고 싶어도 돌아다니기 힘든 계절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요즈음은 맞벌이를 하여 가정주부라고 지칭하긴 그렇지만 가부장적인 사회가 지속될 때에는 고단한 삶의 연속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나는 산객이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한 사람으로서 눈이 오면 산으로 가고 싶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눈 산행을 추진한다. 자동차는 눈이 오면 주차시켜 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 눈이 쌓여 있는 등산을 네트워크에서 보라고 하지만 그렇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산 근처까지는 마스크 세상이고 산에서 사람들이 있는 곳은 마스크가 친구를 하지만 산을 어느 정도 들어가면 사회적 격리가 완벽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격리 때문에 등산객들이 많다. 서울 근교에 산행을 해보면 대부분 마스크와 산행이 같이 한다. 하지만, 원거리 산행에 가면 산행객들이 없기에 마스크가 배낭 속에 들어가 있다.


12월 육지에서 눈이 왔다는 뉴스가 있지만,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어 눈이 아직 없다고 보아야 한다. 눈이 있다는 한라로 가보기로 하였다. 전날 산행 준비를 하고 마음을 설레면서 새벽에 출발하는 항공기에 탑승을 한다. 평일 이른 새벽 항공기에 탑승객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라산을 등산하고 싶은 사람은 이렇게 해도 될 것 같다. 주말이 아닌 주중에 제주를 가는 것이다. 항공요금이 절감이 된다.


서울에서 제주노선이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항공노선이라고 한다. 그것도 8시간 정도는 항공기가 이착륙이 금지되어 있는데도 그렇게 붐빈다. 그만큼 제주에 갈급한 것이 많다고 볼 수도 있고 서울 인근에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그렇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서울에 1천만 명, 경기도에 1천만 명, 인천에 3백만 명 살고 있고 이 사람들이 공항을 이용하니 그럴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시간을 아끼기 위하여 택시에 승차하여 관음사 입구로 간다. 한라산은 기본적으로 백록담을 가면 종주가 될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한 등산로 입구는 성판악 또는 관음사 입구가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성판악은 제주에서 서귀포시로 넘어가는 도로 중에 위치하고 있어 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관음사도 대중교통이 접근이 가능한데 우리는 시간을 아끼기 위하여 택시를 타고 접근을 하였다. 택시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니 하얀 눈이 보인다. 구름이 정상을 장악하고 있다. 백록담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관음사 입구에서 출발하면 누구나 힘들어한다고 한다.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는 4시간, 관음사에서 백록담까지는 5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관음사코스를 이용하기로 하였지만, 4시간에 도전한다. 관음사에서 출발하여 2km는 쉬운 코스다.


탐라계곡 목교를 지나면서부터 어려움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산을 오르면서 눈이 있을 것인지는 이제는 관심도 없다. 이제 눈보다는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기만 할 뿐이다. 이곳을 오르면서 베트남에서 온 친구를 만났다. 그렇게 겨울 산행을 준비를 하지도 않고 쇼핑백을 들고 오르고 있어서 어디까지 가나 물으니 눈을 보러 왔다고 한다. 산굼부리의 사슴 조각에 눈이 쌓여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곳은 산굼부리와 거리가 멀며 잘못 왔다고 이야기하면서 이 곳에서 눈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혹, 삼각봉 대피소까지 간 이후 눈이 없다면 하산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출처 : 크라우드 픽(https://www.crowdpic.net/photo)

눈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한라산 1100m 고지 설경이 블로그 등에 올라와 있고 인스타그램에도 이러한 모습이 담겨 있다. 눈이 1100m 고지의 사슴에 있으며 한라의 설경이 있다. 그 장면을 보려고 왔는데 시기가 너무 빨랐고 장소도 잘못 선정하였다.


삼각봉 대피소 근처에 도착하니 11월 눈이 온 흔적이 남아 있다. 등산로에도 눈이 있고 산에도 잔설이 있다. 삼각봉 대피소에서 정상을 바라보는데 구름이 이제는 완전히 가리고 산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오늘 백록담을 보는 것은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삼각봉 대피소를 지나 계곡을 내려가면 용진각 계곡이 나온다. 이곳에선 사시사철 맑은 물이 솟는다. 이곳에서 식수를 공급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겨울에는 거의 필요하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겨울에는 식수가 부족한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렇게 식수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이 한라산에도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곳에 이러한 안내판이 있다 "용진각 대피소는 1974년 건립 이후 30여 년 동안 한라산을 찾는 탐방객들의 아늑한 쉼터로서 보금자리 역할을 해왔던 추억의 산장이다. 한라산 정상이 북벽과 장구목, 삼각봉, 왕관릉으로 둘러싸여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은 히말라야를 연상케 하는 수직의 암벽이 있어 산악인들의 동계훈련장소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나리'로 한라산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백록담 북변에서부터 암반과 함께 급류가 쏟아져 내려 인근 계곡의 지형이 크게 변하고 수십 년 된 고목들이 뿌리째 뽑혔으며 오랜 추억을 간직한 용진각 대피소는 이때 아쉽게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야영을 하면서 겨울 등반 연습을 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옛날에 대피소였던 곳에 겨울용 텐트를 치고 그곳에서 숙박을 하면서 서북능선 등을 등반하고 있었다. 히말라야 등을 가기 전에 눈이 많은 곳에서 등반 연습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 식수도 근처에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왕관릉을 지나는 시점부터는 이제 찬바람도 불고 성판악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바람이 심하게 분다고 한다. 산이 이제 찬바람이 분다. 눈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도 있다. 왕관릉을 오르는 가파른 계단길에 너도나도 잠시의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백록담까지 이제 이 능선을 따라가면 된다. 조금씩 상고대가 보인다. 환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걷는다. 올라오면서 만난 베트남 친구가 이곳까지 올라오면 환상적인 장면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능선을 넘는 바람이 약하기 날리는 눈발을 나뭇가지와 구상나무 잎에 쌍이면서 이제는 눈꽃을 만들고 있다. 잡목에 눈이 얼면서 하얀 산호초를 산 위에 형성하고 있다.


백록담을 풀이하자면 `흰 사슴 연못'이란 뜻으로 옛날 사냥꾼을 흠모한 선녀가 흰 사슴으로 변하여 지상에서 연분을 맺었다는 아름다운 전설이 전해지기도 하고 이러한 전설도 있다. 옛날 힘이 세고 활을 잘 쏘는 사냥꾼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사냥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온종일 산을 뒤져도 새 한 마리 잡지 못했다. 그래서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마침 새 한 마리가 바로 머리 위로 지나가 맞은편 바위 위에 앉는 것이었다. 사냥꾼은 재빨리 활의 시위를 당겼다. 그러나 새는 맞지 않고 포르르 날아가더니 좀 떨어진 바위 위에 앉아 버렸다. 사냥꾼은 다시 한 발의 활을 더 쏘았다. 그러나 허탕이었다. 화가 난 사냥꾼은 다시 세 번째 시위를 당겼다. 그런데 그 화살은 새를 맞히지 못하고 낮잠 자는 해님의 배를 맞히고 말았다. 화가 난 해님은 벌떡 일어나면서 사냥꾼이 서 있는 한라산 정상을 걷어찼다. 그 바람에 산꼭대기가 휙 잘려나가 앞 바닷가에 떨어졌다. 그것이 지금 안덕면 사계리 지경 바닷가에 있는 산방산이 되었고, 한라산 정상은 움푹 들어가 버렸다고 전해진다.

백록담은 보이지 않는다. 구름은 백록담 주변을 감싸 10m 정도의 아래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백록담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백록담 정상석의 인증샷을 남기기 위하여 기다린다. 길게 늘어선 줄은 줄어들 줄 모르고 눈발이 날릴 뿐이다. 풀밭에 있는 나무에도 눈이 내려서 풀은 눈을 녹이고 나무만 눈을 머금고 있다. 40분을 기다려 인증샷을 남기고 이제 성판악 쪽으로 하산을 한다.


사라오름에서 한라산 정상을 보고 싶지만, 구름에 갇힌 한라산 정상은 어디나 똑같아서 포기를 한다. 남해안 통영에 지리망산이 있듯이 이곳도 망 한라산 정상이 가장 잘 보인다고 한다. 이곳에 산정호수가 있는데 산정호수를 지나야 한라산 정상을 조망할 수 있다고 한다.


관음사 쪽은 눈꽃을 만들 정도로 약한 눈이 왔는데 성판악 쪽은 이슬비가 내린다. 같은 한라산이지만 기후변화가 참 많다.

눈이 왔을 때는 산객들이 눈을 구경하고 있지만, 비가 오면 사람들은 서두른다. 눈은 구경을 하지만, 비는 피한다. 진달래 대피소를 지날 때 정상을 바라보지만 구름에 샇여 있을 뿐이다. 한라산은 유난히 까마귀가 많은 것 같다. 탐라계곡의 목교를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마자 까마귀로 만든 조각이 있는데 실물과 유사하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이정표에 앉아 있는 까마귀나 조각의 까마귀나 어느 것이 실물인지 모를 정도로 잘 만들었다.


제주시와 서귀포를 잇는 도로의 중간 지점 가장 높은 곳에 성판악휴게소가 있는데, 이곳은 한라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중의 하나인 성판악 등산로가 시작되는 곳이다. 성판악은 산 중턱에 암벽이 널 모양으로 둘려 있는 것이 성벽처럼 보이므로 성널 오름 또는 한자어로는 성판악이라고 한다고 자료를 찾아보니 있다.

등산로에는 서어나무, 굴거리나무 등 활엽수가 우거져서 삼림욕 하면서 걷기에 좋다고 할 수 있다.


휴게소에 도착하니 돈 1,000원을 내면 인증서를 발급해 준다고 한다. 우리는 백록담 사진을 보여주고 인증서를 받았다.


12월 겨울의 백록담은 계절의 교차를 보여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