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봄비와 여름 비는 남쪽에서부터 시작한다. 남서쪽의 해안에서 시작하여 북북동 하는 비구름에 따라 비는 온다. 이번 주도 비는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다. 북북동 하는 구름의 영향을 감안하여 등산할 수 있는 산을 찾는다. 연천, 포천의 인근의 산을 찾는데 이번에는 연천의 고대산이다. 고대산은 경기도에서 민간인이 휴전선 인근에 가장 가깝게 등산할 수 있는 산이다. 이곳에서 북쪽을 볼 수 있다.
휴전선 인근의 산을 가는 것이 어디에나 있다. 경기도에 있어서 연천. 가평, 포천에 위치에 있는 산이 대부분이다. 연천에 있는 산은 감악산, 고대산 등이 있다. 감악산은 파주, 양주, 연천에 걸쳐 있는 산이지만 연천 남쪽에 위치하고 있고 고대산은 연천이지만 철원과 붙어 있어 연천의 북쪽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연천은 한국전쟁 이전에 38도선 북쪽이라 북한 땅이었다.
파주에서 37번 국도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연천을 들어가는 입구인 한탄강을 건너는 지점에 옛 38도선을 알리는 돌비석이 있다.
아내와 함께 비를 피하면서 산으로 갈 수 있는 곳을 찾아가는데 연천을 가기 위하여 서울문산 간 고속도로를 이용한 후 당동 ic를 거쳐 연천으로 가면서
"연천은 38도선 북쪽이냐"
"그래서 아직까지 37도선인 것이야 37이라고 쓰여있는데"
재미있다. 37번 국도를 표시하는 숫자 37번이 도로 표지로 곳곳에 있다. 37번 국도가 38번 도선 인근을 지나면서 연천 포천 그리고 가평으로 연결되어 있다. 38도선은 거의 넘지 않는다.
고대산은 예전에 경원선의 종착지였던 신탄리역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지금은 백마고지가 종착지다. 예전에 철원역에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표지와 함께 녹슨 기관차가 서 있었다.
신탄리역은 그래도 사람들의 애환이 있어서 많이 찾는다.
동두천역에서 신탄리역까지 시내버스(39-2번)가 다니고 연천 미라클 야구장이 있는 고대산을 찾았다. 고대산을 유래를 찾아보니 "큰 고래"라고 부르고 있으나, 이것은 신탄(薪炭) 지명에서 연루된 것으로 보이며 "방고래"(땔나무를 사용하는 온돌방 구들장 밑으로 불길과 연기가 통하여 나가는 고랑을 고래하고 함)를 이르는 것으로 고대산은 골이 깊고 높아 고대산(高臺山)이라고 한다.(출처:대한민국 구석구석) 신탄리는 고대산에서 나무를 채취하여 숯을 굽어서 신탄리가 되었다고 한다.
고대산 인근에 고대산 리조트가 있고 자연휴양림이 있다. 고대산 버스종점 인근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시키고 리조트 인근을 거쳐 등산로 입구로 가는데 우리가 너무 일찍 주차시켰다, 리조트 입구 쪽 즉. 등산로 초입에 주차를 하였어야 했다. 그래도 걸으려고 왔고 문제가 없다. 등산로를 찾아간다.
고대산의 등산로는 3개가 있다. 1 등산로는 초입에서 보면 오른쪽 3 등산로는 초입에서 보면 왼쪽 2 등산로는 가운데이다. 여기에서는 1코스, 2코스, 3코스라고 정리해본다. 등산로와 코스가 혼재되어 있는 이정표도 있어 그렇다.
계획은 3코스를 이용하여 1코스로 하산을 하는 것이었다.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2코스로 올라간 후 3코스로 하산을 하였지만 계획은 거창하였다. 아쉬움이란 2코스의 말등바위와 칼바위를 못 보는 것이 아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 다 보았다.
오토캠핑장을 지나자마자 등산로로 들어섰다. 여기서부터 잘못되었다. 바로 잡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것도 놓쳤다. 하지만, 이 길이 더 재미있었다. 3코스는 캠핑장 인근에 있는데 조금 더 올라가야 했다.
등산로에 들어서자마자 방치되어 있는 시설이 보인다. 예전에는 이를 잘 사용했을 것인데 코로나 19로 거의 황폐화되고 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는데 아쉽다.
네이버 지도상에는 정상적으로 가고 있다. 그래도 무엇인가 알바를 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3코스 입구는 좀 더 올라가야 한다는 아내의 말이 귓전을 메아리친다.
언덕에 올라서 보니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잘 갔어야 하는데 잘못 갔다. 옆으로 더가야 3코스인데 위로 올라가는 것에 유혹되어 길을 잘못 든다. 우리가 알바하는 이유는 등산할 때 위로 가는 길에 유혹되고 하산할 때는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 유혹되어 그런 것이다.
인생도 똑같다. 유혹이라는 것이 그것이 잘 갔을 수 있을 것이라고 꾀어서 잘못된 길로 가게 하는 것이다. 등산로도 이런 유혹에 잘 넘어간다.
유혹에 넘어가서 다른 길로 갔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다른 길로 가기도 한다.
갈림길에서 3코스를 가기 위하여 옆으로 가야 하는데 위로 가서 2코스를 만났다. 우리는 3코스 즉, 3등산로를 오르는 것으로 생각했다.
갈림길에서 2코스로 간 부부가 갑자기 올라온다. 그리고 2코스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왜 그럴까 네이버 지도를 보니 우리가 2코스로 왔다. 우리가 유혹에 넘어 간 것이다. 3코스는 갈림길에서 옆으로 가야하는데 우리는 위로 가는 길에 유혹되어서 2코스로 온 것이다. 갈림길에서 잘못 왔다. 내려가서 3코스로 가기보다 2코스를 이용하여 정상으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갑자기 말등바위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멘붕이다.
그 분들이 우리들에게 무엇이라고 했을까 우리는 주차장에서 3코스로 간다고 이야기 했는데 저 사람들이 이리로 왔네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만의 착각이다. 산에서 다른사람들의 등산로를 잘 찾아가고 있는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제 2코스는 정상까지 최단코스다. 정상까지 가장 빠르게 접근을 하면 가파름이 최고다. 생김새가 안장을 얹은 말잔등을 방불케 하므로 《말등바위》라고 부른다. 저것이 말잔등과 유사한지 모르겠다.
여기서부터 칼바위까지 가파르다. 가파름이 심하나 데크는 없고 나무로 계단을 만들고 안전바를 만들어 놓았다. 가파름과 덜 가파름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갈림길도 있다.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그런지 땀이 비 오듯 한다.
비가 예보되어 있는데 비는 오전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아직 이곳은 비가 오지는 않고 햇빛이 난다.
아내는 "비는 이곳에 뿌리지 않고 우리 땀을 이곳에 뿌린다"라고 이야기한다. 아내의 감성이 탁월하다.
가파른 등산길에서 야생화도 카메라에 담고 주변도 보면서 힘든 등산길에 한숨을 들이킨다. 이곳에 라일락 향이 넘쳐나는데 병꽃만 보인다. 여기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털개화나무이지만 못찾았다.
칼바위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칼바위가 된 이유는 양옆의 낭떠러지가 있는 바위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에서 신탄리를 볼 수 있고 철원도 볼 수 있다.
전망대는 바위능선이다. 항상 숲이 있는 능선은 전망대가 없다. 여기서 보는 고대산 정상이 가까이 보인다. 우리는 대광봉을 오른다. 추락주의가 곳곳에 보인다.
비는 아직 근처까지 도착하지 않았다. 정상까지 이동한다.
가파름이 곳곳에 보인다.
여기를 지나면 정상까지는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10년 전쯤 친구랑 둘이서 고대산을 왔을 때 1코스로 하산을 하여야 하는데 2코스로 칼바위 근처까지 온 기억이 있다. 그때도 알바를 한 것이다. 고대산은 이상하게 길을 잘못 드는 징크스가 생길 수도 있겠다.
대광봉 정상까지 한 걸음보다 두 걸음 걸으면서 올라선다.
대광봉 정상에서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민들레와 철쭉이 정상 도착을 축하한다.
삼각봉을 거쳐서 고대봉으로 간다. 능선길에 모노레일이 있다, 헬기장에서 물건을 옮길 수 있도록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1코스는 이곳에서 내려가지만 3코스는 정상을 지나서 내려간다. 1코스를 내려가는 길을 보고 아내는 3코스로 내려가기를 선택한다. 하산길에 폭포도 볼 수 있고 우리가 코스를 잘못 올라온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고대봉 정상은 헬기장이다. 이곳에서 저 멀리 보이는 보개산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철원을 볼 수 있도록 지도를 만들어 놓았다. 철원의 백마고지, 노동당사, 월정리역 등을 표시하여 놓았다. 아내에게 철원을 가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보니 이곳을 올라온 것으로 만족한다고 한다. 모노레일이 이곳을 지나간다.
보개산을 예전에 가려다가 돌아온 기억도 있다. 고대산을 오르고 내리는데 5시간 남짓이라서 더 그랬는 것 같다. 6시간은 산행을 해야 비용편익 분석을 해보면 이동시간과 같거나 많아야 산행을 한 보람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도 이동시간이 4시간 정도 되니 산행시간도 그 이상은 되어야 할 것이다. 오르는데 2시간 30분 소요되었으니 하산도 그 시간쯤 계산해보면 될 것이다.
옛 기억 그러니까 정확하지 않은 기억은 왜곡을 시킨다. 선입견도 왜곡을 시킨다. 오늘은 옛 기억 그것도 10년이나 넘은 기억이 왜곡을 했다. 10년 전 등산로와 지금의 등산로는 차이가 많이 발생하는데 그 기억에 의존해서 3코스로 올라왔으면 실망했을 것이라고 본다. 당시보다 정비가 되어서 그렇게 힘든 코스는 우회길이 만들어져 있다. 10년 전 기억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이 되었다. 능선길을 따라 하산하는 길은 하산로를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생애의 10년 전 기억이 가물가물 해지는 것이 어쩔 수 없고 그것을 기억에 남겨두도록 글을 쓰는 것이다.
능선 끝에서 이제는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간다. 25분을 내려가니 이제는 한숨을 쉴 수 있다.
오르는 사람들이 물어본다. 40분쯤 걸릴 것이라고. 오르는 것이 내려오는 것보다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희망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희망이 있고 없고 차이는 생존을 할 수 있냐 없냐의 차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구소련의 정치범 강제 수용소와 나치의 아우슈비츠의 차이는 희망의 차이였다.
표범 바위와 표범폭포를 보면 이제 가파름도 사라지고 평지길에 대한 희망이 발생하고 그것이 실현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표범 바위와 표범폭포는 바위 문양이 표범 모양하고 하여 그렇게 이름이 붙여져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러한 이름이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표범을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은 한가족이 표범폭포를 전세 내어 쉬고 있다. 폭포물이 떨어지는 곳에 자리 잡고 물고기도 잡고 이른 더위를 피하고 있다. 10년 전 고대산을 오를 때 이코스로 올랐는데 그때는 폭포를 본 기억도 없고 흐릿하게 난 등산로를 올랐는데 오늘은 가파는 등산로를 우회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폭포 상류에서 세수하고 내려왔는데 벌써 지나갔으리라 생각하고 다시 세수한다.
약수터를 지나면서 캠핑장을 내려간다. 우리가 이곳에서 길을 잘못된 이유를 알았다. 이정표를 잘 보아야 한다. 이정표를 잘못 보았을 때에는 신속시 대응을 하거나 위치를 파악하여야 한다.
리조트 대부분 시설은 휴업 중이지만 캠핑장만 가동 중이다. 대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고대산에서 본 야생화는 참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저 꽃을 다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애기똥풀, 꽃마리, 쇠별꽃, 찔레, 양지꽃 등이다.
비는 승용차를 200m 정도 남겨두고 시작하였다.
우중 산행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