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다.
주말은 산으로다.
하지만, 9월은 쉽지 않다.
9월이 되면 조상을 보는 것이 우선이다.
누군가 9월이라는 시를 본 기억이 있다.
우리네 일상은 9월이 되면 산으로 가는데 조상을 보는 것이 우선이다.
오랜만에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조용한 주말이다.
우리에게 온다는 태풍은 일본으로 간다고 한다.
소원은 일본을 좀 더 관통하였으면 하는 것이 우리들의 마음이다.
그런 만큼 일본이 우리에게 인상이 좋지 않다.
9월이 시작하면서 가고자 하였던 설악을 간다.
10월이 되면 설악은 단풍을 보려고 오는 것인지 사람을 보려고 오는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포기하고
9월에 설악을 간다.
안내 산악회 버스를 탑승하지 않고 자유 산행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설악을 즐기고 싶을 뿐이다. 설악이 부른다고 하여 사전에 시외버스를 예약하고 동서울터미널로 발길을 옮긴다. 밤에 비가 온 흔적이 있다. 강변역에 내리고 버스터미널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도로는 바로 전에 비가 그친 흔적이 역력한다. 지하철에서 함께할 지인을 만났다.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지하철에서 만나서 반갑다. 하지만, 큰소리로 이야기하기도 어렵고 말을 많이 하기도 어려운 것이 코로나로 인한 결과이다.
또 한 명의 지인을 터미널에서 만났다. 1달 만에 같이 산행을 하는데 반가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새벽을 거스르고 약속을 지킨 것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지인 간에는 안 좋지만 타인에게는 좋았다. 시외버스가 만석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몇 명이 약속을 어긴 결과 우리는 4자리에 3명이 앉아가면서 1자리는 짐칸으로 쓸 수 있었다. 한계령으로 가는 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6시 5분부터 있는데 인제를 경유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우리가 예약한 버스는 경유한 버스였다. 경유를 하면 10-20분 정도 더 소요된다. 춘천 가는 고속도로는 어느새 가득 차 있다. 동해안으로 동해안으로 사람들은 토요일, 일요일만 되면 간다. 오늘도 그렇다.
어느 약속을 어긴 사람이 신남 휴게소에서 탑승을 한다. 시외버스를 타고 왔는지 아니면 승용차로 왔는지 택시로 왔는지 알 수 없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잠이 취하여 있던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는데 맨 뒷자리로 간다. 버스는 인제를 슬쩍 들르고 원통 정류장에서 한숨 돌리고 한계령을 올라가기 위하여 10분간의 짧은 휴식을 취한다. 군인들이 많다. 외출을 나오거나 외박을 나온 젊은 군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걸어 다니고 있다. 짧은 휴식을 끝낸 버스는 삼거리를 지나 한계령으로 올라간다. 오늘은 금년도 나의 여름 산행의 거의 종착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오늘도 구름과 함께 산행을 할 것 같다. 어떻게 금년도 여름 산행에서 멋진 풍광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영남알프스를 제외하고 지리산, 오서산 등 구름이 함 계하였다. 오늘도 구름이 친구가 될 기분이다. 고개를 오르는 버스 창밖으로 구름이 가득하다. 역시나인 것 같다.
버스는 한계령 휴게소에서 절반의 등산객을 내려주고 오색으로 내려간다. 우리는 오색령이라고 붙여진 이정표를 보면서 새벽에 출발하면서 부족하였던 공복을 달래고 산을 오를 준비를 한다. 고갯마루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아도 구름은 여전하고 바로 이웃한 봉우리도 구름과 함께하고 있다. 한계령 하면 노래가 생각이 난다. 그런 노래가 있기에 한계령이 더 유명해진 것일 수도 있다. 한계령에서 한계령 삼거리까지가 오늘 가장 힘든 구간이다. 2km 정도를 걸으면 그다음부터는 능선을 따라 걷는다.
오른다. 한계령탐방지원센터를 지나고 위령탑을 지난다. 이제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구름이 친구가 되었다. 산을 오르면서 금강초롱꽃이 있고 투구꽃이 있다. 한차례 오르고 있는데 앞에 젊은 친구들이 힘겹게 오르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것이 힘을 북돋우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이 적당한 선에서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본인들만 산을 가는 것이 아닌데 그렇게 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연세 드신 분들은 트로트를 틀고 다니는 것도 자제하여야 하고 젊은 친구들은 노래를 부르고 가는 것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계삼거리를 가기 전 한계령에서 1km 구간에 있는 봉우리를 오르면 이제는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젊은 친구들에게 얼마 남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이들을 추월하여 삼거리까지 걷는다.
1시간 30분에 한계령 삼거리에 도착하여 오른쪽, 왼쪽으로 등산객들이 갈라진다. 오른쪽은 대청봉, 왼쪽은 귀때기청봉이다. 삼거리에 도착한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진한 곰탕 속에 들어와 있다고 이야기한다. 구름 속에서 어디로 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휴식을 취하고 오른쪽으로 가고 왼쪽으로 간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간다. 서북능선이다. 서북능선을 걸으면서 좌우를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헬기 소리가 나고 있다. 헬기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증거다. 다음날 방송을 보니 안전사고가 발생했고 그 사람들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렇게 구름이 많은 가운데 헬기가 운행하다니 참 그 사람들도 문제다.
서북능선을 걸으면서 왼쪽은 용아장성, 오른쪽은 한계령에서 내려오는 길이다. 주전골, 흘림골 등도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잠깐 왼쪽에서 용아장성을 보여주지만 그것은 눈으로만 나무 사이로 볼뿐이다. 아쉬움이 가득하다. 끝청에 도착했을 때 그래도 잘 보이기를 기도할 뿐이다. 1시간쯤 걸었는데 초등학생 2명이 앉아서 쉬고 있다. 엄마 아빠랑 가족이 한계령에서 출발하여 대청봉까지 가는 것이라고 한다. 천진난만하게 엄마 아빠를 따라온 것이다. 힘들지도 않은 것 같다. 엄마는 대견한지 연신 셧텨를 누르고 있다. 그 추억이 오래갈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참 멀리도 간다. 너덜지대를 지나는데 힘들다. 너덜과 너덜 사이에 숨겨진 비수를 잘 피하여 걷는다. 이 길이 그렇게 험악하지 않고 너덜 사이에 숨겨진 비수가 겁이 날 뿐이다. 그래도 대청봉을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꽃길이라는 등산객의 말에 모두들 수긍을 한다.
서북능선을 걸으면서 기묘한 바위도 담고 그 바위와 함께한 나무도 담는다.
끝청까지 오르면서 주변에 있는 야생화를 담아본다. 용담도 있고 금강초롱꽃도 있고 투구꽃도 있다. 끝청이 보이는데 지인이 따라오지 않는다. 하지만, 꽃을 좋아하기에 꽃을 담고 본인의 역량에 맞게 올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끝청을 지나고 용아장성을 보고 중청을 오른다. 아직 지인이 보이지 않는다. 남들보다 좀 더 우회를 하고 지인과의 거리를 좁혀본다. 중청에 올라 용아장성을 보고 대청을 본다. 하지만, 대청은 아직 우리에게 허락을 하지 않는다.
중청을 지나 중청대피소 인근에서 공룡능선이 그 장대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대청도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것을 담아본다. 뒤를 돌아보니 지인이 따라오고 있다. 중청을 내려오고 있다. 대청을 오르고 다시 내려와야 하니 그냥 오른다. 대청에서 기다리자. 대청에서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담으려면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우리가 줄을 서서 기다리면 지인이 도착할 것이고 즉시 사진을 담으면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대청에서 멀리 속초가 보인다. 그곳으로 이제 가야 한다. 오늘은 한계령에서 출발하여 대청을 찍고 천불동 계곡을 거쳐 소공원으로 나가고 속초에서 버스를 타고 복귀를 할 것이다. 공룡을 보고 중봉을 보고 이곳저곳을 담고 이제 하산을 한다.
대청에서 내려다 본 공룡능선은 우리에게는 경이롭다는 표시를 할 뿐이다. 그 능선을 오늘도 걷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갈림길까지만 갈 뿐이다.
중청을 거쳐 소청을 거쳐 희운각 대피소를 거쳐 천불동 계곡으로 방향을 잡고 하산을 한다. 10km 넘는 거리다. 이제 5시간 동안 올라왔는데 5시간을 내려가야 한다. 쉬엄쉬엄 내려가면 될 것 같다. 어둡기 전에 소공원까지 가야 하는 것이 목표다. 중청대피소를 지나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희운각 대피소가 보인다. 하지만, 그곳이 30분 이상 내려가야 하는 곳이다. 희운각 대피소까지 가파르게 내려간다. 굴삭기 소리가 요란하다. 대피소 공사 중이다. 공사 중인 대피소에 아무도 없다. 대피소 옆에 데크가 있으면 속초에서 공룡능선을 거슬러 온 젊은 친구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처음 걸었다고 한다. 마등령까지 걸어서 올라갔다가 지금 내려왔다고 한다. 그 젊음이 부럽다. 밤을 새워 대청을 오르고 내려와 마등령까지 걸은 기억이 있는데 오늘은 아니다. 이 젊은 친구들은 설악을 바로 옆에 두고 걷는다. 멀리 울산바위도 보인다.
이제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간다. 사실 설악을 와서 처음으로 천불동 계곡을 걷는다. 이곳을 와서 공룡으로 갔지 천불동 계곡으로 가지는 않았다. 계곡까지 내려가는 길도 가파르게 내려간다. 오르는 길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천불동이라는 호칭은 천불폭포에서 딴 것이며, 계곡 일대에 펼쳐지는 천봉만암(千峰萬岩)과 청수옥담(淸水玉潭)의 세계가 마치 ‘천불’의 기관(奇觀)을 구현한 것 같다고 일컬어지고 있다. 와선대(臥仙臺)를 비롯하여 비선대 ·문주담(文珠潭) ·이호담(二湖潭) ·귀면암(鬼面岩) ·오련폭포(五連瀑布) ·양폭(陽瀑) ·천당폭포(天堂瀑布) 등 유수한 경관들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봉우리 위에 있는 기묘한 모양의 돌들을 천개의 불상이라고도 한다.
계곡을 거슬러 내려오면서 측면으로 세워져 있는 병풍 같은 봉우리를 쳐다보면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사이에 난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을 그냥 지날 수 없어 한 번씩 얼굴도 씻어보고 발도 담가보고 내려온다. 바위 사이에 난 계곡 그리고 폭포는 그냥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깎아지른 절벽 위로 누가 올라갈 수 없어 자연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그것이 외설악의 아름다움이라고 해야 될 것 같다.
즐기면서 하산하는 거리가 7km 정도 되어 부담은 많다. 비선대 근처에서 이제는 도착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고 시간은 어느덧 6시를 넘어섰다. 어둠은 찾아오고 이제는 가로등이 있는 거리가 그리울 뿐이다. 하지만, 신흥사를 지나고 소공원 입구 탐방지원센터까지 그러한 모습은 없다. 단지, 길과 사람만 있을 뿐이다. 바쁜 걸음을 재촉할 뿐이다.
소공원 입구에서 택시를 탑승했다. 택시들이 즐비하게 기다리고 있다. 등산객들이 거의 하산한 시간이고 관광객들도 없는데 궁금하여서 물어보았다. 기사 아저씨가 말하기를 이곳에서 오색으로 가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아침에 오색에 자동차를 주차시켜놓고 설악을 거친 사람들이 택시를 타고 오색으로 간다고 하였다. 6만 원이라고 한다. 그래도 괜찮은 장사다.
택시 아저씨가 우리에게 공룡을 쉽게 오르고 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비선대로 하여 마등령까지 가거나 희문각까지 가는 것도 있지만 오세암에서 1박을 하고 마등령을 오르면 쉽게 갈 수 있다고 하였다. 오세암에서 1박을 하면 1만 원이라고 한다. 나도 한 번쯤 그렇게 해 볼 작정이다. 하루를 느긋하게 오세암까지 걷고 다음날은 오세암에서 공룡능선으로 하여 천불동으로 하산하면 되는 것이다.
하루가 이렇게 지나갔다. 10시간을 걸어서 한계령에서 출발하여 설악 소공원에 도착한 것이다. 밤을 찾아 버스를 타고 서울로 이동을 한다. 조용한 고속버스 속에서 곤한 잠을 이룰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