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 하면 덕유산이다.
덕유산은 눈이 있고 사람이 있다.
덕유산은 사람들이 겨울산으로 찾는다.
오늘 그 덕유산을 찾는다.
일기예보에 눈이 온다고 예보되어 있다. 눈을 보려면 그 산으로 가면 된다. 하지만, 눈이 내리면 무서운 것이 있다. 길이 안 보인다.
'히말라야'라는 영화를 보면 눈을 보고 내려오다가 실명을 한다. 그것은 흰 눈을 고글 등의 장비 없이 바라다보았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오늘은 그러한 걱정도 없이 눈이 오는 덕유산으로 그냥 달려간다. 일기예보에서 덕유산은 오후에 눈이 온다고 하였으니 전날까지 눈을 그냥 보려고 달려간 것이다. 일기예보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눈 예보라는 사실을 간과하였다. 하지만, 서울에서 출발하면서부터 눈발이 날리고 있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눈일 그치고 오후에 눈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서 버스를 타고 내려간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 흩날리던 눈발은 수원을 지날 때 흔적이 없었으나 안성을 지나고 천안을 지날 때쯤 폭설이 되어 있다. 버스는 눈길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적정한 안전거리를 두고 달리고 있다. 그저 눈이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대전을 지날 때 눈은 오지 않는다. 하지만, 금산을 지나면서 눈은 다시 온다. 버스가 덕유산 IC를 지날 때 안 좋은 소식이 들린다. 덕유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곤돌라를 타고 오르는 설천봉 코스를 제외하고 모두 폐쇄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안성 탐방지원센터까지 가보자는 것이 모두들 생각이다. 버스 안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궁금할 뿐이고 안성탐방지원센터에 가서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확인해보고자 하는 생각이 있다.
호남지역의 폭설이다. 우리에게는 악몽이지만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지역에서는 기쁨의 소식이다.
안성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여 산행대장이 확인한 결과는 온라인에서 확인하 바와 같다. 서울에서 이곳까지 왔는데 어떻게 하나 하지만, 곤돌라를 타고 향로봉을 가겠다고 한 사람들이 있는 만큼 모두들 곤돌라를 타고 향로봉을 갔다가 내려올 수밖에 없다. 산행시간은 3시간으로 제한적이다.. 나머지는 자유다. 그리고 서울로 올라가는 시간이 이른 시간으로 변경이 되었다.
주말에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으로 가는 것은 사전예약이 필수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표를 발매하는 것이 아니라 예약한 표를 확인하고 발매를 하는 것이다. 사전예약을 하였으면 되었지 또 줄을 서서 발매를 한다는 것이 웃긴다. 돈을 받고 발매를 하면 끝인데 또 줄을 서서 예약을 확인하고 표를 내어준다. 고용창출이라고 위안을 삼을 뿐이다. 내가 안성탐방지원센터에서 리조트로 오면서 사이트를 접속해보았지만 어려움이 있었는데 사전예약제를 운영한다고 하니 재미있다. 혹, 겨울에 설천봉을 거쳐 향로봉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무주리조트 홈페이지에 접근을 하여서 예약을 하기 바란다.
사전예약도 불가능하고, 이제 어떻게 현지에서 구매도 불가능하다. 사전 예약한 사람 20여 명은 가능하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고민을 하고 있다. 산악대장이 알아본다. 방법이 있다. 사전예약을 하지 않으면 표를 구할 수 없는 것이 설천봉으로 가는 곤돌라 표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예약한 표를 어떤 사람이 왕창 가지고 있다. 동네 주민들이다. 그 표는 할인이 되어 있는 표다. 우리는 그 할인된 표를 제값을 주고 사는 것이다. 암표를 사서 설천봉을 오르는 것이다.
곤돌라 표를 구매하였으니 바쁜 걸음으로 곤돌라를 탑승하려 이동을 한다. 곤돌라를 탑승하는 시간도 상당히 오래 걸리고 하산을 위하여 탑승하는 시간도 상당히 소요되는 것만큼 무조건 줄을 서고 시작을 한다. 눈이 오고 곤돌라를 탑승하는 탑승장 좌우로 스키장이 있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있으나 스키장을 운영하기 위한 눈이 부족하여 인공으로 눈을 만들고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이용하여 눈사람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추억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눈을 뭉쳐서 병아리도 만들고, 오리도 만들고, 토끼도 만들고 있다.
곤돌라 탑승장에서 기다림은 짧다. 하산을 위한 탑승장에서 기다림은 1시간 이상 소요되었다. 곤돌라에 8인승인데 가족이 같이 타고 있는데 나는 혼자다. 곤돌라 밖을 쳐다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10분 이상 곤돌라를 탑승하고 오른다. 산을 오르면서 이렇게 쉽게 오른 기억은 거의 없다. 하지만, 오늘은 추억이다. 곤돌라에 내리니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그것이 현실이다. 설천봉 정상에서 이제 향적봉으로 발을 옮긴다. 눈이 오고 있어 겨울장비를 챙긴다. 다만, 아이젠만 챙기면 된다. 눈이 많이 왔지만 별도로 눈밭에 들어가지 않기에 다른 장비는 배낭에 두고 움직인다. 산을 오른다. 600m만 오르면 되는데 두줄로 움직인다. 한 줄은 오르고 한 줄은 내려온다. 오르면서 멋있는 경치가 보이면 사진을 담기에 오르는 길이 정체된다. 그 정체된 길이 자연스럽다. 나도 한 번쯤 거기에 동참해 본다. 눈꽃이 피어 있다. 가지마다 눈이 맺혀 있어서 그 가지에서 꽃이 피는 것이다.
나무 하나가 있다. 모두가 그 나무 앞에 서 있다. 그 나무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긴다. 이제 정상이다. 정상에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래에 있는 대피소에도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 대피소에서 간식을 먹기 위하여 너도나도 내려간다. 이웃한 주목 군락으로 사람들이 갈 수 있는지 내려가 본다. 하지만, 주목 군락 입구에 국립공원 직원들이 안전을 위하여 지키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사건 이후 모두가 안전, 안전이다. 오늘의 국립공원 통제도 그렇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피소 주변에 있는 나무들이 눈을 가지 위에 올리고 머리를 치켜들고 있다. 그 흰머리가 아름다워 너도나도 사진을 담는 것이다. 향적봉에서 2시간을 보내고 하산을 하는데 곤돌라를 탑승하는데 1시간을 소요하였다. 설천봉 주변에 바람이 흩날리고 있다. 곤돌라가 대롱대롱 매달려서 달리고 있다. 이것이 겨울의 풍경이다....
하행 곤돌라를 기다리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같이 온 일행 중 도착하지 못한 일행들이 수시로 동참을 하면서 줄은 길어진다. 친구 j와 오대산을 갔을 때가 생각이 난다. 내가 먼저 오르고 친구가 늦은는데 정상인증샷을 남기는 줄에 친구는 맨 뒤에 섰다. 그것이 정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들 사는 세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줄을 서고 기다리면서 털모자들이 상고대를 만들고 있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이웃한 사람의 머리 위의 상고대를 즐긴다.
무주리조트를 내려와 기다린다. 외부음식 반입 금지라는 안내판이 크게 펼쳐져 있고 큰 쉼터 가득 사람들이 있다. 이제 코로나 19는 멀리 간 것 같다. 웃고 즐긴다. 3년 만에 사람들이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