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되었다.
2022년까지 산행을 한 산들은 작년까지 산행을 한 산이고 이제부터 모든 산은 새로 올라가는 산이 된 것이다. 그것을 친구 H는 이것을 시산제라고도 한다. 나는 도봉산을 2022년에 2번인가 3번쯤 올랐고, 친구 H는 동네 산처럼 이 골짜기 저 골짜기 올랐다. 그리고 등산로를 이곳저곳 헤집고 다녔다. 하지만, 2023년 도봉산 첫 산행이다. 설날을 바로 앞에 두고 남들은 고향을 찾아가는데 친구 H와 나는 산으로 간다. 나는 설날 무엇인가를 한 후 설날이 지난 다음에 고향을 찾아가고, 친구 H는 설날이 근무라서 설날 전날 우리는 산으로 간다.
평상시에는 서울 구파발역에는 북한산과 도봉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하여 사람이 가득한데 오늘은 한산하다. 그래도 산을 찾는 사람들이 드문드문있다. 외국인들도 있고 우리처럼 산을 못 잊은 사람들도 있다. 지하철도 그렇게 많은 등산객이 없었는데 버스정류장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드문드문 오는 버스는 등산객으로 만원 버스가 된다. 북한산으로 가는 셔틀버스인 8712를 거르고 북한산성입구가 아닌 도봉산과 숨은벽 능선 등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로 가득한 것이다. 또한, 구파발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북한산을 가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곳 없이 만원버스이다.
버스가 가다가 서면서 버스에 공간이 생긴다. 학창 시절 만원버스를 탄 경험이 있다. 앞에 가득한 승객들이 뒤로 가지 않을 경우 기사아저씨는 가다가 갑자기 급출발을 한다. 사람들이 뒤로 저절로 쓸려 들어간다. 요즈음은 그렇게 하면 기사아저씨가 민원에 시달리겠지만 예전에는 빈번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버스가 움직이면 저절로 공간이 생긴다. 버스가 정류장이나 신호등에 정차하고 출발하면서 버스가 흔들리면 승객들도 흔들리는 것이다.
버스는 흥국사, 백화사 입구에서 산으로 가는 사람을 1-2명 내려준 후 북한산성입구에서 절반을 내려준다. 만원버스가 이제는 빈 의자가 발생한다. 숨은벽 능선을 올라가는 곳에서 2명을 내려준 후 노고산에 있는 예비군 훈련장을 안내할 뿐이다. 예비군 훈련장을 찾는 예비군들은 시내버스를 타고 안내하는 예비군 훈련장을 찾아갈 것이다. 나도 예전에는 이곳을 한 번 찾은 기억이 있다.
친구 H와 이상하게 양력과 음력의 마지막날을 산행하게 되었다. 2022년 마지막날에는 운악산을 올랐고 이번에는 도봉산이다. 참 이상한 인연이다. 그렇게 같이 산행을 같이 하였지만 이번만은 특이하다. 태양력의 마지막날을 함께하고 태음력의 마지막을 함께한 것이다. 한해의 마지막을 함께하면서 내녕을 기약한다.
송추 IC 바로 전 군부대 앞에 버스정류장에 하차하여 둘레길을 따라 산으로 간다. 도봉산을 갈때 오봉 탐방안내센터를 찾아가기 위하여 송추유원지 입구에 내려서 마을을 따라 걸어야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그냥 둘레길을 따라 걷다가 그냥 여성봉, 오봉으로 오른다. 이런 길을 친구는 2022년 무척이나 많이 다녔다고 한다. 북한산 둘레길이다. 그 둘레길을 따라 걷다가 오봉탐방지원센터로 가지 않고 그대로 여성봉으로 간다. 일상의 이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군부태의 울타리가 옆으로 있고 그 울타리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능선길이 나 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좋은 길이 있다. 마지막에 여성봉으로 올라가는 정상 등산로에는 출입금지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우리가 들어갈때는 출입금지가 없었는 데 마지막에 출입금지 표시가 있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산을 오를 뿐이다. 갑자기 스틱이 말썽을 부린다. 겨울산은 장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이젠은 눈과 얼음길을 문제없이 걸을 수 있게 걷게 하고, 스패츠는 눈길에도 신발 속에 눈이 들어가지 않도록 방어해 주고 안면마스크는 찬바람을 막아준다. 여성봉을 오르는 암릉에서 바닥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착용을 한다. 오를 때는 아이젠이 없어도 문제가 없는데 암릉에 눈이 녹았다 얼었다 하면서 얼음이 되어 있다. 안전봉을 잡고서도 온몸에 힘이 들어갈 뿐이다. 발이 안정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아이젠을 착용하고 걷는다. 이렇게 편한 걸 하면서 걷는다.
여성봉이다. 봉우리의 바위가 여성의 그 부분을 닮았다고 하여서 여성봉이다. 누구나 그 앞에서 경건하게 촬영을 한다. 누군가가 눈 위에 2023년이라고 글을 써놓았다. 그것과 함께 사진으로 담는다. 2023년에 이곳을 지난 흔적이 되는 것이다. 여성봉 정상에서 오봉과 멀리 북한산을 동시에 담는다. 고양이 3마리가 찾아온다. 우리들은 이곳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지날 것인데 먹을 것을 달라고 온 것이다. 우리는 못 본체하고 지난다. 아침에 도봉산역에서 신선대를 올랐다가 여성봉에 도착한 사람이 있다. 우리는 이제 시작인데 이분은 벌써 끝이 나고 있다.
오늘은 한산한 등산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없다. 평상시 같으면 길이 메워졌을 것인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섣달그믐날의 산행이 그렇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오봉이다. 오봉에서 아래로 사진을 담고 멀리 북한산을 다시 한번 담는다. 그리고 오봉에 있는 반송처럼 자라고 있는 소나무 한그루를 담아본다. 말썽을 부리든 스틱이 기억코 완벽하게 말썽을 부린다. 스틱이 돌틈에 끼였는지 똑 부러진다. 이제 스틱 한 개로 오늘의 산행을 종료하여야 한다. 겨울날 추위에 스틱도 얼어서 그렇게 부러진 것으로 생각한다.
오봉능선을 걸으면서 삼거리까지 아무 일 없었는 것처럼 걷는다. 삼거리를 가기 바로 전의 오봉능선이 끝나는 지점에서 봉우리를 오르는데 두 손을 다 사용하여야 한다. 오르막을 오르는 곳에 얼음이 가득하다. 얼음을 피하여 오르는데 친구 H는 그것을 회피하지 않고 오르면서 미끄럽다고 한다. 이제는 모든 것이 배낭 속에 들어가야 한다. 봉우리 위에 있는 물개바위가 그립지만 오늘은 지나친다. 그것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다시 한번 온길을 돌아볼 뿐이다. 우이암으로 가는 사람도 있고 오봉으로 가는 사람도 있고 도봉산 정상이 있는 신선대로 방향을 잡고 가는 사람도 있다. 바로 이웃한 칼바위도 있지만 칼바위는 입산통제다. 예전에는 이곳을 지났지만 위험한 구간을 우회하여 오르고 내린다. 사람들이 지나고 있다. 신선대 정상을 쳐다본다. 평상시 같으면 사람들로 가득할 것인데 오늘은 3-4명만 보인다. 조심조심 얼음과 눈이 있는 도봉산의 전면보다 뒷면을 걷는다.
신선대를 오르기 전 배낭에 한 개 남은 스틱이 들어간다. 오르고 내리는 길이 다르지만 오르는 길이 어떻게 보면 내려오는 길보다 쉽다. 우측통행이라고 이렇게 만들어 놓았지만 이제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오를 때는 힘을 쓰면 오르는데 내려올 때는 발을 디딜곳이 필요한데 발 디딛고이 없는 하산루트를 계속이용하여야 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모두들 오른쪽으로 올랐다가 오른쪽으로 내려오는데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신선대를 올라서 이웃한 도봉산의 주봉인 자운봉을 담는다. 그리고 우리가 온 길을 돌아보고 멀리 북한산을 바라다본다. 어떤 사람이 반팔로 올라오고 있다. 그것을 감탄을 하는 사람도 있고 얼마나 추울까 하는 사람도 있다.
신선대를 지나 Y계곡으로 가야 하나 주말이나 휴일은 일방통행이다. 포대정상에서 신선대 쪽으로만 걸을 수 있어 포기하고 그것을 담기 위한 장소에 올라 신선대와 그 이웃한 봉을 사진으로 담을 뿐이다. 신선대를 담으면서 그 이웃한 칼바위봉 그리고 뜀바위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그곳을 올라가지만, 우리는 그곳을 올라가지는 않는다. 안전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친구 H에게 포대정상을 가는 것이 어떠냐고 이야기하였지만 그냥 가자고 한다. 내려가면서 재미난 바위를 찾아 보자고 한다. 그래 그것이 좋겠다 하고 포대정상을 우회하여 내려간다. 헬기장이다. 이곳에서 물개바위를 찾아간다. 정상등산로에서 벗어나 2-30m 정도 걸으면 물개바위가 있다. 사실 출입통제라고 하여서 한 번도 가본 기억이 없는데 친구가 자연 화장실을 가기 위하여 갔다가 이것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오늘은 오봉능선, 포대능선이 주로 걷는 길이다. 오봉능선으로 올라와서 포대능선으로 걷고 하산을 한다. 친구가 재미난 바위를 찾을 수 있고 그것을 볼 수 있다고 한만큼 기대를 한다. 원도봉을 오르고 그곳에서 멀리 정상을 바라다 보고 포대능선을 담는다. 겨울 그리고 한 폭의 수묵화를 담을 뿐이다. 해골바위를 찾으러 간다. 망월사로 가는 길에서 갑자기 방향을 왼쪽으로 잡고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으로 우회구간에 접어든다. 해골바위가 있다. 봄, 여름, 가을에는 우거진 숲 속에 숨어 있어 이를 찾을 수 없을 것인데, 겨울이라 앙상한 나무 사이에 해골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친구H가 말하기를 이 바위를 찾으러 3번인가 왔다고 한다.
하산을 하면서 암릉지대를 만났다. 사실 지난여름 이곳을 올라온 기억이 있다. 내 짝꿍을 모시고 올라왔는데 내려가보니 여간 힘든 곳이 아니다. 그때 내 짝꿍이 이것을 올라왔다고 하니 친구 H가 감탄을 금치 못한다. 나도 경탄을 금치 못한다. 이렇게 힘든 곳을 올라갔다는 것이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그리고 그때 이렇게 힘든 곳을 올라갔으니 Y계곡을 못 지나간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가파른 곳에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 것이 더 힘들지만 올라가는 것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인 만큼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암릉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니 바위가 재미난 것이 있다. 거북바위도 있고 민달팽이 바위도 있다. 그리고 내려간다. 원효사로 갈 것인지 바로 내려갈 것인지 고민을 하다가 바로 내려가는 길을 선택하고 내려간다. 끝이 갑자기 이상하다. 안말통제소이다. 우리는 망월사역으로 가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둘레길을 400m 올라가서 망월탐방지원센터로 간다. 400m를 올라가는 것이 그렇게 멀게 느껴진다. 망월탐방지원센터를 지나 고속도로 밑으로 하여 길을 따라 걸어 걸어 망월사역에 도착하였다. 사실 고속도로를 지나치지 않았는데 오늘 처음으로 고속도로를 지났다.
김기만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