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소를 또다시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감동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인과 같이 간다면 그 지인에게 자기의 감동을 전달하고픈 생각이 있는 것이다. 혼자 간다면 새로운 맛을 찾기 위한 것이다. 산은 그러한 지역명소와 차이는 있다고 본다. 산은 있기에 오르는 것이며 멀리 있는 산을 찾아간다는 것은 그 산의 맛을 다시 느끼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심 인근에 있는 산은 산이 있기에 오르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래서 서울에서는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수락산, 불암산 그리고 청계산을 오늘도 오르고 내일도 오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부산에서는 금정산, 대구에서는 팔공산, 광주에서는 무등산, 대전에서는 계룡산이 그러한 산이다.
전국의 유명산은 산이 있기에 오르는 것보다는 그 산의 맛이 있기에 오르는 것이 많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라산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의미가 있고, 지리산은 남한의 육지에서 가장 높은 산, 설악산은 그 아름다움이 사람들을 이끈다. 겨울에는 설경이 사람들을 이끈다. 설경이 유명한 산은 겨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사시사철 아름다움이 있는 산이지만 평지에서 눈이 오면 오늘 출근을 어떻게 하고 퇴근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을 하고 농민들은 하우스 위에 있는 눈이 쌓이지 않도록 노력을 한다. 하지만, 눈이 온 산을 찾아가는 등산객들은 그 눈 때문에 산으로 간다. 설경이 유명한 산으로 강원도에서는 계방산, 함백산, 태백산, 선자령이 있고 경상도와 충청도의 경계선에 있는 머리가 하얀 소백산이 있고 민주지산도 있다. 전라도에는 눈이 많이 와서 참 많다. 지리산의 바래봉, 덕유산, 남덕유산, 운장산 등이 있다.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오르는 산들이 겨울산으로 유명하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은 그렇게 유명한 산 중의 하나인 민주지산을 찾아간다. 민주지산을 3-4번 찾아가 보았지만 겨울은 처음이다. 그리고 물한계곡에 자동차를 주차시켜 놓고 환순환등산을 즐겼는데 이번에는 안내산악회 버스를 탑승하고 도마령에서 각호산을 오른 후 민주지산 능선을 따라 걸어 민주지산 정상을 간 후 석기봉, 삼도봉을 거쳐서 물한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걸어보기로 한다. 각호산에서 능선을 따라 걸으면서 찬바람을 맞을 것이지만 만반의 준비를 하고 걸어보기로 한다.
소백산의 칼바람보다는 약할 것으로 생각으로 걸어보기로 한다. 민주지산은 우리가 그냥 읽으면 민주주의를 위한 산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예전에 우리 조상들은 산세가 밋밋하여 '민두름산'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을 산이름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민주지산'이 되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이렇게 되었다고 본다. 일제강점기에 모든 지명을 한글이 아닌 한자로 표기하였다. 이것이 우리의 지명을 왜곡하였다고 본다. 이것을 연구하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친구 H가 말하기를 자기들 동네에 있는 골짜기 이름이 '새밭'인데 이것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을전(乙田)'이 되었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은 '새밭'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지도에서는 을전으로 표기되어 왜곡되었다고 하였다. 우리 동네 이름 찾기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가 끝난 지 근 80년이 되어가는데 그것도 못 찾고 있다.
민주지산을 가는 버스 안은 고요하다. 내가 어떻게 보면 일주일 동안 피곤한 가운데서도 이렇게 안내산악회버스를 탑승하고 가는 이유는 부족한 잠을 열심히 채운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버스에서 자는 것이 뭐 그렇게 달게 자느냐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동하면서 지루한 시간을 그냥 잠으로 보충하면서 부족한 잠을 이것으로 해결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무 걱정도 없이 잘 수 있다. 산으로 가면서 자고 다시 집으로 오면서 잠을 잔다. 그 시간이 내 피곤을 푼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눈을 감고 있다 보면 어느새 버스는 목적지 근처에 도착한다. 고속도로 상에서 잠을 자고 고속도로를 벗어나면서부터 몸을 움직이면서 내 몸을 산에 적응시키기 위하여 노력을 한다. 산입구에 도착하여 배낭을 챙기고 주변을 돌아보고 화장실도 가면서 경직된 몸을 깨우는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산으로 바로 들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산에 적응하기 위하여 도착한 지점을 이곳도 보고 저곳도 본다. 그러면서 산에 적응하고 버스를 타고 내려오면서 경직된 몸을 깨운다.
버스는 휴게소를 지나자마차 소란해진다. 산행대장이 일어서서 산행에 대하여 안내를 한다. 민주지산의 산행방향을 설명한다. 귀를 기울이면서 차장밖을 본다. 겨울의 수묵화가 눈에 들어올 뿐이다. 자동차바퀴의 마찰음이 자장가처럼 들려올 뿐이다. 도마령을 올라가는 버스가 굽이굽이 올라간다. 민주지산이 1,242m이지만 도마령이 840m이니 올라가는 것은 400m 남짓이고 각호산이 1,202m이므로 처음에 오르는 길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각호산을 오를 때는 조망이 없고 조망이 있는 곳이 정상에 도착한 것이라고 한다. 도마령에 도착한다.
도마령에 도착한 버스는 잠든 등산객들을 쏟아낸다. 나도 그중의 하나다. 도마령 정상에 현재 전망대를 세우고 있다. 6개월 후에는 그곳이 명소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그곳도 폐허가 될지 모르지만 기대가 된다. 도마령을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등산객인데 전망대를 올라가서 시간을 보낼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인데 이곳에 이렇게 전망대를 설치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각호산을 오른다. 숨도 쉬지 않고 오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도마령 표지석도 사진으로 담고 예전의 전망대에 서서 경치를 감상을 한다. 간이 화장실에서 급한 볼일을 해결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그것에 동참도 해본다. 부산과 서울에서 온 안내산악회 버스들이 비슷한 시간에 동시에 도착하여 등산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등산로에 들어서고 바로 오르니 정자가 하나 있다. 저 정자가 전망대를 가름할 것 같은데 전망대를 세우고 있다. 정자 앞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겨울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조금 오르고 나니 장비 없이 오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 안전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냥 오른다.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 버스로 인하여 등산로는 가득하고 눈길로 인하여 등산로는 단순하여 빠르게 진행하지는 못한다. 다만, 각호산을 오르는 등산로가 가파른 만큼 어느 정도 오르면 잠시 비껴 서서 숨을 고르고 있는 등산객들이 있어 뭉쳐져 있든 산행길이 길게 늘어진다.
50분에서 1시간 사이에 각호산 정상쯤에 도착하여 조망을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등산로에서 이제는 보이기 시작한다. 멀리 민주지산 정상도 보이고 아래도 보인다. 그리고 바람이 분다. 겨울산에 바람이 불면 상고대가 형성이 된다. 그 상고대가 형성되어 있다. 각호산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도 있고 정상에서 다시 민주지산 정상을 바라다보는 사람도 있다. 그 이웃한 봉에 있는 소나무가 멋있어서 담는 사람도 있다. 이제는 오르내림이 지속되어 겨울장비 없이는 갈 수가 없다. 오를 때는 겨울장비가 없어도 문제가 없지만 내려갈 때는 겨울장비가 필수다. 내 안전은 내가 지켜야 한다. 지금은 각호산 정상을 갈 때 데크로 된 다리를 건너서 가지만 예전에는 이렇게 가지 못하고 내려갔다가 올라가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이 위험했다고 한다. 지금은 데크로 다리를 만들어 놓아서 누구나 정상에 가서 인증샷을 남긴다. 그래도 민주지산을 가기 위하여서는 정상을 넘어서 갈 수 없기에 내려갔다가 물한계곡에서 올라오는 길을 만나는 봉우리를 올라야 한다. 10m 남짓 내려가는 길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음지에 눈길인 만큼 미끄럽다.
이제는 능선을 따라 오르고 내려가고 오르고 내려가고 오르면 민주지산의 정상이다. 그리고 한 번쯤을 뒤돌아본다. 각호산에서 민주지산으로 가는 능선에서 맨 처음 만나는 능선은 내려간다. 이렇게 내려가면 또 올라갈 것인데 걱정을 하면서 내려간다. 그렇게 내려갔다가 올라가면 힘든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만큼 내려간다. 그리고 오르고 내려가고 오르고 내려간다. 여름날 이곳을 지날 때는 야생화가 힘든 것을 위로하였는데 오늘은 찬바람이 친구가 되었고 북서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멀리 있던 민주지산 정상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리고 가까이 있던 각호산 정상이 멀어져 간다. 그리고 갑자기 가까워지던 민주지산 정상이 숨는다. 이제 눈구름이 가까워지고 있다. 민주지산 정상이나 석기봉 정상에서 눈을 만날 것 같다. 그래도 정상에 구름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정상에 도착하여 석기봉 정상이 보이는 것을 보고 그것을 담는다. 바로 아래에 있는 설경을 담는다. 상고대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다. 도마령에서 2시간 30분에 도착하였다.
그렇게 늦은 걸음도 아니다. 이제 석기봉, 삼도봉을 거쳐서 물한계곡으로 가면 된다. 석기봉을 오를 때 힘든 부분을 제외하면 어려운 구간은 모두 지났다.
눈이 내린다. 눈 구름이 가까이 있었는데 벌써 도착했다. 앞에 있는 사람 배낭에 눈이 내리고 있다. 내 배낭에도 눈이 있겠지만 그냥 걸을 뿐이다. 비가 왔다면 벌써 준비를 하였을 것인데 눈은 맞고 간다. 눈사람이 될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걸을 뿐이다. 나도 열심히 걷는다고 걷는데 건각들이 다가오더니 지나간다. 산죽에 눈이 쌓여만 간다. 그 모습을 담는다.
석기봉을 앞에 두고 고민에 빠진다. 바로 올라가는 길이 있고 우회하는 구간이 있다. 여름철이면 바로 올라가겠지만 겨울인 만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우회를 한다. 그런데 우회하는 길이 더 힘든 것 같다. 그렇게 내려가고 올라가다가 석기봉을 올라가는 길과 삼도봉을 바로 가는 길이 삼거리에서 석기봉을 가지 않고 바로 삼도봉으로 가는 사람도 있다. 바로 앞에 정상이 있는데 이를 지나친다는 것은 재미가 없다. 100m도 안 되는 거리인데 이를 지나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른다. 바람이 들이치고 있다. 눈이 오고 있다. 조망은 없다. 눈구름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삼도봉으로 가기 위하여 암릉을 바로 내려가든가 올라온길을 돌아서서 삼도봉으로 가는데 돌아가는 길이 싫어서 바로 내려간다. 내려가면서 내리는 눈을 그대로 올리고 눈꽃을 피우고 있는 소나무를 담아 본다. 이제는 탄탄대로다. 내려가는 길이 문제이지만 올라가는 길은 거의 없다. 오른다고 하여도 10m 내외로 오르면 끝이다. 멀리 삼도봉이 보이는 지점에 내려가는데 힘들게 올라오는 산객이 있다. 오르는데 아직 멀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르다 보면 다 오른다고 위로를 한다. 앞에 가는 산객의 배낭 위에 눈이 그득하다. 눈을 떨어주면서 동행이 된다. 다른 안내산악회를 이용한 산객이다. 산을 다니면서 동행이 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얼굴만 알고 이름도 모른다. 그냥 산행을 같이 할 뿐이다. 물한계곡을 내려가는 길이 중간에 있지만 스치고 삼도봉까지 걸어간다. 그렇게 삼도봉에 도착하니 오든 눈도 그쳤다. 그리고 석기봉도 민주지산 정상도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3시간을 눈 속에 걸었는데 이제는 햇빛이 비치고 있다. 그 햇빛에 설산들이 반짝이고 있다.
삼도봉 정상에는 지자체 3곳에서 동시에 상징물을 만들어 올려놓았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 상징물이 아닌 용이 3 마리 있다. 예전에 있었던 금릉군, 지금은 김천시 무주군, 영동군이 화합을 위한 삼도봉 상징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삼도봉 상징물을 담으면서 석기봉과 민주지산 정상을 동시에 담아본다. 이제는 백두대간이다. 삼도봉에서 시작하여 고갯마루까지가 백두대간이다. 덕유산 쪽에서 걸어와서 삼도봉을 지나 속리산 쪽으로 방향을 잡아 백두대간을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1km 남짓을 백두대간을 걸었다. 길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갑자기 덕유산 쪽으로 알바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눈이 그치고 장대한 백두대간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는데 삼도봉 바로 옆에서 백패깅을 위하여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다. 정상은 바람이 있으나 바로 옆 헬기장은 바람이 없어서 3-4채의 텐트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을 보았은데 또 올라간다. 산에서 밤을 보내는 것이 좋은지 모르겠다. 나는 산장이라는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대피소에서 밤을 지새운 기억은 있으나 텐트에서 밤을 지샌기억이 없다.
삼마골재에서 이제는 물한계곡으로 내려간다. 평탄하게 4.5km를 걸어서 내려가면 된다. 그렇게 높지 않은 길이지만 4km 이상을 걸으면 고도는 서서히 떨어지게 마련이다. 여름이면 계곡에서 우렁차게 물이 흐르는 소리가 있었을 것이지만 조용하다. 내려가면서 딛는 발소리와 스틱소리만 들릴뿐이다. 낙엽송들이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고 있고 잣나무 숲에서 그 잣은 없고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고 있을 뿐이다. 4km 이상을 걸으면서 여름철에는 지겨우면 개울에 발을 담그고 쉬어갔지만 겨울에는 얼음에 말을 담글 수도 없기에 그냥 걸으면서 동행가 산행에 대하여 이것저것 이야기 할 뿐이다.
계곡에 폭포가 있으면 길은 가파르게 내려가고 올라가지만 이곳은 예외다. 동행이 말하기를 걷는 길 따로 물길 따로라고 하였다. 중간중간에 얼음이 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길에 물이 살짝 흐르면서 그 물이 얼음길을 만들어 놓았다. 눈이 살짝 와서 그 얼음이 보이지 않아 위험하지만 어려움 없이 옆으로 옆으로 이동하면서 걷는다. 4km를 그렇게 걸으면 황룡사라는 사찰이 보이고 지나가는 구름다리가 있다. 구름다리 위에서 계곡을 보지만 얼음만 있다. 이제는 끝이다.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에서 뒷정리를 하고 이제 집으로 간다.
안내산악회는 시간을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 산행의 여유가 있고 없고다. 오늘은 여유가 있었다. 6시간 30분 동안 산행시간은 나만의 낭만을 즐길 수 있었다.
김기만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