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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만 Dec 06. 2023

서산 팔봉산 이야기

산이름을 이렇게 정한다. 평범하게 이야기하면 이렇다. 산의 봉우리가 몇 개인가에 따라 산의 이름에 숫자가 들어가 간다. 팔영산, 구봉산, 구병산, 팔봉산 등이 그렇다. 산의 모양이 다양하게 생겼다. 그래서 그 모양을 따라 이렇게 이름을 짓기도 한다. 소백산, 시루봉, 여성봉, 주발봉 등이다.

그리고 불교, 유교 등의 명칭이 더하여진다. 봉우리 이름은 거의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불교색채도 있고 전통신앙인 무속신앙도 영향력이 있다. 최근에 한국에 전래된 기독교는 한국의 산에 영향이 없다.

홍천팔봉산(출처 : 홍천군청 홈페이지)                                                   서산팔봉산(출처 : 서산시청 홈페이지)

오늘은 봉우리가 8개 있는 산으로 간다. 그 이름을 팔봉산이라고 명명되어 있다. 팔봉산 하면 홍천의 팔봉산이 가장 유명하고 다음으로 서산의 팔봉산이라고 이야기한다. 홍천의 팔봉산을 갔다 온 지도 벌써 4년 이상 되었고 한 번쯤 다시 가보아야겠다. 이번에는 서산의 팔봉산을 가기로 일정을 정하고 서울, 대전 등지에서 서산으로 모이기로 하였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은 내가 삽교역에서 마중하고 나머지는 각자 서산의 팔봉산 입구의 주차장에 모이기로 하였다.


삽교역에 도착하였다. 삽교역은 전형적인 시골역 풍경을 보여준다. 서산에 접근하기 가장 쉬운 역이며,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인들을 자동차에 탑승시키기 좋은 장소라고 할 것이다. 삽교역은 현재 장항선이며 서해선이 개통되면 이름이 그대로 유지될 것인지 의심스럽다. 현재, 장항선은 단선으로 운영이 되고 있어서 상하행이 역에서 교차하고 있다. 지인들이 탄 기차도 용산으로 가는 기차와 교차하면서 정차하고 지인들이 하차하고 자동차로 온다.


삽교역에서 서산의 팔봉산으로 가는 길은 고속도로를 경유하여 가는 방법과 국도를 경유하여 가는 방법이 있는데 어차피 서산 IC까지만 고속도로로 가고 나머지는 국도를 거쳐야 하므로 고속도로가 그렇게 큰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국도를 이용하여 서산으로 접근하였고 서산을 우회하여 팔봉산에 접근을 하였다. 양길주차장으로 접근하다. 팔봉산은 어송리 주차장도 양길주차장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양길주차장으로 접근하여 1봉에서부터 4봉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들은 오늘 양길주차장에서 출발하여 1봉에서부터 8봉까지 다 돌은 후 팔봉산 주변에 설치된 임도를 따라 양길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선택하였다

삽교역에서 양길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알지 못하기에 전적으로 문명의 이기의 도움을 받아서 갈 뿐이다. 예전에는 지도를 보고 움직였지만 이제는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여 움직일 뿐이다. 목적지를 제대로 설정하면 내비게이션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꼭 사람이 로봇 같다. 공장자동화 시 사람들이 설정해 놓은 루트를 따라 로봇이 움직이는 것처럼 사람도 자기가 설정해 놓았지만 그 길을 사람이 설정하지 않았지만 기계가 설정해 놓은 루트를 따라가는 것이다. 자아가 없이 움직이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하였다.


양길주차장에 도착하였다. 대전에서 도착한 자동차에서 두 명이 아닌 한 명만 내린다.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지인이 다쳤다고 한다. 아쉽다. 매달 한번 같이 산을 오르는 지인이 산사에서 다쳤다고 한다. 모두들 조심하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산도 암릉인데 사전적으로 조심하라는 신호인 것 같다. 바닷가 바로 옆에 있는 산이라서 하늘은 오늘 하루 종일 변화무쌍할 것 같다. 지금은 한두 방울의 빗방울이 오는데 그것도 잠시다. 하늘은 구름은 걷고 있다. 오후가 되어서는 바람이 신나게 불었다. 변화무쌍한 날씨에도 등산로 입구에서 농사물을 파시는 할머니들은 나와 계신다. 오늘 날씨가 어떤지 물어본다. 오늘 비가 오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지나친다. 오늘 저 농산물을 다 팔 것인지도 궁금하다.

등산로 입구에 들어선다. 시비가 있다. 그 내용이 '스스로를 탄식한다'라고 되어 있어 산을 오르기 전에 자기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고 느끼면 지나갔다. 서산에 유명한 조선후기의 여류시인이라고 하였다. 조선 후기 서산의 천재 여류 시인 오청취당(吳淸翠堂·1704~1732)은 평택에서 태어났지만, 서산에서 결혼하고 29살의 나이로 요서하였다고 한다. 인생의 희로애락, 계절, 기상 등 모든 사물을 소재로 현실과 이상세계를 표현한 182수의 한시가 있으며, 청취당은 쇠잔한 양반 가문에서, 게다가 짧은 생애를 마감한 탓인지 우리나라 고전 문학사에 서는 생소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시비는 두 개가 세워져 있으며 하나는 음암면 유계리에 있는 ‘논우칠공(論友七功, 일곱 친구의 공로)’이고 또 하나는 팔봉산 등산로 입구에 있는 ‘자탄(自嘆, 스스로 탄식하며)’이다

 

시비를 지나고 갈림길이다. 이제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갈 것인지 왼쪽으로 갈 것인지를 결정하고 바로 산으로 갈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산을 천천히 오르면서 여유를 갖는 것이 의미가 있고 하여서 우리는 왼쪽으로 가서 팔봉산 전체를 걸을 수 있도록 끝까지 가서 오른다. 임도가 너무 좋다. 그리고 가을날에는 단풍이 제철일 것 같다. 겨울보다는 가을 산행이 제멋인 산행인 것 같다. 능선이 시작하는 지점에서 1봉으로 간다. 갈림길에서 오르면 1봉과 2봉 사이에 도착하는데 능선을 따라 걸으면 1봉부터 도착하는 것이다. 홍천의 팔봉산도 1봉부터 걸었으니 여기도 1봉부터 걷는다.

1봉에 도착하였는데 암릉이다. 이 봉을 보고 감투봉, 노적봉이라고 한다고 하였다. 암릉사이를 조심스렀게 지나간다. 지나가면서 바위로 된 산인만큼 산 전체에 숨은 그림을 찾아본다. 그 숨은 그림을 찾는 것도 오늘의 중요한 일정 중의 하나다. 1봉을 오르고 맞이한 서해안은 물이 빠져있다.  하지만, 바다를 배경으로 산 위에서 사진을 담는다. 1봉에서 2봉과 3봉을 삼고 1봉의 바위틈 사이에 난 길을 통해 한번 더 나가본다. 우리들이 이렇게 1봉을 더듬고 있는 사이 한 무리의 등산객이 등장하였다. 이분들이 우리가 4봉까지 갈 때까지 단체사진을 담아 주었다.

2봉을 올라간다. 1봉을 올라온 등산객들은 1봉과 2봉 사이를 올라와서 그 중간에 있는 쉼터에 배낭을 놓고 왔다. 100m 정도 되는 거리이지만 오르고 내리면서 힘들지도 않은데 바위를 가로질러 다니는데 배낭을 두고 간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어디를 가든 바위산에서는 배낭이 필수다. 2봉은 가파른 철계단의 연속이다. 그 계단을 오르다 보면 뒤를 돌아보게 되고 1봉을 다시 담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오르면서 우럭바위도 보고 거북바위도 보고 코끼리 바위도 보았다. 숨은 그림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완연히 나타나기도 한다.

3봉을 오른다. 서산 팔봉산의 정상은 3봉이다. 이곳을 오르면서 중간에 바위를 이용하여 호랑이 얼굴을 만들어 놓은 바위도 지나고 통천문도 지나고 용굴도 지나간다. 통천문을 지나가면서 하늘로 가는 문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리고 용굴이다. 용굴입구에서 지인 한 명이 나는 못 지나가겠다고 하면서 우회로로 간다. 키가 170cm가 넘으면 어려움이 있는 용굴이다. 홍천 팔봉산의 해산굴과 유사하게 생겼지만 이곳이 보다 크다. 그리고 재미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용굴을 벗어나서 정상에 서 있는 지인들을 멀리서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여 사진으로 담는다. 멀리 있지만 가깝게 느껴지도록 노력을 한다

3봉 정상은 가깝게 있으면서도 멀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암릉을 넘어서 정상에 도착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안전한 등산로를 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간다. 3m를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간다. 철계단이 있고 그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간다. 바로 건너편에 또 봉우리가 있지만 같은 3봉으로 보고 있다. 3봉 정상에 10명 정도 있으면 좁아지니 스스로 탈출을 한다.

4봉으로 가기 위하여 이웃한 봉우리를 다시 오르고 철계단을 이용하여 하산을 한다. 두 손 두 발을 다 사용하면서 하산을 하는 것이다. 하산길을 선택하면 안 되고 봉우리를 다시 오르고 넘어가야 한다. 그 넘어가는 바윗길이 가파르다. 두 손 두 발이 다 사용되고 스틱은 배낭 속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그곳에서 3봉 정상을 담고 우리가 가야 할 길도 담는다. 그리고 4봉으로 간다.

4봉 정상이다. 어느덧 4봉인 것이다. 훌쩍 1봉을 오르고 2봉을 오르고 3봉을 오른 후 내려서니 4봉인 것이다. 3봉에서 4봉으로 가는 길은 순탄하다. 하지만 5봉에서 4봉을 오르는 길은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는 것이다. 많은 등산객들은 이곳까지 왔다가 돌아가던가 하산을 한다. 5봉에서 8봉까지는 밋밋하고 그렇게 재미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걷기로 하였다. 산을 내려가면서 바람이 없고 햇빛이 있는 곳에 앉아 허기도 달래고 우정도 다진다.

5봉은 밋밋하다. 그냥 가다가 그것이 5봉이라고 한다. 감흥이 없다. 4봉까지는 단체 인증샷을 남겼으나 5봉은 그냥 지나치기로 하였다. 다만, 5봉의 그림만 사진으로 담았다. 소나무가 멋있어서 그것을 담고 이동할 뿐이다.

6봉은 지나치기 쉽다. 사람들이 밧줄을 타고 올라가는 것을 싫어해서 그런지 우회로가 만들어져 있다. 우회로를 가다가 6봉을 가기 위하여는 살짝 올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스치고 지나가면서 7봉에 도착하는 것이다. 봉우리 탐방을 하는 사람들은 100m 밖에 안되기 때문에 다시 온다. 지인 중에 한 명도 일행을 놓치고 천천히 오다가 일행들이 우회로를 따라 걷다가 6봉 정상으로 간 것을 모르고 우회로를 따라 걸어서 7봉으로 갔다. 우리는 지인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5봉까지 가보려고 하였는데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여 확인을 하였다. '나는 7봉이다'하는 것이다.  본인에게 돌아오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고 기다린다.  6봉에서 바라다본 4봉과 3봉이 그래도 자태를 뽐내고 있다.


7봉이다. 7봉을 오르는 것도 간단하고 그렇게 감동적이지 않다. 다른 무엇도 없고 지나칠 뿐이다.

8봉으로 간다. 8봉으로 가면서 우회로가 있는데 이길로 가면 안 된다. 8봉 아래로 내려가서 다시 올라야 한다. 8봉을 오르기 위한 바윗길을 올라선다. 정상석은 보이지 않고 100m라는 이정표만 있을 뿐이다. 처음 오를 때 암릉이 있고 그것을 오르면 바로 정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지막 지점까지 가야 한다. 이제 팔봉산의 팔봉을 다 오른 것이다. 팔봉을 오르면서 홍천의 팔봉산만큼의 감흥은 없었지만 그래도 재미가 있었다.

이제는 하산이다. 하산을 하면서 우리는 여기에서 가이드인 내가 잘못길을 안내하여 약간의 감흥이 있는 젓가락바위를 보지 못하고 바로 내려왔다. 산을 넘어서 바로 내려가면 안 되고 9시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는 12시 방향으로 간 것이다. 그렇게 넘어가서도 임도를 만날 수 있고 9시 방향으로 내려가도 임도를 만날 수 있는데 우리는 12시 방향으로 내려갔다. 결과적으로 임도는 만났지만 가이드를 교체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임도를 만나기 전 삼거리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팔봉산 둘레길을 걷는 것 같다. 산을 오르기보다는 임도 등을 따라 걸으면서 건강을 증진하는 것이다. 임도는 무엇보다도 좋다. 3km 정도 되는 거리를 담소를 나누면서 걸으면 된다. 그리고 고개를 넘으면서 3봉을 보는데 3봉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바위가 있어 당겨서 보니 밋밋하다. 조망이 없는 곳에서 보았을 때는 그렇게 3봉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산을 돌아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였는데 아직도 할머니들의 판매물품은 그대로다. 오늘 우리가 추가일정이 있어 그것을 이용하지 못함을 양해하고 내려간다. 통상적으로 그것을 잘 사주던 지인도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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