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월간산 2월호에 그동안 잊고 있었던 북한산 14문 종주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내가 10여 년 전에 두세 번인가 실시한 북한산 12문 종주를 해보고 픈 생각이 났다.
통상적으로 북한산 문을 종주를 할 때는 12문을 종주하는 것인데, 월간산에는 13문 종주였다.
통상적으로 12문은 대서문, 가사동암문, 부왕동암문, 청수동암문, 대남문, 대성문, 보국문, 대동문, 용왕문, 위문(백운봉암문), 북문, 시구문(서암문)인데, 월간산에서는 중성문을 추가하여 안내하였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12문을 종주할 때는 대서문을 갔다 온 후 의상봉을 오르는 코스이지만, 월간산에서는 대서문을 오르고, 중성문을 갔다가 국녕사를 거쳐서 가사동암문을 지나는 코스를 설명하고 있다. 그렇게 힘들게 오르는 의상봉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북한산 12문을 예전의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대서문을 마지막으로 정리하였다. H와 지난주 산행을 한 후 다시 한번 등산을 하는 것이다. 겨울잠을 자고 난 곰이 이제는 나와서 돌아다닌다. 겨울잠을 자면서 불어난 몸무게를 이제는 해소해야 하는 것이다.
구파발역에서 H와 만난 후 구파발역에서 북한산성입구까지 주말이나 공휴일 등에 임시 편성된 시내버스가 있어 편리하다. 이를 이용하여 북한산성 입구로 이동을 한다. H가 내가 5년 동안 의상능선을 걸어본 기억이 없고 의상능선부터 걷는 것이 좋겠다고 얘기하여 그대로 따랐다. H가 수시로 북한산과 도봉산을 등산을 하니 나보다 전문가이다. 전문가의 의견을 따라 백화사 입구에서 하차하여 천천히 둘레길을 이용하여 의상능선 입구에 도착하여 의상봉을 오른다.
의상봉은 예전보다 데크가 많이 설치되어 있지만, 아직도 줄을 타고 올라야 하는 코스가 많아서 스틱은 배낭 속에 나올 사이도 없다. 오랜만에 오르는 의상봉 코스가 새롭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있는 바위도 새롭다. 그리고, 우리보다 뛰어난 듯이 앞서 가는 등산객이 갑자리 힘들어한다. 그들이 만용을 부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천천히 거북이 산행을 실천한다. 우리는 위험한 구간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빠르지 않게 천천히 쉬지 않고 산행을 하는 것이다.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면서 토끼바위를 지나고 대서문에서 성곽을 따라 걸은 기억을 더듬어 본다. 아직 늦겨울이라 잔설도 남아 있고 얼음이 중간중간에 있다. 대서문에서 바로 성곽을 따라 걸어온 사람이 겨울이라 없는 것 같다. 북한산 성곽을 지나고 이제 의상봉 정상을 바로 앞에 두고 해발이 높아져 그런지 얼음이 있다. 아이젠 없이 조심조심 오르면서 고민 속에 빠져든다. 아이젠을 언제 할 것인지다.
멀리 있는 비봉능선과 주변을 돌아보고 원효봉에서부터 백운대, 노적봉 등의 모습을 본다. 하루종일 북한산 전체를 둘러보는 이 산행이 너무 좋다. 산이 있기에 한국은 그것을 극복하려고 오르고 내리면서 그 기운을 받아 역경을 이겨내는 한국인이 된 것이다. 의상봉을 지나면서 오늘 오를 봉을 계산하지만, 정확하게 몇 개를 지날 수 있지 가름하지 못하고 앞으로 갈 봉우리를 사진으로 담아 본다.
의상봉을 지나고 내려오면 가사동암문을 만날 수 있다. 우리와 함께 성문을 종주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대서문을 지나고 중성문을 갔다 온 등산객인 것 같다. 앞서기니 뒷서기니 하면서 백운봉암문까지 같이하고 내려오면서 북문 가는 길을 안내해 주고 헤어졌다. 우리 걸음이 약간 더 빨랐는지 북문 가는 길을 좀 더 편안하게 걸을 수 있게 안내해주고 싶었는데 빨리 오지 않아서 헤어졌다.
가사동암문을 지나서 오른 봉이 바로 다음 봉이 용출봉이다. 봉우리를 하나 오를 때마다 고도는 높아지고 얼음도 있고 눈도 있다. 고민을 하면서 지나간다. 아이젠을 하여야 하는지 고민은 계속된다. 용출봉을 오를 때는 데크를 오르면서 지나온 의상봉과 우리가 마지막으로 오를 원효봉을 동시에 담아 본다. 그리고, 얼음을 피해 조심스럽게 오른 후 멋진 풍경 앞에 앉아서 잠시 고민을 한 후 내려온 후 용혈봉을 오른다. 할미바위를 지나고 오른다. 용혈봉은 데크로 오르면 바로 정상이기에 문제가 없었다. 이제는 증취봉이다. 이곳까지는 그래도 아이젠 없이 올라왔지만, 해발이 이제는 600m다. 다음봉을 오를 때는 반드시 아이젠이 필요하다. 내려가면서 여름산을 다닐 때 보지 못하였던 멋진 바위를 보았다. 그리고 지난다. 오르기 전 아이젠을 착용하고 오른다. 나월봉이다. 나월봉을 오르면서 내가 오래전에 왔다 갔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없었던 데크가 있다. 그리고 그 데크를 천천히 오르면서 예전에는 힘들게 올랐는데 하는 생각을 한다. 젊은 사람들이 힘차게 오른다. 하지만, 길을 잘못 들어 돌아온다. 이것이 인생이다.
그리고 봉우리를 바로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은 겨울 등산인만큼 회피하고 나한봉을 갔다가 온다. 나한봉의 성곽을 확인한 후 남장대라고 알려져 있고 715봉이라는 봉을 오른다. 문수봉을 바로 앞에 두고 이제 700m를 넘어선다. 의사봉,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 나월봉, 나한봉을 오르고 남장대라는 715봉을 올라 벌써 봉만 6개를 오른 것이다. H가 힘들다고 하지만, 청수동암문을 지난다. 비봉능선을 따라 올라오는 사람들이 이리로 올라온다. 청수동암문을 지나면 바로 문수봉을 오를 수 있고 아니면 대남문으로 우회할 수 있다. 우리는 문수봉을 올랐다. 비봉능선을 따라 올라온 사람들인 힘든 코스는 바로 문수봉을 오르고 쉬운 코스는 청수동 암문으로 오른다.
문수봉에서 바로 내려선다. 대남문이 있고 사람들이 이 대남문을 목표로 오는 사람도 있다. 이곳에서 바로 하산하여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로 내려가기도 하고 문수사로 갈 수도 있다. 여름날 식수가 부족할 때는 문수사로 가서 식수를 보충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성곽을 따라 움직이지 않고 대성문으로 바로 연결되는 우회코스를 이용하여 접근하였다. 형제봉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만난다. 정릉이나 평창동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다 올라왔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한다. 대남문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데 옆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두 분이 진지한 철학적 담론을 펴고 있다. 우리는 처음에 잘 아는 사람인가 했는데 일어나면서 좋은 이야기 잘 나누었습니다하고 헤어진다. 참 철학적인 사람들이라고 얘기를 할 수 있다.
이곳에서 보국문으로 이동하는데 오르는 것은 쉬운데 내려가는 것이 힘들다. 오를 때는 쉬운데 내려가는 것이 힘들다면 그만큼 해발고도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아이젠 없이 내려가고 있다. 그분이 안전펜스를 잡고 내려가면서 길을 열어주지 않아 정체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래도 겨울산을 오면서 아이젠을 갖고 다녀야 하는데 아쉽다. 하지만, 그분은 무용담을 늘어놓을 것이다. 안전한 산행이 되었기를 바랄 뿐이다.
보국문에 도착한 후 H가 갑자기 성곽길이 아닌 우회를 하자고 한다. 대성문에서 보국문까지 내려서는 길이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알바다. 우회를 하는 길을 잘못 들어서서 너무 내려갔다. 대동문에서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로 하산하는 갈림길까지 내려간 후 대동문으로 다시 올라갔다. 500m를 올랐다. 편한 길을 간다고 갔는데 잘못된 길이었다. 살면서 그러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 드물다고 할 것이다.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본다.
대동문에 도착하였다. 4시간 남짓에 이곳까지 왔고 아직 해가 지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처음 계산은 이곳에 와서 체력을 확인하고 하산할 것인지 고민을 한다고 하였는데 체력도 남아 있고 하여 더 걷는다. 용암문을 거쳐서 위문까지 간 후 하산을 한 다음 원효봉을 오르면 북문, 시구문을 거쳐서 대서문으로 갈 것이다. 용암문을 지나면서 이제는 길이 노적봉을 지나고 지난번 암석이 굴러서 등산로가 막힌 후 열린 백운대에서 북한산성 입구 탐방지원센터로 내려가는 계곡길을 내려갈 것이다.
노적봉을 지나 백운대를 바라보니 여전히 사람들이 많다. 그곳은 오늘 목표가 아니다. 백운봉암문인 위문에 도착하여 주변을 돌아보고 바로 돌아선다.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눈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아이젠을 벗어보라고 내려간다. 그만큼 양지바른 곳은 눈이 다 녹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다음 주면 이제는 봄철 등산의 어려움이 있는 진흙탕이 서서히 나타날 것이다.
H가 원효봉을 가는 길이 있다면서 새로운 길을 안내한다. 대동사를 바로 앞에 두고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대동사로 바로 들어선다. 대동사와 바로 이웃한 상운사가 있다. 둘 사찰사이에 난 길을 따라 걸으면 상운사에 도착하고 상운사에서 50m만 이동하니 원효봉을 오르는 등산로이다. 무척이나 힘들게 올라와야 하는 길을 이렇게 쉽게 이동하다니...
대동사에서는 상운사를 지나면서 대동사의 이름을 보면 영취봉이라고 되어 있다. 우리는 염초봉이라고 하였는데 그것이 아닌가 보다. 상운사는 승병을 관리하던 사찰이라고 안내되어 있다. 이곳 북한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였으므로 승병도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200m를 오르니 북문이다. 북문의 지붕은 사라지고 문만이 바람을 맞고 있다. 이곳에서 염초봉으로 가는 길이 있었지만 이제는 폐쇄되어 있다.
원효봉을 오르다 암릉지대에서 뒤를 돌아보니 염초봉, 노적봉, 만경대, 백운대가 그림같이 우리 앞에 있다. 몇 번인가 이곳에 왔는데 이러한 모습을 본 것이 처음이다. 원효봉을 오르면서 몇 번인가 뒤를 돌아본다. 원효봉 정상에서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고 내려선다. 10m의 얼음지대를 조심스럽게 지나고 돔바위를 지나고 원효암을 지나면서 내려간다.
이제는 가파른 하산길이다. 그 길을 내려가면서 오늘은 이상하게 스틱 없이 걸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내려가면서 힘들다고 느끼는 것은 스틱 없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시구문까지 내려가면서 오늘은 어려운 길을 걸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시구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마을로 가고 왼쪽으로 가면 덕암사가 있다. 편안하게 하산할 수 있는 길이다. 아미타사라는 이정표가 있는 사찰이다. 덕암사로 들어선 후 편안한 하산길을 따라서 가면 대서문에 다다른다. 이렇게 오늘은 12문을 종주하였다. 중간에 있는 중성문은 돌아보지 않았다. 12문을 지난 것이다. 13번째 중성문은 좀 더 위로 올라가야 해서 다음을 기약하였다. 하지만, 북한산을 한 바퀴 돌았다.
북한산을 순례하듯이 한 바퀴 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중성문을 빼고 돌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8시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북한산 전체를 돌아보았다. 시구문에서 효자동으로 가는 것보다 덕암사를 거쳐서 가는 것이 좀 더 편안하고 좋은 길이었다. 그리고 대동사, 상운사를 지나는 것이 무척이나 좋았다. 이 등산로도 운영을 하는 것이 사찰입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나 다닐 수 있고 좋다고 본다.
가사당암문 부왕동암문 청수동암문
대남문 대성문 보국문
대동문 용암문 백운봉암문(위문)
북문 서암문(시구문) 대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