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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의 덕룡산, 해남 주작능선을 걷다.

by 김기만

오늘 이산을 가보면 전람남도에 이름 있는 산을 한 번쯤 정상 근처에 갔다고 할 것이다.

지난번 3박 4일 동안 남도여행에 남겨둔 산을 향해 오늘 출발을 한다.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모두들 일정이 있다.

한 명은 효도를 하고, 한 명은 요즈음 라이더가 되었고, 한 명은 백수가 몸살이 난다고 하는 옛말이 있듯이 그렇게 바쁘다. 사실, 나도 오늘 일정이 취소되어 이 일정을 번개로 만들어 낸 것이다.

지난번 3박 4일 남도여행 시 두륜산, 달마산, 천관산을 올랐고, 다산초당, 해남땅끝마을, 정남진 등을 둘러보았고 덕룡산을 먼발치로 바라보면서 아쉬움을 달래었다. 나는 가고 싶은데 친구들은 일정이 너무 힘들다고 다음에를 약속하였는데, 나 혼자 다음에를 약속을 실천하러 이동을 하였다.


서울에서 강진까지 이동하는 것은 당일 이동하기 어려움이 있어 이번에도 안내산악회 버스를 이용하였다.

전날 밤에 출발하는 무박산행이다. 23시 30분에 사당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버스는 밤을 달려서 우리를 목적지까지 이동을 시킬 것이다. 우리는 그 버스 안에서 참을 청해야 한다.

사당역에 11시에 도착하였는데 경기도 남쪽으로 가는 버스를 탑승하기 위하여 길게 늘어선 줄이 있다. 늦은 시간까지 일터에서 일을 하다가 이제야 집으로 가는 사람도 있고, 불금을 보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밤이 되면 집으로 집으로 들어간다.


불금을 버리고 산으로 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버스에 탑승을 한다.

나는 버스에 탑승하자마자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잠을 자지 않고 산을 올라본 기억이 있다. 기차는 밤에 잠을 자기가 어렵다. 열차 안에 간접조명이라도 불이 있기 때문이다. H와 함께 풍기까지 가면서 잠을 청하였지만, 비몽사몽이었고 죽령까지 걸어서 올라간 후 연하봉을 오르는데 이것이 아니다 쉽어서 전망데크에 누워 1시간을 잔 기억이 있다.


버스는 실내조명이 소등되니 그래도 잠을 청한다. 버스는 밤을 새워서 달린다. 서울을 떠난 버스는 죽전, 신갈에서 등산객들을 탑승시켰는데 모르고 잠을 잤다. 그리고, 버스는 어느 휴게소에 들러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나는 그것도 무시하고 잤다. 산행대장은 그냥 간단하게 설명을 한다. 들머리에서 출발하여 두륜산을 오르려면 모소재에 12시 전까지 지나가야 한다고 한다. 12시간을 걸어야 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나는 오늘 오소재까지만 걷기로 한만큼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버스는 들머리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신행대장이 시간을 지켜달라고 다시 한번 부탁을 한다.

버스에서 주섬주섬 장비를 챙긴다. 서울에서 강진까지 온 우리들은 남도의 맛을 느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12시가 다 되어 온도가 낮았으나 이곳은 재킷도 필요 없다. 등산셔츠도 여름용 셔츠가 필요하다. 겨울을 벗어나 여름이 다가온 것이다. 이제 덕룡산을 향하여 출발이다. 밤안개가 있어서 그런지 나무잎에 머금은 물기가 이따금씩 비가 오듯이 뿌린다.

야간산행이다. 헤드랜턴 불빛이 앞서가고 있고 뒤에도 따라오고 있다. 처음부터 오르막이 가파르다. 오르면서 생각하니 오색에서 대청봉을 오르는 느낌이다. 다만, 오색에서 대청봉을 오를 때는 등산로가 넓었으나 이번은 아니다. 가파르면서 중간중간에 등산로를 다시 찾아야 한다. 그리고 한 번씩 철심을 잡고 올라 서야 한다. 다만, 밧줄을 잡지 않고 오르는 것만을 감사하게 생각하여야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에서 호츠키스 철심을 잡고 밞고 올라서야 한다.

동봉까지 2.4km 거리다. 새벽 4시에 출발하여 해가 뜰 때쯤이면 동봉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오늘 밤안개가 지속되고 있어, 내 안경에 습기가 차서 한 번씩 안경을 닦고 갈 정도다. 결과적으로 시간은 지체되고 있다. 안경이 내 길을 자꾸 천천히 가라고 한다. 잘 걷는 사람들, 종주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 순가 맨 뒤에 선 기분이다. 그래도 재미있게 천천히 걷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등산로만 바라다보면서 천천히 걷는다.


덕룡산을 가장 빠르게 오르는 사람들이 오르는 길이 있다고 하는데 삼거리를 지나쳤다. 안개 낀 야간 등산의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멀리 동봉이 보인다. 벌써 올라선 사람들의 랜턴 불빛이 보인다. 그 사람들과 차이는 30분 이내일 것이라고 위안을 삼는다. 그런데 나를 앞섰던 사람들이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다. 한차례 휴식 후 나타난 것이다. 나는 천천히 걷고 있는데 그 사람들은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다. 나는 그렇게 걷지 않아도 되기에 천천히 걸으면서 즐긴다. 하지만, 작년 11월 친구들을 이곳으로 끌고 왔으면 한 대 맞았을 것 같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정표가 재미있다. 동봉정상까지 200m라고 되어 있는데 호츠키스 철심을 오르니 바로 정상석이 보인다. 왕복 4시간은 족히 걸린다.

서봉을 가는 길은 이제 랜턴이 필요 없다. 하지만, 안갯속에 걷다 보니 동봉에서 서봉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밧줄을 잡고 오르니 서봉이다. 서봉을 가면서 가장 힘든 구간이라고 옆에 같이 등산하는 분이 유튜브를 보고 와서 그런 얘기를 한다. 서봉까지 30분이라고 하면서 힘들다고 하는데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10분 만에 서봉정상에 올랐다. 오르고 나니 이제는 주작산을 거쳐서 전남의 공룡능선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서봉을 내려서는데 밧줄의 연속이다. 다음날 내 몸에서 어떤 반응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홍천 팔봉산에서 온몸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2-3시간이라고 하면 덕룡산을 거쳐서 오소재까지 가는 이 길은 6-7시간을 온몸스트레칭을 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설악공룡능선은 길이라도 제대로 나 있는데 이곳은 한 번씩 고민을 하면서 이동을 하여야 한다. 내려서는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등산객들이 있다.

암릉지대가 있다고 하는데 그 길을 우회한다. 그 암릉을 알바처럼 올랐다가 다시 하산하여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열심히 걸어도 알바를 하면 제자리걸음이다.

이제 평탄한 길의 연속이다. 암릉을 지난다고 하였는데 그렇지 않다. 다시 오르는데 정상석이 있다. 주작산이라는 정상석이 있다. 하지만, 이곳이 주작산이 아니고 이곳의 산악인들이 주작산이라고 명명하고 정상석을 세웠다고 한다. 사실 주작산 주봉은 이곳이 아니고 2km 이상 떨어져 있었다. 산길을 걸으면서 재미있는 이정표가 있었다. 작천소령이다. 처음에는 작전소령이라고 읽었는데 아니었다. 작천소령이었다. 작천소령이라고 도착하였는데 수양리재라고 한다. 이제부터는 주작능선이다. 암릉의 연속이다. 오르면서 이정표가 있다. 주작산과 두륜산이다. 두륜산으로 방향을 잡고 간다.

이곳 사람들을 만났다. 이제 오소재까지 길어야 6km라고 설명을 한다. 안내산악회에서는 소석문에서부터 오소재까지 18km라고 하였는데 남은 거리가 계산을 하니 6km 남짓이다. 온길이 6km 약간 더 되는데 하면서 안내산악회가 잘못 설명을 한 것이 아닌가 하고 같이 동행하는 등산객에게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걸으면서 주작산까지 왕복을 하면 얼추 18km가 된다고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돌아오면서 안내산악회가 설명하는 지도를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그냥 일직선으로 걸은 길이 18km였다. 하지만, 나는 13km를 걸었다.

주작능선을 들어선다. 안개가 우리 앞을 가리고 있지만, 그 능선의 암릉이 경이롭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동백꽃이 있다. 그리고 진달래가 있다. 동백꽃은 박노해 시인이 3번 핀다고 하였다. 동백꽃과 진달래가 같이 핀 곳도 있고 진달래가 다소곳이 핀 곳도 있다. 안개사이에 핀 꽃들이 더욱 아름답다.


동백꽃은 세 번 핀다지요(박노해)


눈 쌓인 나무에서

한 번 피고


떨어져 땅에서

또 한 번 피고


이 내 가슴에

불게 다시 피지요


주작능선에서 만난 동백꽃은 눈 쌓인 나무는 아니지만 나무에서 피었고, 떨어진 땅에서 피어 있었다.

암릉을 지나면서 하나둘 사진으로 담는다. 하지만, 안갯속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더 신비롭게 보일 뿐이다. 다시 한번 안갯속이 아닌 날 찾고 싶을 뿐이다.

주작능선을 지나면서 다양한 바위들이 있는데 그 바위들의 이름을 모르겠다. 쉬면서 바위를 보면 바닷가라 그런지 참 다양한 바위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웃한 장흥의 천관산에서 본 그 모양의 바위도 있고, 하늘을 향해 팔을 편 바위도 있고, 돼지머리도 있으며, 도미도 있고, 강아지 얼굴도 있다. 그리고 토르의 망치도 있다.

바람과 비와 눈 그리고 시간이 조각한 작품들을 그대로 본다.

암릉을 지나면서 언제쯤 한번 전체를 보여줄 것인지 생각을 하고 있는데, 10시가 지나면서 안개가 걷힌다. 하지만, 이글거리는 태양이 이제는 우리를 괴롭힌다. 4월 중순 나무는 아직 무성하지 않고 암릉을 지날 때는 햇빛이 우리를 그대로 때린다. 이제는 덥다. 습기가 가득한 곳에서 이제 물이 더 필요하다. 아직, 오소재는 2.5km라는 이정표가 2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설악의 공룡능선처럼 이곳도 1km를 걷는데 1시간이다. 그만큼 걷기가 힘들다고 할 것이다.

이곳에 서서 온 주작능선과 갈 주작능선을 둘러본다.


오소재를 바로 앞에 두고 이제 저 봉우리만 넘으면 오소재라는 생각이 든다. 오소재에서 두륜산을 갈 것인지 고민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오늘 이곳까지만 걷는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까지 두어 시간 있지만, 그 시간을 즐기기로 하였다. 오소재에 있는 약수터에서 물을 긷고 나무 그늘에 앉아서 점심을 해결하고 정자 그늘에 앉아서 땀을 식힌다.

오소재에서 출발하여 두륜산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다. 해남군청에서 그 길이 산불조심기간에 입산통제를 한다고 안내를 하고 있지만, 아무도 그 길을 통제하지 않고 있고 등산객들은 그 길을 이용할 뿐이다. 또한, 오심재에서 능승봉을 오르는 길이 낙석발생으로 갈 수 없다고 한다. 오심재 노승봉 가련봉을 이제는 오심재 노승봉 북미륵암 만일재 가련봉을 갈 수밖에 없다.


두륜산을 대흥사 반대편에서 바라다보면서 저 봉우리가 무엇일까 궁금해하면서 걸었다. 그래도 두륜산은 또 한 번 오르고 싶은 산이다.


산악회 버스는 2시 30분이 되어 오소재를 출발하여 두륜산까지 종주한 사람들을 탑승시키려 대흥사 매표소 근처로 이동을 한다. 그리고 다시 1시간을 기다린다.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서 고요속에 코를 고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잠을 이겨내면서 산행을 하고 조용히 서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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