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란 무엇인가, 손자란 또 무엇인가

《내 인생의 포인트 찾기》〈제10화, 장모님의 새벽 만세삼창〉

by 샤인


minnie-zhou-S0nHRVNsixw-unsplash.jpg Unsplash의Minnie Zhou



조선일보가 2018. 1. 1부터 매주 금요일 문화면에 ‘우리 아이 태어났어요’ 코너를 신설하고 아이 사진과 함께 부부의 소망 글을 담아 발행하고 있다.


초기에는 지면에 꽉 찼던 출산 소식이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 상업성을 간파한 독자들의 판단에 신청이 줄 수도 있으나, 저출산 추세를 보여줌은 분명하다.


만약 1960∼70년대에 연재를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많을 땐 한 해 100만 명도 태어났으니, 일주일이면 2만 명 가깝다.


아마 전체 지면은 몰라도 3∼4개 지면은 할애해야 했을 터다.






우리와 처가 모두 7남매다. 친가는 5녀 2남, 처가는 6녀 1남이다.


구성 순서가 좀 다르다.


친가는 남자 형제가 중간에 있고, 처가는 맨 마지막이다.


출산 형태로만 보면 처가는 친가보다 목표가 분명했다고 볼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대부분 여러 형제를 두고 있다.


농경사회였던 1960년에서 70년대는 자식이 노동력이고 생산재였다.


자식이 자본인 그즈음은 많이 낳는 게 이득이었다.


요즈음 다자녀가 애국인 것처럼, 그때도 흉은 아니었다.


그런데 유독 딸이 많은 집의 남아선호 이유를 알고 싶어 자료를 찾아봤다.


강남대학교 이성용 교수가 2003년 한국 인구학회지 ‘한국 인구학’에 발표한 ‘남아 선호와 출산력 간의 관계’ 논문 초록이 ‘안성맞춤’ 설명이다.







1960년대 여성들은 내리 6명의 딸을 낳으면 아들에 대한 욕구를 포기하였다.


즉 아들이 없는 경우 기존 자녀의 수는 그 수가 6명이 될 때까지 부모의 출산행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아들이 있으면 자녀의 수는 기존 자녀의 수에 상관없이 영향을 미쳤다.


이는 자녀의 수보다 기존 자녀의 성 구조가 과거 전통사회 여성의 출산행위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오늘날에는 아들을 낳기 위해 내리 5∼6명의 딸을 낳는 여성은 거의 없다.


또 우리는 딸만 2∼3명 낳고 출산행위를 멈춘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포기 수준이 30∼40년 전보다 급격히 감소했음을 말해 준다.


이런 포기 수준의 급격한 감소는 사회적 차원의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남아선호의 영향을 급격히 감소시켰고, 그 결과 전형적인 아들 선호 국인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1980년대 후반 이래 대체 수준 이하에서 머물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사회적 차원의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남아선호의 강도가 약화하지 않았더라면, 2001년도 합계출산율인 1.3과 같은 수준으로는 절대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대기업 전자회사 선임연구원으로 있는 아들은 소련과 국교를 맺던 1990년 늦가을에 태어났다.


친가로 봐서는 4번째 손주지만, 처가 족에서는 첫 번째 손주였다.


당연히 반김의 강도가 달랐다. 친할머니와 친할아버지도 크게 반겼지만,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기쁨은 탄성 그 자체였다.


지금도 생생하다.


오랜 진통 끝에 새벽 1시에 나의 분신이 태어났다.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긴급 타전했다.


기쁜 소식은 친가와 처가의 새벽잠을 모두 깨웠다.


분만실 밖에서 큰딸의 첫 출산을 애타게 기다리던 장모님은 “축하합니다. 아들 순산했어요”하는 간호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만세”,“만세”,“만세”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그렇게 당신이 어려워했던 숙제를 큰딸은 한 방에 해결하니 ‘회한의 기쁨’을 압축적으로 표현하셨다.


그렇게 태어난 손주는 양가 친척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했고, 양가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손주를 볼 때마다 파안대소(破顔大笑)였다.






이처럼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가 왜 이처럼 손자 손녀를 예뻐할까?


과학적으로 증명된 결과가 있다. 2021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명문 사립 에모리대학교(Emory University) 제임스 릴링(James Riling) 박사 연구진이 할머니와 손주의 유대관계 연구 결과를 ‘영국왕립학회보 B’에 게재했다.


내용은 이렇다.


손주를 1명 이상 둔 할머니 50명을 대상으로 손주의 사진을 보여주고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로 뇌의 감정 영역의 활성화 정도를 확인했다.


손주 사진을 보자 강력한 활성 반응이 나타났고, 우는 모습을 보여주자 할머니들의 뇌에도 고통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부위가 활성화되었으며, 웃는 사진을 보여주자 똑같이 기쁨을 느꼈다.


특히 일부 할머니 경우 자식보다 손주 사진을 볼 때 공감(共感)과 감정(感情) 관련 영역이 더욱 활성화됐다.


링링 박사는 이 같은 반응을 “직접 자식을 키울 때 느꼈던 시간·경제적 부담이 손주를 돌볼 때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라며 “많은 할머니는 ‘엄마’보다 ‘할머니’의 역할을 훨씬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처럼 ‘만세삼창’ 속에서 태어난 아들은 자라면서 기쁨도 많이 줬다.


30대 중반이 그 아들은 지금 고객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장모님의 만세삼창을 따라 할 수 있게 기쁜 소식을 주면 좋으련만....


그놈의 아들이 무엇인지, 손자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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