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명언을 읽고
신문에선가? 책에선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무튼, 명언》을 아무튼 구입해서 읽었다. '책을 오랫동안 만들고 싶어서' 조소정, 이재현 편잡자 2명이 설립한 출판사 '위고'가 만들어 낸《아무튼,~ 》시리즈다. 명언 모음이겠거니 하고. 펼쳐보니 명언을 활용한 하지현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 같은 글이다. 오랫동안 모아 온 수많은 문장을 활용해서 구어체로 막힘없이 써 내려간다.
15개의 꼭지마다 자연스럽게 명언을 녹여내면서, 진료 경험을 토대로 옥구슬이 은쟁반에서 구르듯 생각과 느낌을 또르륵 토해낸다. 한마디로 '여유와 여백의 미'를 강조하는 아무튼 명저다.
"ㅇㅇㅇ은 이렇게 말했다"보다는 "하지현은 이렇게 생각한다"를 부제로 붙이는 편이 어떨까? '넌 다 계획이 있구나'에서 그는 "결정의 정오표와 결과의 정오표는 서로 다른 종이이다. 완벽한 계획과 목표에 목숨 걸거나 그걸 고집할 필요는 없다"라고 했다. 치대고 굴린 쫄깃한 인절미보다 포슬한 백설기 맛 같은 인생을 주문한다.
습관을 말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글귀가 곳곳에 배어 있다. 어찌 보면 한 사람의 태도를 규정하는 것은 그 사람이 의식하지 않고 툭툭 해버리는 좋은 습관과 나쁜 버릇의 총합이다. '태도=습관+버릇'이라는 공식. 이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신경증은 모호함을 참고 견디는 능력이 없는 것이다'라는 프로이드의 말을 전하면서 작가적 시각에서 병세를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확실하고 분명한 원인을 찾지만 인생은 불확실하고 모호한 것 투성이고, 끝까지 이유나 원인을 모른 채로 종결되는 일이 더 많다.
그리고 자기 자신과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도 그저 군중의 일부이며 거대한 삶의 흐름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했던 것이지,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때가 더 많다. 하지만 신경증적 상황일 땐 그걸 인정하지 못해서 사는 게 고통스럽고 힘들다."
이런 신경증적인 사람이 아닌 보통 사람도 주변을 살펴보면 한 명은 나를 미워하고, 두 명은 나를 좋아하며 나머지 일곱 명은 내게 무관심하다. 어디선가 읽은 것 같기도 하고 들은 것 같기도 한 이야기 가져다 '인간관계에는 1:2:7의 법칙이 있다.'라고 설명해 준다. 인생 너무 예민하게 살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내가 느낀 이 책의 압권은 후반부다. 실제 들으면 길었을 주례사는 여느 주례사와는 달리 정곡을 찌른다. "서로에게 친절할 것, 쌀짝 거리를 두고 외면해 볼 것, 우연과 운을 믿을 것"하고 조금은 긴 부연 설명으로 풀어낸다.
야마다 레이지의 '어른의 의무'에 읽은 명언도 체험적 기반을 토대로 시나브로 스며들게 한다. "불평하지 않는다. 잘난 척하지 않는다.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 나이 들수록 지켜야 하는 금과옥조다.
피날레로 이노우에 히사시의 글쓰기 명언은 방점을 찍는다. 내가 실천해야 할 필살기이기도 하다. "어려운 것을 쉽게, 쉬운 것을 깊게, 깊은 것을 재미있게, 재미있는 것을 진지하게, 진지한 것을 유쾌하게, 그리고 유쾌한 것을 어디까지나 유쾌하게" 저절로 무릎이 탁 쳐진다.
강박적 명언수집가가 펼치는 마음속의 향연 같은 책이다. 세상을 대하는 태도, 나를 대하는 여유 그리고 그 속에서 찾아야 하는 인생의 여백을 말해준다. 다정한 친구처럼, 때로는 알버트 슈바이처처럼 말이다.
아무튼 아무나 읽어도 아무튼 도움이 되는 책이지만, 인생 초등학교 졸업생에게는 꼭 필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