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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작가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꿀팁

로널드B. 토비아스, 김석만 옮김《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가지 플롯》

by 샤인



이 책에는 소설, 희곡, 시나리오, 텔레비전 드라마나 이벤트 또는 스토리 등을 짜는 데 구체적이면서도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충고가 수도 없이 나온다. '결정적인 것을 사소하게 보이도록 하라', '첫 번째 극적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등장인물을 소개하라', '삼세번의 법칙' 등이 모두 그렇다.


이와 같은 창작의 격언들은 아주 실질적이어서 작품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창작 단계에 있어 필요한 요소와 불필요한 요소를 구분할 수 있도록 특유의 혜안을 보장한다. 간혹 작가는 첫 장면에서 그럴듯한 사건을 전개시키는 데만 신경을 쏟느라 등장인물의 행위와 동기, 목적에 소홀한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독자와 관객은 등장인물에 강점 이입이 어려울뿐더러 그들을 잘 믿지 못하게 되어 자칫 작품이 지루해질 염려가 있다.


저자는 이 모든 세심한 충고들은 신화와 동화, 소설, 시나리오와 희곡의 유형으로부터 추출하고 구체적인 장면들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역자의 서문 중 일부다. 책의 제목처럼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스무 가지 플롯이 있는데 그 스무 가지가 명작과 졸작을 구분 짓는 20가지 기준이 된다. 이 책은 어쩌면 '문학 작품의 파도타기 요령'이랄까? 잔잔한 파도는 재미없고, 그렇다고 배를 뒤집는 거친 파도는 작품을 망친다. 그 적절하게 글을 읽고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글쓰기 롤러코스터와 같은 파도타기 비법이다.


이 책은 역자의 정성이 오롯이 드러난다. 179개의 친절한 각주, 20개의 플롯마다 말미에 적은 점검사항(저자가 쓴 것인지는 몰라도)은 복습을 강조하는 친절한 과외 선생님 같다.


저자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소설 구성의 3요소(인물, 사건, 배경)처럼, 등장인물의 생각과 행동 묘사에 대해 세심한 부분까지 짚어주며 인도한다. 미술로 보면 스케치 요령이고, 건축으로 보면 청사진 그리는 요령처럼 문학에서 작품의 얼개(어떤 사물이나 조직의 전체를 이루는 짜임새나 구조)를 짜는 요령을 알려준다.






먼저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다면 기본적인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50 단어로 정리하고 시작하라고 한다. 결국 글의 내용은 작가가 인물과 상황을 놓고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에 달려있다고. 글이나 작품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최소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50개의 단어로 핵심을 포함한 줄거리(뼈대, 플롯)를 써놓고 시작하라는 말이다.


쓰는 방법도 알려준다. 플롯을 만들 때 불도저식으로 뒤를 돌아보지 않고 처음부터 밀고 나가는 것이다. 끝까지 쓰고 나서 제대로 썼는지 아닌지를 고민해라. 플롯에 대한 지적인 걱정이 창작의 정서적 충동을 억제하게 해서는 안 된다. 많은 작가들이 그렇게 작업을 한다. 교정하는 일에 비중을 둔다. 즉 일단 쓰고 나서 잘못을 점검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걱정을 하면 작업의 진정한 내용에 집중할 수 없다고 한다. 일필휘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시작했으면 한자리에서 끝을 보라는 말이다.


먹는 것도, 생리현상 해결도, 대화도 그렇지 않은가? 일단 시작했으면 끝을 보아야 시원하지 않은가? 그런데 글쓰기는 말처럼 만만치는 않은 게 사실이지만.






작가는〈마무리하는 말... 최종 목적지를 잊지 말라〉에서 창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한다. 당신이 완전히 새롭고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 욕심이라면 플롯은 처음부터 생각할 대상이 못 된다고. 그렇다 100% 창작은 없다. 어차피 창작은 모방이라 하지 않았나.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이렇게 말한다. 등장인물을 항상 똑같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비슷하므로, 상황도 항상 같다. 즉 인생은 근본적으로 같다. 창조성이 나타나는 곳은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지점에 있다.


그림을 비유로 들어 보면 더 분명해질 것이다. 물감은 물감이다. 물감은 수 세기 동안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화가들이 물감을 가지고 무엇을 해 왔는지를 보라. 표현은 새롭지만 근본적인 도구는 항상 같다. 말은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살펴보라!


벼농사는 농부가 지어서 벼를 생산하고, 도정을 하여 쌀이 만들어진다. 그 쌀을 가지고 밥을 지어먹기도 하고, 떡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술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쌀의 생산자는 농부이지만 그 쌀을 어떻게 먹느냐는 소비자의 몫이다. 밥이 되고, 떡이 되고, 술이 되는 것은 오롯이 소비자의 몫이 듯, 글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쓰는 작품은 작가의 기량에 달려 있다.







이 책은 문학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확실하게 알려준다. 5천 년 전 바빌로니아인들의 두려움, 희망, 욕망은 현대인들의 두려움, 희망, 욕망과 거의 일치한다. 시간은 변해도 인간은 변치 않는다. 이러한 유사함 때문에 독자는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해 인생의 의미와 간접 경험을 나눈다.


문학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탐색하는 아주 위대한 원천이다. 발견은 그저 등장인물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삶의 근본적 의미를 탐구하는 인간에 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생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에는 칠팔십 년 정도가 걸린다. 미리 인생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이 있다면 참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문학작품은 정말로 완전한 인생을 몇백 쪽으로 압축할 수 있는 위대한 능력이다.


문학의 매력은 발견에 있다.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귀찮아하고 그저 눈으로만 읽기를 좋아한다.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현실의 압박감에서 떠나기를 원한다. 사람들은 읽으면서 또한 배운다. 책 속의 등장인물들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좀 더 알게 된다.


즉 인생의 교훈은 살아가면서 얻기도 하지만 독서를 통해서도 얻는 것이다. 독서는 대리 경험의 형식이지만 직접 겪은 것과 같은 공적 경험으로 간주되는 수도 있다.

이처럼 저자는 쓰는 요령을 알려주면서도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문학작품의 읽기를 말이다.








책 쓰기에 관한 글을 쓰고자 관련 책을 사서 20여 권째 읽고 있다. 강원국(5권), 고미숙, 고명환, 양원근, 배학수, 강창래, 은유, 이다혜, 정철, 송숙희, 윤영돈, 조관일, 서민, 편성준, 이정혁, 유시민, 브랜턴 로열 그리고 토비아스까지 읽었다. 간간이 채식주의자, 달려라 아비, 천 개의 파랑 등도 읽었다. 소설은 확실히 자기 계발서보다는 흡인력이 있었다.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은 초보 작가에게 특히 소설 등 문학작품을 쓰고자 하는 초보 작가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문학작품을 쓰고자 하는 초보 작가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꿀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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