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수석 인공지능 전문 이정혁 박사의 《완벽한 챗GPT 강의》
궁금증을 잘 참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그렇다고 얼리버드는 아니다. 챗GPT가 그렇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2022년 12월경 호기심으로 몇 가지 대화를 해보고 시답지 않아 무심히 지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하숙 동거인이었던 친구 회사에 방문해서 그 친구 사위가 쓴 책을 만나서 다시 접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챗GPT 활용 십계명〉첫 번째에서 챗GPT의 능력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했는데 내가 그랬다. 처음 접했을 때에는 말이다.
이정혁 박사. 초임 사무관 때 만났던 결혼식장과 기재부에서 만났던 그를 사흘간 책으로 만났다.
대원외고를 거쳐 서울대 수석 졸업한 그는 제25회 행시 재경직에서도 수석이었다. 기재부 근무 중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학 중 챗GPT가 출시된 직후 빨리 접하게 된 그가 놀라운 세계를 국내 독자에게 한시라도 빨리 전하고자 쓴 책이다. (주)도서출판 성안당에서 2023년 4월 12일에 펴낸 행시 수석 인공지능 전문 경제학자 이정혁의《완벽한 챗GPT 강의》다.
인공지능 초보자를 위한 챗GPT전과(全課) 같은 책이다.
저자는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계속 머신러닝을 접하고 공부해 왔지만, 챗GPT를 처음 만난 순간 잠자는 것과 식사하는 것을 잊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매일같이 챗GPT를 사용하면서 이 기술이야말로 인류의 운명을 변화시킬 대혁신 또는 특이점(singularity)의 전조라고 확신을 갖게 된다.
저자는 챗GPT의 가능성을 먼저 알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완전히 다른 미래를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0년 전 유튜브에서〈열혈 공무원의 정책 강의〉를 통해 알기 쉽게 나라살림을 홍보했던 그가 이 책에서도 인공지능이나 머신러닝 그리고 코딩의 기초까지 사전적 이해가 전혀 없는 독자들도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쉬운 언어로 썼다.
이 책은 챗GPT가 대체 무엇이고, 현재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떻게 따라 하는지 초등학교의〈00전과〉처럼 따라 배우기 쉽게 풀어낸다.
바쁜 직장 생활과 공부로 가정적이지 못했을 저자가 첫 장 엿보기부터 가정적으로 출발한다.
"오늘은 가족들과 함께 밖에 나가서 놀고 싶어, 오늘은 토요일이고 여기는 로스앤젤레스야. 울 가족은 나와 아내, 네 살배기 아니인데 뭘 하면 좋을까?" 하고 챗GPT와 대화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백 마디 설명 보다 실제 사례를 보여주니 확 와닿는다. 실생활에 얼마나 유용하게 쓸 수 있는지를 엿보기에서 보여줬다.
저자는 공부법도 쉽게 예를 들어 알려준다.
챗GPT는 단순히 어떤 주제에 대해 답변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부 계획을 짜 주고 그에 맞는 교과서를 작성해 주며, 연습 문제 및 시험 문제까지 제공해 줄 수 있다며 "챗GPT로 뭔가 공부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지 추천해 줘" 하고 질문 내용과 챗GPT의 답변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어 놓았다. '챗GPT를 활용한 역사 공부 1일 차'나 '챗GPT를 활용한 글쓰기 예시'를 통해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를 쏙쏙 들어오게 안내한다.
두 번째 장은 좀 깊이 있는 얘기다.
도대체 "챗GPT는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는가?"다.
우리 생활에 '훅 들어온' 챗GPT. 그와 인공지능이 그리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의 깊이를 더 한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노동시장의 변화와 근로자의 소득 변화 문제다.
저자는 168쪽에서 인공지능이 근로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기본소득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근거를 이야기한다. 인공지능 발전에 의한 경제적 불평등 심화의 본질은 노동 대체효과로 인해 자본을 가진 사람들의 몫이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몫보다 점차 많아지는 데 있다.
따라서 이런 맥락에서 조세 체계의 합리적인 발전 방향은 자본에 대한 과세를 상대적으로 강화하고 노동에 대한 과세를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이 될 것이다.
또한 좀 더 장기적으로는 노동이 거의 완전히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경우, 자본을 갖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일정 수준 이상의 생활을 보장하는 수입원을 제공하는 방향도 검토되어야 하며 이는 독자도 이미 친숙한 '기본소득(Basic Income)' 개념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근거가 된다.
그렇다. 일자리가 줄어들면 누군가의 소득도 그만큼 줄어든다. 일을 하고 싶어도 도저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가 된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대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 시기가 우리 실생활에 언제 어떻게 와닿을지는 몰라도.
세 번째는 활용법이다.
챗GPT를 열어보고, 그를 좀 더 넓게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쓸 수 있다며〈'챗GPT 활용 10 계명〉을 통해 어떻게 사용하면 좋은 지를 정리해서 알려준다.
그에 능력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고, 더 잘할 만한 부분을 중점 활용하며, 원하는 답변 수준만큼 자세한 정보(질문)를 입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챗GPT와 함께 다른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결합해서 활용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심화 학습으로 '챗GPT에게 코딩 배우기'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인간에게 분별력을 갖도록 하는데 필요하다고 작가는 강조한다.
챗GPT가 마무리 글을 잘 쓴다고 하더라도 결국 어떤 개념을 가지고 글을 쓸지 생각하고, 마지막에 챗GPT가 써 준 글을 검증하고 다듬기 위해서는 결국 인간의 역할이 필요하다.
코딩도 글쓰기와 마찬가지다.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효율성과 무결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코딩의 원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인공지능 시대, 그 선두를 챗GPT가 이끌고 있다. 컴퓨터가 생소하지 않은 중장년 세대가 챗GPT의 기본적인 이해와 활용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강추한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따라 하기 쉽게 책을 만들었다.
질문의 사례를 실제 생활에 활용하는 예시를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다음 책에 대한 기대로 남겨 둔다.
저자의 다음 책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