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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의 정석 같은 글쓰기 참고서

김상우 작가의 《글쓰기 꼬마 참고서》(페이퍼로드, 2023)

by 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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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부터 맺음말까지 버릴 게 없다. 읽는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실전 글쓰기 참고서다. 제목이《글쓰기 꼬마 참고서》(페이퍼로드, 2023)다. 첫 문장부터 퇴고까지 30년 기자 출신 저자가 알려주는 글쓰기 소생술이다. 이 책은 10년 전 출판한 《글쓰기 공포 탈출하기》에서 거친 부분을 다듬고 부족한 점을 보태고, 원 재료는 중앙일보 기자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족보'라고 김상우 작가는 밝혔다. 글쓰기 공포를 탈출해서 초고를 써내고 55가지 글쓰기 기술과 250가지 예문을 읽어보고 내 글을 고치면 효과 100점이겠다. 한마디로 퇴고에 방점을 둔 글쓰기 참고서다.






이 책은 책의 구성과 예문 그리고 시의적절한 리드가 맘에 든다.

책을 넘기면 친절한 차례가 기다린다. 보통 한 줄로 되어 있는 차례가 서너 줄로 되어 있다. 차례에서부터 소제목에다 부연 설명을 붙여놨다. 차례만 훑어봐도 이 책의 내용을 어림잡아 알 수 있도록 말이다. 당시 중앙일보 연재 원문과 원작《글쓰기 공포 탈출하기》에서는 제목에 대한 부연 설명이 없는 것으로 봐서 개정 증보판에서 친절함을 많이 보탰다. 건축으로 말하면 '부분 수선'이 아니라 '대수선'에 해당한다. 제목과 목차를 확 뜯어고쳤으니 말이다. 글쓰기는 열세 가지, 글 바르기는 마흔두 가지 제목으로 안배한 것으로만 봐도 이 책은 쓰기보다는 고치기에 비중이 크다.


차례 다음에 간단한 용어 설명도 앞에 둔 것도 맘에 든다. 책을 읽다 보면 익숙하지 않은 용어가 보일 때가 있다. 말로 하고 글로는 쓰겠는데, 구, 절, 체언, 용언, 서술어 등 초 중학교 시절 국어 수업에서 듣던 기억만으로 남아 있던 것을 다시 회생시켜 책을 읽어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것이 돋보인다.






기자적 시각이 묻어있는 250가지 예문도 초 중학교 참고서처럼 친절하다. 2부 글 바루기부터는 예문을 아낌없이 알려준다. 〈14, 문장은 흘러야 한다〉에서 어떻게 고쳐야 문장이 흘러가는지를 보여준다.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 자연자원보전 및 탐방질서 확립을 위해 여름 성수기를 집중 단속을 실시한다."를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의 자연자원을 보전하고 탐방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여름 성수기 집중 단속을 실시한다."로 고쳤다. 얼마나 부드러운가? 열일곱 번째 꼭지에서는 단어와 구절의 급이 맞아야 한다며 단어를 열거할 때는 같은 성격의 것으로, 구나 절을 나열할 때는 같은 구조로, 그래야 문장에 리듬감이 생긴다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예문으로 시작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어디서 많이 듣고 보던 문구 아닌가? 공직에 있을 때 한때 고스트라이터였던 필자가 무릎을 탁 치며 들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중 일부다. 그렇게 국정을 운영하고 참모들도 따랐으면 얼마나 좋으련만은 우리네 말과 행동이 그렇지 못한 것처럼 그들도 그러했음이 아쉬움으로 남은 허언 같은 문구다. 그래도 글쓰기의 교본에서라도 모범이 되니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매끄러운 리드도 일품이다. 〈27, 받을 때도 조심해서 받자〉에서도 "'발급받다, '수여받다' 등의 동사에는 '받다'의 의미가 이미 들어 있다. 그냥 '받다'면 충분하다."라고 부연 설명한 후 이렇게 이어나간다. 받으면 기분 좋다. 칭찬을 받고, 상을 받고, 선물을 받을 때 그렇다. 받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힘들 때도 있다. 부탁을 받거나, 지적을 받을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받을 때는 가려 받아야 한다. 동사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존재보다 소유를 중시하는 것 같다고 앞에 얘기했다. 실제로 사람들은 받는 것을 좋아한다. 나중에 어떻게 되더라도 일단 받고 보자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많이, 오랫동안 받으면 언젠가는 탈이 나게 마련이다. 선거판에서 밥 한 그릇 얻어먹고 50배의 과태료를 무는 일도 있다. 문장에서도 받다를 애용한다. 단독으로 쓰이는 동사-(을/를) 받다의 쓰임새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글의 의미가 시나브로 들어와서 훅하고 울림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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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까지도 작가는 여운을 남긴다. '뒷모습'은 정직하다. 뒷모습에 진실이 있다'는 말이 있다. 헤어질 때, 끝날 때의 느낌이 중요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관객의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글쓰기도 다르지 않다.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전체 인상이 좌우된다. 끝내야 할 시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첫 문장은 고민하는 만큼 끝맺음에도 신경을 쓰자고.






이 책은 작가적 시각이 전체에 오롯이 배어 있다. 끊고 맺음도 분명하다. 수정 전·후의 예문도 알기 쉽게 예시하고 안내를 한다. 《글쓰기 꼬마 참고서》가 아니라'글쓰기에 꼭 맞는 참고서', '퇴고의 정석'이 더 어울린다. 초보 작가는 물론 행정기관, 공공기관, 회사 등 홍보부서에서 근무하는 분들에게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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