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사(김욱)의 《내 글도 책이 될까요?》(모아북스, 2021)
이 책을 읽으면서 헤밍웨이를 중복해서 언급하기에 갸우뚱했는데, 끝에서 그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그러면 그렇지 글쓰기 책을 많이 쓴 작가께서 중언부언할리가 없지.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욕심을 내다보니 분량이 많아졌다"면서 "'어! 아까 봤던 내용인데'하는 중복된 부분도 있다"라고 했다. 작가의 말대로 저자가 한 책에서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하면 대단히 서투른 저자든지 혹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의미다.
글쓰기와 책쓰기에 관련된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내 마음에 근접한 책이 이 책이다. 일곱 장에 서른아홉 가지 꼭지마다 독자에게 전하는 진심이 오롯이 담겨있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당신의 글도 책이 될 수 있다고.
외고와 고대 법대를 나온 그가 이처럼 글쓰기를 잘할까 궁금했다. YTN에서 기자 생활도 했다는데 얼마동안 했는지도 궁금했는데 찾지 못했다. 네이버에서 김욱 작가를 검색하니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이 링크되어 있다. 페이스북을 따라 들어가니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매니저로 나와 있다. 무슨 일을 하나 하고 궁금해 키오스트 누리집을 들어가 검색하니 상임감사실 감사부에 파견 선임행정원으로 일하고 있다(2022년 1월 현재). 페이스북 직장 소개로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서 근무했고, 현대아산에서 있으면서는 2년 반 북한에서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이자 지식재산 큐레이터, 사회적 활동가로 활동하며 직장인으로 사는 삶이 유한하다는 것과 읽기만 하는 삶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음을 깨닫고 무엇인가 다른 삶을 살아가기 위해 벌써 7권의 책을 썼다. 그중 네 권이 글쓰기와 책쓰기에 대한 책이다.
프롤로그부터 가슴에 와닿는다.
"세상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 쓴 사람, 쓰려고 하는 사람, 쓸 생각 자체가 없는 사람이 바로 그것이다. 안 써도 살 수 있다. 잘 사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안 써도 잘 사는 사람이 쓰면 더 잘 살 수 있다. 우리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과 만족도가 결정되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쓰기를 통해 나는 달라졌고 행복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 대부분은 읽기가 없는 삶이다. 일부 사람들은 읽기가 있는 삶을 산다. 그중 극소수는 읽기와 쓰기가 있는 삶을 살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삶이다.
책은커녕 신문도 쳐다보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인 세상에 읽고 쓰는 사람은 별종이나 마찬가지다. 그 별종의 대열에 합류하려 나는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
왜 한 살이라도 젊어서 책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았다.
인간의 감각은 젊은 시절에 강하고, 경험과 관록은 나이가 들어서 꽃을 피운다. 쓰기는 최대한 젊은 시절부터 써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지금 당장 쓰기를 시작하면 연륜이 깊어감에 따라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동감이다.
나도 30대 중반부터 글쓰기를 시작은 했다고 볼 수 있다. 총무과로 발령받으면서 업무가 시장 말씀자료를 담당했었다. 지방에서 행사가 있을 때 시장이 참석하면 한 말씀을 해야 한다. 시가 주관하는 행사일 경우 식사를, 하부 기관의 행사일 경우는 격려사를, 타 기관이나 단체의 행사에 참석해서는 축사를 한다. 그때 참석해서 하실 말씀 자료를 작성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 시기가 1997년 7월부터 한일월드컵이 개최되었던 2002년까지였으니 5년간 '고스트라이터(대필 작가)'였던 셈이다. 타의에 의해 타 목적으로 시작한 글쓰기였지만 지금의 나를 만드는 자양분이 되었다.
샐러-라이터(sala-writer)가 되어야 한다는데도 동감이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글쓰기와 책쓰기로 밥벌이가 되지 않는다. 직장이 있어야 한다. 해사님도 직장에서 글을 썼다며 여러 가지 장점을 이야기한다.
흔히 직장을 다니며 글쓰기를 하면 자칫 집중력이 분산되어 직장 생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오히려 쓰기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 양자 모두 동반 상승하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쓰기를 통해 발생하는 에너지가 직장 생활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물론 직장 생활을 하며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훨씬 더 부지런해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거나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이 쉽지 참 실천하기 어렵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읽고 써야 한다.
책쓰기의 바이블 같은 책, 책쓰기의 올인원(All-in-one)인 이해사 작가의 《내 글도 책이 될까요?》는 책쓰기의 진액을 모아 모아놓은 책으로 책을 쓰고자 하는 젊은 직장인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