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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북필육남

부담 없이 먹는 한 끼 식사 같은 책

김태균의 《같이 밥 먹고 싶은 아저씨 되는 법》(뭉스북, 2025)

by 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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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구독하는 신문에서 보고 구입한 책이다. 책 제목부터 필기체여서 첫인상이 아저씨같이 부담 없다. 다섯 개 그룹 104개 이야기들이 모두 일상 이야기다. 편집도 여유롭다. 상단 여백이 그의 이마만큼이나 널찍하다. 문단 간격도 인심이 후하다. 여느 책과 다르게 넉넉한 줄 간격에다가 여유 있는 자간이다. 꼭지도 짧다.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약속〉은 "갔다 올게" 한 줄 세 단어다. 대부분 길어야 세 쪽을 넘기지 않는다. 이웃집 아저씨같이 포근하고 읽기에도 부담이 없는 책이다.


김태균의 인상도 그렇다. 30년 차 개그맨이자 20년 차 방송인인 그 내게는 〈컬투쇼〉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다. 가볍게 보고 들을 수 있는 DJ다. 그는 그저 '인생'이라는 항해에서 자신이 겪고 깨달은 삶 속의 경험을 소곤소곤 나눠주고 있다. 우리네 삶 속에서 부딪치는 생각과 행동들에 대해서 이럴 땐 어디쯤에 무엇이 있고, 어느 방향으로 가면 무엇이 나타나는지를 내비게이션처럼 알려준다. 나무위키 정보는 그를 자칭 '전 국민의 유산균'같은 존재라고 소개한다. 어쩜 시와 에세이가 버무려진 비빔밥 같다고나 할까.


이 책은 앞서 말한 것처럼 형식과 내용은 자유롭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고 무례하지도 않다. 서문처럼 채식 위주의 글로 차린 어머니 밥상이라고나 할까






저자는 쓰는 삶이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책날개에서 매일 조금이라도 글을 쓴다고 했다. 군대에서 쓴 원고로 제대 이후 에세이를 출간했고, 아들의 태고 일기를 담은《태교가 즐겁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세상에 툭 던지고 싶어서 쓴 '강박 탈출 에세이'《이제 그냥 즐기려고요》등을 출간해 베스트셀러 작가에 올랐다. 그는 글쓰기를 "솔직한 나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내 안의 나를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나에게 나를 고백하는 소중한 시간, 내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위로"라며 더 늦기 전에 어서 글을 써보라고 한다.

그렇다 '저녁이 있는 삶'이 가족을 생각하는 슬로건이라면, '쓰기가 있는 삶'은 나를 중심에 두는 것이다. 일에 직장에 매몰되지 말고 가족을 위한 시간을 남겨 두라는 저녁이 있는 삶에 잠깐이라도 짬을 내어 태균 님처럼 나를 위한 쓰기가 있는 삶을 살아보자.



내용이 너무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례하지도 않다.

〈행복해질 확률〉에서 '그래, 그럴 수 있어' 이해하려 해도/ 안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른단 말이야./ 이왕이면 안 하면 좋겠지만 말이야./ 가만히 안 두고 주위에서/ 자꾸 건드리는 걸 어떡해?/ 혼자 누르고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 순간을 못 참고/ 기어이 입 밖으로 나와버리거든,/ 물론 하고 나면 다신 하지 말아야지 후회하기 바쁘지./ㅇ이, 정말 짜증 나./ 어 또 했네····,/ 정말 이거 안 하고 살 수는 없을까?/ ··········· / / 욱하는 횟수가 줄어들수록 행복해질 확률이 올라갑니다.


모두 알지만 잘 참아지지 않는 '', 그 '욱'이 나오는 심리적 과정을 묘사한 글이다. 살면서 겪는 우리의 말이나 행동거지다. 상대방의 말이나 태도가 나에게 모욕적으로 다가올 때, 나의 생각 속에서 상대가 그럴 거라고 단정하고 비슷하게 말하거나 행동을 할 때 나오는 나의 반응이다. 대화 과정에서 서서히 끓어오르는 감정은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지만, 후자처럼 내가 상대를 섣부른 단정하고 오가는 대화 속에서 조금이라도 맘에 들지 않으면 불쑥하고 나오는 것이 '욱'이란 놈이다. 그 '욱'을 태균은 간파하고 덜하자고 한다. 행복해질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말이다.



훈훈함도 맘에 든다.

〈같이 밥 먹고 싶은 아저씨 되는 법〉은 상대가 누구든 그를 배려하는 마음을 이야기한다. 맛집 알아두기부터 잘 갔냐 톡 하기까지 그(그녀)와 한 끼 먹기 전부터 먹고 난 후까지의 행동지침이다.〈매력〉의 정의도 칼큼하다. "매력은 그 살람의 타고난 성품과 환경 성향과 재능 그리고 그동안 살아온 삶을 향한 마음 씀씀이가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라며 " 그렇기에 매력은 절대로 흉내 낼 수 없다. 결국 잘 살아내야 한다는 얘기."라고 한다. 〈사랑해〉도 "마음이 시켜서 입이 해야 그 누군가가 들을 수 있는 말"이라며 "결국 듣는 말이 아니라 해야 하는 말"이라고 강조한다. 시원한 이마에 친근한 입담에다 맘에 와닿는 글까지 신언서(身言書)를 고루 갖춘 그와 여러분도 같이 밥 한 끼 먹고 싶지 않은가?






태균 님이 초록색을 좋아하는지 표지, 간지, 소제목, 페이지, 판권지까지 모두 초록색이다. 페이지를 바깥쪽으로 하고, 초록 바탕의 글씨는 검정으로 했으면 가시성이 좋지 않았을까?


아무튼 여느 책과 다르게 상하 여백과 줄 간격이 여유로워 읽기 부담을 확 줄여 준다. 그저 부담 없이 '나도 이제 책 한 원 읽어 볼까?' 하는 초보 독자나 완독이 마라톤처럼 멀게만 느껴졌던 단거리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책 한 권을 완독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이 책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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