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교수의 《글쓰기가 뭐라고》(인물과사상사, 2022)
"뻔뻔해져라, 주눅 들지 마라, 쉽게 쓰는 게 더 어렵다. 글쓰기의 고통에 속지 마라."
강준만 교수의 《글쓰기가 뭐라고》(인물과사상사, 2022) 글쓰기 특강 모음이다. 책날개의 저자 소개만 봐도 강 교수가 얼마나 다독, 다작, 다상량을 하는 3 다향의 작가인지 알 수 있다.
나무위키의 설명에 의하면 훤칠한 외모에 수수한 행동으로 교수 같지 않은 인기 교수이자 대표적인 '호남 지역주의 논객'이다. 엄청난 독서량과 빠른 집필 속도에 기초한 다작으로 유명하다. 23년간 무려 277권을 출간했다. 책마다 인용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주석의 신(神)'이라 할 수 있는 김 교수의 책에서는 '주석의 향연'을 만끽(?) 할 수 있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머리말에서부터 시작된 인용은 마지막에 주석만 7쪽으로 친절하게 마무리한다. 본문이 194쪽인데 주석이 173개니 책의 70%는 주석을 친절히 밝힌 셈이다. 역시 친절한 준만 씨다. (그런데 꼬리말은 어디가 있지?)
〈'글쓰기 책의 범람'에도 불구하고〉라는 머리말로 시작된 이 책은 글쓰기의 마음과 태도 그리고 행위에 대하여 논술하듯 풀어나간다.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다면 다음과 같은 자세를 갖고 이렇게 쓰라고 알려준다. 글쓰기의 심체행(心體行)이다.
첫째, 마음먹기다. 강 교수는 습관의 힘을 강조한다. 스티븐 기즈의 《습관의 재발견: 기적감은 변화를 불러오는 작은 습관의 힘》(2013)을 읽다가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기즈는 책에서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지인으로부터 하루 30분 운동은 쉽지 않으니, 팔 굽혀 펴기 운동이라면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번만'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는 처음으로 이 말을 듣고 비웃었다가 실제로 딱 한 번 해보고 나서, 이후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것이 내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었다."라고.
그렇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공부만큼이나 하기 싫은 게 글쓰기가 아닌가?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열 번이 된다. 열 번이 열 번이면 백 번이고, 백 번을 세 번만 하면 일 년 가까이 된다. 습관이 결국은 경쟁력이라는 이야기다. 이걸 글쓰기에 적용해 '매일 2~3줄 쓰기'를 하라고 조언한다.
둘째, 자세다. 20대에 중앙일보 수습기자를 했던 그가 신문사 편집국 이야기를 하며 제목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신문사 편집국에선 제목을 둘러싸고 가사를 쓴 취재기자와 제목을 뽑는 편집 기자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면서 취재기자는 편집 기자가 뽑은 제목이 자신의 기사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하고, 편집 기자는 포장이 좋아야 독자의 이목을 끌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2005년 당시 서울신문에 쓴 최광범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진흥팀장의 칼럼을 빌려왔다.
그렇다. 제목이 기사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나도 정기구독하는 조선일보와 매일경제를 넘기면서 제목을 보고 읽을지 말지 판단한다. 가끔 강 교수의 말마따나 글의 내용이 제목을 책임지지 못하는 경우도 어쩌다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신문을 읽으면서 공감이 가는 칼럼이나 사설은 제목만을 각색하여 블로그에 공유하고 있다.
헤밍웨이는 집필을 끝내고 제목을 100여가 지나 써보면서 고심했으며, 《위대한 캣츠비》의 저자 스콧 피츠제럴드는 아예 '제목 짓기용' 노트를 따로 갖고 다녔으며, 미국의 소설가 폴 오스터는 제목을 생각하는 데만 몇 년씩 보내기도 했다고 강 교수는 소개했다.
셋째, 실행이다. 그중에서 통계의 활용법이 눈에 띈다. "평소 주요 통계를 챙겨두는 버릇을 갖자. 사회적 이슈에 대해 판단할 때에도 구체적이고 공정한 감각이 키워진다. 통계를 활용하되,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언어로 제시함으로써 통계 수치에 생명을 불어넣으면 설득력이 더욱 높아진다. 대비되는 통계를 제시하면서 그렇게 하면 더더욱 좋다."라고 강 교수는 강조하며 통계수치 활용 비법을 이렇게 알려준다. "통계 수치를 일일이 제시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렇게 할 여유가 없을 땐 "오늘도 60명이 전북을 떠난다"라는 식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게 좋다." 이 얼마나 부드러운 통계의 활용인가?
실제 나도 통계청 누리집을 가끔 들여다보고 청소년, 실업, 노령화 등 활용할 만한 통계는 따로 모아두고, 구독하는 신문에서도 스크랩을 해뒀다가 글을 쓸 때 활용하고 있다.
이 책은 '글쓰기가 뭐라고'하는 제목처럼 너무 겁먹지 말고 편안하게 뻔뻔하게 글쓰기를 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그까짓 거' 하기에는 너무 인용과 주석이 많은 느낌이다. 일반 독자보다는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대학생에게, 언론 고시를 준비하는 예비 기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역시 주석의 신, 친절한 준만 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