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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북필육남

글쓰기와 책쓰기의 완전정복

《강원국의 책쓰기 수업》(한국능률협회미디어, 2025)

by 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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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회장님의 글쓰기》,《강원국의 글쓰기》,《나는 말하듯이 쓴다》,《강원국의 어릅답게 말합니다》에 이어 여섯 번째 읽은 책이다. 전작독서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강작가의 글쓰기 관련 책 '반작독서'는 한 셈이다.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을 썼던 그는 쉰 살 넘어 출판사 평사원으로 들어가 2014년 첫 책 《대통령의 글쓰기》를 쓴 후, 강연과 저술 활동에 열중하고 있다. 글쓰기, 말하기, 공부에 관한 12권의 책을 썼고 위에 언급한 책들은 스테디셀러다.


유튜브 글쓰기 강의를 통해 처음 만나 궁금해서 책을 구입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마니아가 되었다. 대통령의 글쓰기를 읽으면서 고스트라이터의 어려움을 공감해서 그런 것 같다. 그는 대기업 회장과 두 분의 대통령 글쓰기를 했고, 나는 관선 한 분과 민선 두 분의 지방자치단체장(시장) 글쓰기를 했다. 넓이와 깊이는 달라도 연설문을 쓰는 압박과 고통에 차이는 크게 없을게다.


글쓰기와 책쓰기에 관한 책으로 골라 33권째 읽은 책이다. '무슨 책을 더 읽을까? ' 고민하다가 구독하는 매일경제과 조선일보에서 광고를 보고 서둘러 사서 읽었다. 역시 기대 이상이다. 30여 권 읽었던 글쓰기과 책쓰기 관련 책을 종합하면서 '책쓰기의 맥'은 짚은 '책쓰기 완전정복' 같은 책이다.







강원국 작가는 쓰기의 맥, 메모의 맥, 인용을 맥을 정확하게 짚어준다.

첫째, 쓰기의 맥이다. 그는 "글쓰기뿐 아니라 조직에서 하는 일은 늘리기 아니면 줄이기"라면서 "상사의 말이나 자료에서 핵심을 찾아내 요약 정리하거나, 상사의 짧은 지시에서 그 의미와 배경, 맥락, 취지, 목적을 파악하는 일이 전부다. 줄이기와 늘이기 모두 눈치가 빨라야 한다. 다시 말해 읽기 듣기를 잘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건축현장에서 미장이나 목수를 도와주는 사람을 조수라고 한다. 조수는 눈치가 빨라야 한다. 보조 역할을 하는 조수는 주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일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한다. 현장 내에서 장비 준비, 자재 이동, 잔손질 등이 그의 몫이다. 목수가 망치를 들으면 못을 찾아 주여야 하고, 미장이가 벽을 바르면 재빠르게 미장 재료를 준비해 주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현장 분위기를 잘 읽고, 일의 흐름을 센스 있게 파악하는 보조 기술자인 것이다. 어찌 보면 고스트라이터는 상사를 돕는 조수 같은 역할이다. 글쓰기도 이처럼 맥을 잘 잡고 눈치가 빠르면 잘 쓸 수 있다.


둘째, 메모의 맥도 확실히 알려준다. 메모광인 "그는 내게 메모는 일상적인 습작 활동이고, 언젠가 써야 할 글쓰기의 재료를 장만하는 일이다. 읽고 들은 내용을 그대로 메모하는 일은 거의 없다"라고 했다. 역시 메모의 신이다. 그냥 메모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상각을 버무려 메모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공감이 가는, 밑줄 그은 문장을 그대로 필사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내 생각을 적어 넣는다는 말이다. 남극의 형제 펭귄이 제 새끼를 키우기 위해 먹이를 물어와 내 뱃속의 그것을 뱉어내 먹이는 것처럼 말이다. 일단 어미 펭귄처럼 먹잇감을 만들어 놓는 것이 메모다.


셋째, 인용의 맥은 좀 더 구체적이다. 강 작가는 "하나를 베끼면 '표절'이지만, 여러 개를 베끼면 '리서치'"라며 기막힌 방법을 이렇게 알려준다. "글의 형식이건 내용이건 남의 것을 빌려 왔으면, 거기서 반드시 자신의 것을 추가한다. 그리고 빌려온 것과 자신의 것을 섞어서 비비고 푹 삶는다, 기존에 있었던 것을 형제를 알아볼 수 없을 때까지 고아야 한다. 이때 남의 것과 내 것이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여기에 필요한 화력은 물론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 내 시간, 내 머리로 불을 때야 한다"라고.


쉽게 말하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이야기다. 누구나 할 것 같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꾸준히 좋은 글을 읽고 내 것으로 삭이는 연습이 필요하나. 고두밥에 엿기름을 물을 넣어 아랫목에 담요를 덮어두고 한나절 남짓 뒀다가 끓여 주면 식혜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남의 글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섞고 끓여야 한다. 고두밥에 나물 조금 넣고 고추장 조금 넣어 대충 비빈다고 비빔밥이 아니다. 제대로 넣고 제대로 비벼야 제 맛이 난다.







책 띠지에서 작가는 "나는 책쓰기로 인생 2막을 열었다"며 "주변에 보면 책을 써야 할 분들이 쓰지 않는다. 내가 알려드리겠다. 왜 써야 하는지. 책을 쓰면 무엇이 좋은지, 책을 어떻게 쓰는지"를 하고 호소한다. 그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서 그런지 보통의 책보다는 두껍다. 하루 한 쪽을 읽는다면 1년쯤 걸리겠다.


글쓰기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책쓰기의 완전정복'판이다. 글쓰기에 어느 정도 진입하고, 책쓰기에 예열이 된 분이라면 가속도가 붙을 법하다. 글쓰기와 책쓰기의 최신 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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