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준 작가의 《이틀 연속 글쓰기 치트키 특강》10분 글쓰기 1편
작년에 우리 동네로 든든한 작가 부부가 이사를 왔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그와는 최근 온라인 친구가 되었다. 며칠 전 그분한테 글쓰기 특강도 받았다. 줌으로 이루어진《이틀 연속 글쓰기 치트키 특강》은 내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유려한 말솜씨에 묻어나는 강의 깊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강의 중 갑자기 제안도 한다. 10분 글쓰기다. 주제는‘내가 직업을 바꾸고 싶은 이유’다. 아래는 그날 10분 내로 쓴 원고를 약간 수정한 글이다.
시골집에는 마당 가장자리에 샘이 있다. ユ 옆에는 줄기가 제곱근(루트) 모양처럼 생긴 70년생 소나무가 있었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시골집의 식수였다. 지하수가 개발되기 전까지만 해도 옹기종기 모인 양지뜸 일곱 집의 유일한 식수원이었다. 지금은 지하수와 수돗물에 그 역할을 넘겨주었지만.
우리가 먹는 수돗물은 댐에서 여러 가지 정수 과정을 거쳐 가정으로 공급된다. 누군가의 손을 거쳐야만 쓰임이 있다는 이야기다. 샘물은 이러한 정수 과정이 필요 없다. 고여있으면 누군가가 떠서 사용하거나 마시면 된다.
나는 그동안 수돗물과 같은 역할을 해 왔다. 30여 년간 공직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정책)를 전달하는 일이다. 또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시책을 발굴하여 지역을 발전시키고 주민의 복지를 증진해 왔다. 이러한 일들은 수돗물처럼 결재 과정을 거쳐야만 실행할 수 있다. 누군가의 개입이 있는 삶이라는 이야기다.
이제 누군가의 개입이 없는 원수 그대로의 삶을 살고 싶다. 샘물처럼 말이다. 원수를 그대로 마실 수 있는 삶. 그 길이 바로 글을 쓰는 삶이다. 내가 쓴 글은 누구의 결재도 필요 없다. 가공이나 정수 과정은 스스로 하면 된다. 이제 내 삶이, 대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다가가 갈증을 풀어주는 시원한 한 모금의 샘물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