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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글 솜씨의 향연

스티븐 킹(김진준 옮김)의 《유혹하는 글쓰기》(김영사, 2024)

by 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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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김진준 옮김)의 《유혹하는 글쓰기》(김영사, 2024)


자전적 에세이처럼 처음을 유혹하더니 마지막 에필로그를 대신한 '인생론'까지 자상한 선배처럼 그의 내심을 들어낸 책이다. 역시 '공포의 제왕'답게 글 쓰는 이야기도 매끄럽게 이어나간다.


이 책은 크게 네 도막이다. 첫째 도막은 자서전 형식으로 풀어낸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다. 둘째 도막은 작가가 갖추어야 할 창작에 필요한 도구를 집어준다. 셋째 도막은 창작을 어떻게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처럼 짧지만 글쓰기의 힘을 말해 준다. 이 책을 쓰는 도중에 일어났던 교통사고 극복과정과 글쓰기의 효과를 진솔하게 말해준다.


스티븐 킹의 광팬인 김진준 번역가의 역량도 빛나는 책이다. '메떡같이 이야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것처럼 글 넘김이 매끄럽다.


일반적인 글쓰기 책이라면 일반론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일부는 '수박 겉할기식'도 있고, 어떤 책은 '국어시간' 같은 책도 있다. 이 책은 스티븐 킹이 창작하게 되는 과정, 당시 창작하고 있는 것들, 그리고 창작방법 등에 대해 세세하게 집어준다. 넓이와 깊이 그리고 섬세함까지 고루 갖췄다. 기막힌 말솜씨가 빛나는 책이다.






첫 번째, 글쓰기의 폭이다. 작가는 문학적 글쓰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많고 많은 소재 중에 무엇을 쓸 것인가 고민이다. 그 고민을 스티븐 킹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쓰되 그 속에 생명을 불어넣고, 삶이나 우정이나 인간관계나 성이나 일 등에 대하여 여러분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을 섞어 독특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소설은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A지점에서 B지점을 거쳐 마침내 Z지점까지 이야기를 이어가는 서술, 독자에게 생생한 현실감을 주는 묘사,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말을 통하여 그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대화가 그것이다. "라고 이야기한다.


무엇에 대해 글을 쓰고 어디까지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를 정해 놓고 그 범위(폭)를 기준으로 삼아 글을 써나가면 되는 것이다.


두 번째, 글쓰기의 깊이다. 논문에서는 연구의 깊이겠으나 여기서는 마음의 깊이라고 해두겠다. 어찌 보면 글쓰기를 대하는 진정성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저자는 글쓰기를 대하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글쓰기가 내 목숨을 살려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데이비드 브라운(교통사고 후 수술과 치료를 도와준 의사) 박사의 솜씨(의술)와 사람이 담긴 아내의 보살핌 덕분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나를 도와준다. 글쓰기는 내 삶을 더 밝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처럼 스티븐 킹이 글쓰기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말 수 있다.


그러면서 그는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 준다."며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이처럼 글쓰기는 자신은 물론 그것을 접하는 독자에게도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이다.


세 번째, 글쓰기의 섬세함이다. 어찌 보면 묘사가 예술적 경지에 올랐다고나 할까? 읽는 내내 혀를 내두르게 하는 묘사가 곳곳에 있다. 그는 "묘사는 중용을 지키는 덕이 요령이다" 라며 " "어떤 것은 묘사하고 어떤 것은 그냥 내버려 둬야 하는 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여러분의 주된 소임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묘사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시작되어 독자의 상상력으로 끝나야 한다"면서 직설적 묘사와 시적인 묘사 예시까지 들었다.






은쟁반에 옥구슬 흐르듯, 어머니 무릎을 베고 듣는 옛날이야기처럼 술술 읽히는 글쓰기 유혹이다.

후기를 대신하여 쓴 인생론이 압권인 이 책을 초보 소설가에게는 보물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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