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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팀장은 어떻게 홍보의 신이 되었나

김선태 주무관의 《홍보의 신》(21세기 북스, 2024)

by 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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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동안 가볍게 읽어볼까?" 하고 집어 든 책이다. 공무원에 관한 책을 쓰려고 공직 내부의 이야기가 좀 많이 나오려나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변죽만 울리고 끝까지 홍보 이야기만 한다. 홍보의 신답게.


대학 입학 후 고시공부를 하다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30세에 9급 공무원으로 입문한 김선태 주무관은 '물건'이다. 홍보에 관한 한 말이다. 타의에 의해 시작한 지자체 홍보 유튜브가 조회수 100만(2025.10.8. 현재 91.2만 명)을 앞두고 있다.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구)는 물론 광역자치단체와 정부 부처를 통틀어 당당한 1위다.


정보를 공유하려는 누리꾼들이 참여해 만드는 일종의 온라인 백과사전인 나무위키 정보는 현직 대통령을 능가한다. 그의 정보를 확인하려면 오른쪽 엄지손가락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26번이나 쓸어 올려야 한다.(현직 대통령은 20번이면 되는데) 하기야 이미 책 제목도 '홍보의 신'이니 대통령급쯤은 가볍게 제쳤을게다.


김 주무관은 입사 8년 만에 어떻게 홍보의 신이 되었을까? "결재 없음, 날먹 추구, '근본 없음'이 정체성"이라며 "낡은 틀을 깨고 스스로 예외가 된 '충주시 홍보맨'의 파격적인 홍보 비밀"이라는 책 뒤표지의 홍보 헤드라인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그 비밀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자율권, B급 그리고 소재 먼저다.






첫째, 자율권이다. 김 팀장은 "결재권자는 최소한의 개입만 한다고 생각하고 담당자를 믿어주어야만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습니다. 담당자에게 재량권을 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담당자가 해당 사안을 가장 잘 알고 있고 포인트도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사고가 터지면 결국 담당자가 책임을 집니다. 이 말은 담당자 역시 문제점을 충분히 고려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결재권자는 담당자에게 최대한의 자율권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국가나 공공단체의 일을 공무라고 한다.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 즉 공무원이 공무를 집행할 때는 소정의 결재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까운 곳에 출장을 가는 일부터 대규모 사업 계획에 이르기까지 전결 또는 최종 결재권자까지 결재(결정할 권한이 있는 상관이 부하가 제출한 안건을 검토하여 허가하거나 승인함)를 받아야 실행을 할 수 있다. 만약 김 팀장이 유튜브 제작 초기부터 결재과정을 거쳐 만들었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둘째, B급 감성이다. B급이란 누가 보아도 세련되거나 완벽하지는 않지만 유치하고 원초적이며, 직관적인 매력으로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이나 아이템을 말한다.


2018년 그가 충주시 페이스북 담당자였을 때 제작한 충주 대학찰옥수수를 홍보하기 위한 포스터를 보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알 수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옥수수"라는 타이틀에 곰돌이 인형의 이에 대학찰옥수수를 편집해 넣은 축제 홍보용 포스터를 만들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그가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주제로 제작한 '관짝춤' 밈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1087만 회(2025.10.8 현재)를 기록하고 있다. 대한민국 지자체 홍보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은 역대급 영상이다.


이러한 영상은 독창적인 기획부터 편집, 섭외, 촬영, 편집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그의 철학이 들어가 있다. 시청자가 쉽게 이해하고 호감이 가도록 만드는 시청자 중심의 영상 제작이다.


셋째, 소재를 먼저 찾아라. 그는"유튜브 각이 나오는 소재를 먼저 정하라."라고 한다. 기획 단계에서 소재부터 정하라는 의미는 특정한 주제에 함몰되지 않고 더 자유롭게 생각해 보고 재미있을 만한 주제를 찾으라는 이야기다. 그는 당시 잘 나가던 먹방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하수처리장에서 하이라이스를 먹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하수처리장의 홍보영상을 기획할 수 있었다.


소재를 먼저 찾아라는 의미는 어찌 보면 시류에 따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무렵에 유행하는, 즉 사람들이 좋아하는 흐름 속에서 관련 주제에 얽매이지 말고 가벼운 소재를 통해 주제에 접근해 가는 방식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준다는 말이다.


김 팀장은〈큰 성공에는 운이 필요합니다 〉에서 "적절한 기회, 적절한 시기, 적절한 사람까지 모든 게 저를 도와주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운이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운 없이 성공 전략만 가지고 모두 성공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이상주의자 거나 거짓말쟁이일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확신에 찬 도전까지를 강조했다.






그는 책의 말미에 "그 어떤 것보다 유튜브는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내용도 즐겁고, 그것을 봅 시청자도 즐겁고, 그것을 만드는 유튜버도 즐거워야 합니다" 하고 했다. 이 말은 평범한 그가 어떻게 '홍보의 신'이 되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공직의 모든 일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홍보 분야 특히 유튜브만큼은 바이블과 같은 책이다. 제2, 제3의 김선태가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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