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인의 《기자의 글쓰기: 원칙 편 - 싸움의 정석》(와이즈맵, 2025
그는 1992년 이래 2025년 현재 조선일보 기자다. 현재를 보는 눈과 미래에 대한 답은 역사 속에 있다고 믿는 언론인이다. 그가 쓴 기사, 에세이, 칼럼, 15권이 넘어선 베스트셀러는 글쟁이와 지식인들 사이에서 훔치고 싶은 모델로 통한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직접 첨삭 지도한 글들을 예시로 원칙과 팩트에 충실한 글이 가진 힘을 명료하게 설명한다. 《기자의 글쓰기》(북라이프, 2016) 출간 후 10년, 독자의 성원으로 새로이 출간한 《기자의 글쓰기: 원칙 편 - 싸움의 정석》에서는 수필, 기행, 역사, 칼럼, 인물, 인터뷰, 자기소개서에 걸친 7가지 장르를 꿰뚫는 실전 글쓰기 필승 전략을 전수한다. 읽는 내내 고개가 끄덕여진다. 30여 년 경력을 가진 현직 기자의 구력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이 책은 글쓰기의 전, 중, 후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글쓰기 바이블, 글쓰기 완전정복 같다.
첫째, 글쓰기의 전에 준비 운동이다. 이 책은 글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를 시작으로 글 보따리 챙기기, 글 디자인에서 생산까지 철저하게 준비 운동을 시켜준다. 마치 우리가 충분한 준비 운동을 한 후 수영을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글감 준비를 강조한다. 팩트가 제대로 수집되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쓰게 되면 오로지 주장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 기억, 경험, 자료, 인터뷰 등 글 재료가 풍성하더라도 미리 설계하지 않고 무조건 글을 쓰면 주장을 하게 된다. 주장만 있으면 그 글은 재미가 없어진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작가는 글은 과정이라며 기획하고 기억을 떠올리고 경험을 떠올리고 자료를 모으면 글 쓸 준비가 완성된다면서 이 재료를 토대로 구성을 하라고 한다. 어찌 보면 집 짓기와 글짓기는 과정이 약간 다른 셈이다. 집은 설계도에 따라 재료를 준비하여 공정에 따라 지으면 된다. 글은 순서가 반대다. 주제가 정해졌으면 글 재료(글감)를 모으고 그 재료들을 어떻게 배치하여 써 내려갈 것인지, 즉 글(문단) 얼개(구성)를 한 후 써 내려가야 한다.
둘째, 글 쓰는 과정 중에서 해야 할 일들이다. 박 작가는 재미있는 글을 쓰려면 팩트를 스토리로 둔갑시켜야 한다며 오래된 구전 동요를 가져와 설명한다. 원숭이 똥구멍이 왜 백두산까지 갔는지 말이다. 밑도 끝도 없이 '원숭이 똥구멍은 백두산이다'라고 써버리면 더 이상 글은 진행할 수 없다. 차근차근 설명이 되어야 한다. 자,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빨가면 뭐야. 사과야. 사과는 뭐야 맛있지. 맛있는 건 바나나야. 바나나는 길지? 길은 건 기차야. 그런데 기차는 빠르지. 더 빠른 건 비행기야. 비행기는 높지, 높은 게 뭐야, 그래서 원숭이 똥구멍이 백두산인 거야라고 설명이 돼야 한다. 기막힌 전개이자 비유다.
그래야만 독자들은 어어어 하고 읽다 보니까 원숭이 똥구멍이 백두산이 돼버렸다고 믿는다. 이렇게 주제를 설득하는 과정이 글이다. 원숭이 똥구멍=백두산이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게 글이다. 마치 상대에게 어떤 변명을 할 때 그때는 이차 저차 해서 이렇고, 저차 저차 해서 저랬으니 저렇게만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도 생각해 이해해 달라고 설득하지 않는가?
셋째, 글을 마무리하는 과정의 중요성이다. 박 기자는 글의 품질은 재료를 어떻게 버무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 재료를 완전히 자기 걸로 만들지 않으면 수식이 들어가게 되고 액세서리가 붙게 된다며 소위 실패한 성형수술, 성형 괴물이 돼 버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지막 문장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마지막 문장, 이 마지막 문장으로 그 앞의 모든 내용을 결론지어 줘야 한다며 그렇다고 마지막 문장이 화려할 필요는 없지만, 따로 놀아서도 안되고, 꼴도 보기 싫은 바른생활 어린이 '~해야겠다'도 안된다. 필요 없다면 쓰지 말라고 한다.
이 책은 글에 주제가 정해졌으면 주제와 관련한 글감 등을 모으고, 그 모은 자료를 어떻게 배열할 것인가를 구상한 후 이해하기 쉽게 전개하여 쓰되 마지막은 앞의 내용을 아우르는 내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글쓰기 바이블, 완전정복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