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엄마가 되는 것이다

이태준의 《문장 강화》(창비, 2025)

by 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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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은 1947년 박문출판사 증정판인 《문장강화》를 대본으로 한 1988년 창작과비평사의 《문장강화》개정판으로 37쇄 발행본이다. '시는 정지용, 문장은 이태준'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좋은 글은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주는 적절한 예문과 간결한 설명이 머리에 쏙쏙 박힌다. 읽으면서 나의 글쓰기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뼈대를 세우는 기분이다. 팔십 년 전의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각이 살아있다.



지금까지 읽은 글쓰기 관련 책이 '아가'에 것이라면, 이 책은 '태아'에 관한 것이다. 즉 말이 어떻게 글이 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글이 되어가는지 그 과정을 차근차근 알려준다. 태아(뱃속에 있는 아이)가 아이(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막 태어난 아기)가 되고, 아이가 아가(어린아이)가 되는지를 생물학적인 원리처럼 짚어주고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도 또렷하게 알려준다.



작가는 글의 태동의 원리를 이렇게 알려준다. "글은 아무리 소품이든 대작이든, 마치 개미면 개미, 호랑이면 호랑이처럼, 머리가 있고 몸이 있고 꼬리가 있는, 일종의 생명체이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한 구절 한 부문이 아니라 전체적인, 생명체적인 글에서는, 전체적이요 생명체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 말에서보다 더 설계하고 더 선택하고 더 조직·개발·통제하는 공부와 기술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필요한 공부와 기술을 곧 '문장 작법'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일렀다.



글의 태생 원리를 설명하는 이 문단은 마치 태아가 아이가 되기 위해서 어떠한 요건과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것과 같다.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수정 과정을 거쳐 수정란이 만들어지면 시기에 따라 태아가 커 나간다. 태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10주 이내에 주요 장기가 형성되고 사지가 생기고 심장이 뛰고 혈액 순환이 이뤄진다. 이후에는 성장의 발판이 마련되어 40주가 되면 태어나 세상과 만나게 된다. 작가의 생각이 세상에 나오는 원리와도 같다.



아이를 낳았으면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육아 지침처럼 퇴고의 개념도 알려준다. 글을 썼으면 어떻게 다듬어 세상에 내놓을지를 말이다. "글은, 사상인 것이나 감정인 것이나, 자기 마음속엣 것을 꺼내어 남에게 전달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원만히 전달했으면 목적을 전달했으면 목적을 성취한 것이요 그렇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다"라며 고려 유신 길재 선생이 고려의 옛 수도 개성(송도)을 말을 타고 혼자 돌아보며 멸망한 왕조를 한탄하는 '회고가'로 알려진 노래를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흉내의 천재인 채플린도 영화 '황금광 시대'에서 닭의 몸짓을 내기 위해 양계장에 석 달을 다녔다는 말이 있다."라며 '일필휘지'라는 우연을 바랄 것을 아니라 두 번 고치고 세 번 고쳐도 안 되면 백 번을 고치더라도 마음속에 것과 가장 가깝도록 고쳐 쓰는 것이 문장법의 원칙이라면서 이렇게 가장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 문장을 고쳐나가는 것을 '퇴고'라고 정의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마음속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여 남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은 내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 즉 글의 졸가리를 어떻게 잡고 어떻게 고쳐서 세상에 내놓을지를 알려준다. 마치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어떻게 생기고 자라서 낳아 제 몫을 하도록 키워 세상에 내보내야 하는지를 말이다. 글쓰기는 마치 엄마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과 같은 원리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글 같은 글 글 다운 글은, 잘 읽히고 잘 전달되는 글은 아무나 쓸 수 없는 게 글인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글쓰기를 해야겠는다는 마음이 더 생긴다. '문장 강화'가 '내 글쓰기 심장을 강화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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