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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까칠남녀 17화(17.07.17)자문활동

리벤지 포르노, 이것이 문제다 by. 님님

※ 본 글에서는 '복수'를 뜻하는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graphy)'의 의미가 부적절하다고 판단, '개인 성행위 유출 영상'으로 바꾸어 표현하였습니다.



<까칠남녀> 17회의 주제는
안전이별


<까칠남녀>는 성차별 이슈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국내 최초의 젠더 토크쇼로, EBS1에서 월요일 11시 35분에 방영되고 있습니다. MC 박미선, 봉만대 감독, 방송인 서유리, 서민 교수 등 다양한 패널이 솔직한 대화로 다양한 이슈를 다룹니다.



지난 17일 방영된 <까칠남녀>의 주제는 '안전이별'이었는데요, 사이버 성폭력의 일종인 '개인 성행위 유출 영상'도 언급되었습니다.


<까칠남녀> 제작팀이 한사성에 자문 요청을 하신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리벤지(?) 포르노, 아닙니다
개인 성행위 유출 영상, 맞습니다
이런_단어가_사전에_등재될_지경.jpg


'안전이별'이란 말은 이미 유행어를 넘어 하나의 단어로 굳어져버렸습니다. 15년 SNL에서도 '안전이별 서비스'를 통해 이별 후 이어지는 폭력들을 비꼬는 내용의 콩트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번 달(!)에는 유명 커피 체인점 대표가 헤어진 연인에게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라고 협박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연애를 하다 보면 헤어질 수도 있는 건데, 이렇게 당연한 '이별'조차 다양한 폭력의 이유기 되는 겁니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근거 없는 '복수심'으로 상대의 허락 없이 상대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하는 건 명백한 범죄이고 사이버 성폭력입니다.


'개인 성행위 유출 영상'은 이를 일컫는 말입니다.




개인 성행위 유출 영상, 이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서 한사성 팀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까칠남녀> 자문 회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1. 피해자에 대한 낙인

사회적으로 여성들은 성생활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에 놓입니다. 여성들은 순결을 지키는 순수하고 깨끗한 '성녀'이면서, 남성들의 성관계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창녀'이기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여성들은 어떤 선택지를 택하든 비난받게 됩니다.


야한 것과 폭력을 구분해야 합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성 엄숙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성에 관한 논의를 양지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이버성폭력 촬영물은 개인과 개인이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지고 그 행위를 촬영하는 것과 같은 행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동의 없이 촬영을 하고 유포를 하였다는 점에서 문제적인 것입니다.


지금은 '야한 것=나쁜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오히려 애초에 영상을 찍지 말았어야 했다는 둥 비난이 가해지기도 합니다.


상대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흔히 말하는 야동을 해당 상황을 연출하여 기획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더욱이 개인 성행위 유출영상의 경우 해당 영상물이 촬영 당시에는 동의 하에 촬영한 영상이라면(유포에 동의하는 것과 촬영에 동의하는 것은 다릅니다) 더 그렇습니다.

피해자가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행위를 즐기는 것처럼 화면에 비치기 때문에 폭력 영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2. 언론의 피해자 호출 방식에 대한 문제점

'몰카 기승이다'라고 하면서 실제로 '몰카'를 찍어 올려 뉴스에 사진 자료로 첨부하거나, 피해자가 보도를 원치 않았는데도 보도한 사례가 있습니다.


사이버 성폭력 범죄의 원조격인 '빨간 마후라' 사건 때도 일부 기자들이 10대 피해 여성에게  “언제 첫 경험을 했느냐” “어디서 했느냐” “임신은 해봤냐” 등등 사건과 관계없는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피해 여성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배려를 할 가치가 있느냐” “비디오를 보면 여자로서 주장할 만한 자격이 과연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여 같은 자리에 있던 다른 기자들까지 당황케 했습니다. (백승권)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이 보도들은 실태 고발을 위해서 만든 건지 또 다른 형태의 포르노를 만들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성폭력 관련 사건에 있어서 언론 보도 방식은 문제가 있습니다.


3. 검찰, 경찰의 성인지 부족           

'몰카', '개인 성행위 유출 영상' 관련하여 경찰에게 신고를 하고 조사를 시작하게 되면 피해자들이 걱정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2차 가해입니다.


'행실이 올바르지 못하니까 이런 걱정을 하게 되는 거 아니냐'며 사적인 질문을 하거나 피해자를 탓하기도 합니다. 21일에는 유명 국회의원의 아들이기도 한 성범죄 재판 담당 판사가 '몰카'를 찍다 적발되었습니다.


이는 전체적인 사후 공모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4. 유희문화가 된 유출 영상

많은 커뮤니티와 유머사이트에서는 현재도 ‘이거 모르면 남자 아니다.’, ‘○○녀, ○○보리녀 이거 아는 사람’등 불법 유출 음란물 관련글이 유머글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 친구를 태그 해서 불법 음란물을 당당하게 공유하기도 합니다. 이를 거부하는 남성은 '고자', '진지충' 같은 비난을 받으며 남성 공동체에 끼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듭니다.


여성혐오가 당연하며, 여성을 혐오할수록 '남자답다'라고 여겨지는 겁니다.


심지어 '도가니', '한공주'처럼 성범죄를 고발하는 내용의 영화까지 성적으로 소비됩니다. 올레TV에 존재했던 '성폭행 영화' 카테고리나 '한공주 엑기스'로 돌아다녔던 영화 속 성범죄 장면 짜깁기 클립이 그 예입니다.


개인 성행위 유출 영상과 몰카는 '문화'도 아니고 '남성의 당연한 권리'도 아닙니다. 한 인간, 한 여성의 권리를 무시하는 폭력행위입니다. 유포도, '보기만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까칠남녀> 공식 홈페이지 http://home.ebs.co.kr/gender/main

<까칠남녀> 해당 방송분에 대한 노컷뉴스 보도 http://www.nocutnews.co.kr/news/4817151

"빨간 마후라에 언론도 흥분?" 미디어 오늘 보도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5948#csidxac760b9573b5375a48df024e1584ff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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