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툭한 비

입술

by 권윤

바싹 마른 바람이

계절의 비보를 전했다.

입술은 바스락 소리를 내고

낭독되지 못한 추도사는

젖고 마르기를 반복하며

원형을 잃어 갔다.


계절 내내 꺼내지 못한

낡은 옷들은

옷장 깊숙이 눕혀지고


내 부끄러움은

스무 해가 지나도록

죽지 못하고

빗물 고인 웅덩이를

자맥질하듯

꼴깍이며 허우적댔다.


가을비는 뭉툭하게 쏟아지고

우리는 죽지 못해 홀로 멍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