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좋아하지만 사람과의 대화는 어려운 나
오랫동안 나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한 가지가 있다. 처음 만나거나 어색한 상대와 대화하는 것을 극도로 어려워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위아래로 나이 차이가 많은 사람을 대할 때 더 심해진다. 평소에 말주변이 없는 터라 또래가 아닌 경우에 공통으로 흥미를 가지는 주제를 꺼내기가 힘들다. 웃어른과 대화할 때는 혹여 말실수를 할까, 그런 나를 예의 없는 사람으로 보는 건 아닐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불편함을 느끼는 상대와 대화를 시작하기만 하면 긴장해 버리는 탓에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곤란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옛날의 나는 성격상 낯가림이 심한 탓에 모든 대화가 툭툭 끊기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상대가 나에게 질문을 아무리 던져도 항상 단답으로 대답했다. 그의 말에 이어 역질문을 하는 태도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어색함에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고 해도 나의 태도는 상대를 무안하게 만들었으며, 그런 나를 상대는 자신과 대화를 이어가기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대학 시절에는 겨울학기에 자주 듣던 영어와 일본어 회화 수업에서도 그 성격과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따금씩 잘 알고 있는 주제나 관심사에 한해서만 말이 좀 늘어나긴 했지만 잠깐 뿐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건대 그 당시의 내가 여간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수업 시간에 어려운 주제를 받으면 갑작스러운 나머지 머리가 하얘져서 바로바로 나의 생각을 뱉는 것에 서툴렀다. 관심 없는 주제는 애당초 생각이란 것을 해 본 적도 없었고, 혹여 관심이 있는 주제라고 하더라도 내 생각을 문장으로 정리하거나 말해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은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 나가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평소에 조금씩은 생각을 정리해 두고, 상대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자유롭게 표현한다.
지금의 나는 그때와는 상당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졌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하는 말들을 유심히 들어보고 나와 생각의 결이 비슷하다 싶으면 관심을 둔다. 내 관심의 척도는 질문 공세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거리낌 없이 가벼운 주제로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시작한다. 날씨나 패션, 상대가 가진 독특한 액세서리에 관한 가벼운 질문으로 나에 대한 경계와 긴장을 풀어주려고 노력한다. 그다음 대화는 자연스레 상대의 관심사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간다. 흥미가 겹치는 주제가 하나쯤 나오길 기대하며 더욱 적극적인 모습으로 대화에 임한다. 평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주제가 나와도 상대에게 양해를 구해 잠시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보거나,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아 힘들다면 유사한 주제로 자연스럽게 돌리는 기술까지 터득했다.
이렇게 성장한 데에는 다른 사람들과 지낸 영향이 크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면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엿보는 느낌에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들과 대화하고 싶은 마음에 노력한 결과다. 그들에게 생각보다 배울 점도 많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상대방이 즐기고 있는 것들을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해 가면서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 임기응변도 터득한 덕분에 이제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대화를 즐기고 있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노력으로 단점을 극복해 가는 나 자신이 조금 대견해지는 하루다.
저의 '일상 질문 에세이'를 읽고 나서 오늘의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대답을 하루에 하나씩 공책에 적어보는 습관을 들여보시길 권합니다. 가장 추천드리고 싶은 방법은 나만의 생각노트를 한 권을 만들어서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노트 페이지 상단에 그날의 날짜와 질문 하나를 나란히 적어두세요. 그러고 나서 하루를 보내다가 갑자기 답이 떠오르는 순간 생각이 달아나지 않도록 공책이든 메모장이든 상관없이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세요.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그 기록들을 나만의 생각노트에 옮겨 적으면 끝입니다. 메모장이나 포스트잇에 적어둔다면 그대로 공책에 붙이면 되니 더욱 좋겠네요.
질문을 보고 답이 바로 떠오르지 않을 수 있어요. 살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질문들로 글을 써 나가려고 하기에 저 역시도 답을 생각하고 글을 쓰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거든요.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아서 고민하는 시간이 드는 게 어쩌면 당연한 과정일지도 모르겠네요. 시작은 한 줄이라도 괜찮으니 틈날 때마다 질문에 대해 습관처럼 생각하는 하루를 만들어 나가길 바랍니다.
하루가 아닌 일주일, 심지어 한 달이 걸려도 상관없어요. 그저 일상을 보내다가 질문에 대한 생각이 명확해지는 순간, 그 누구도 의식할 필요 없이 자신만의 대답을 자유롭게 공책에 적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생각노트를 통해 자신만의 생각들이 쌓이다 보면 훗날 그 기록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도와주는 창이 될 거예요. 일상 속에서 자신에 대해 적어가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내가 이제는 나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이 되었다’라는 확신이 서는 순간이 온답니다. 그 순간 찾아오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마음껏 누려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글로 자신만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날마다 쌓여가는 기록들을 통해서
비로소 자신을 온전하게 바라보는 그날까지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