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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비 Jun 22. 2016

운명이다 -  봉하기행3

*운명이다 - 봉하기행3

대통령의 거실.
한쪽 구석의 컴퓨터 화면에 눈길이 간다. 그의 유언이 씌여진 컴퓨터다. 부엉이 바위로 향하기전 새벽녘, 모니터에 작별인사 내용이 한 글자 한 글자 새겨질 때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의 손가락 진동이 느껴질 때마다 키보드는 얼마나 아팠을까?  모니터 화면에 하나 둘씩 글자 수가 늘어나고 문장이 완성되어가는대로 운명의 문턱을 넘어서고자 했던 그의 삶도 결국 운명과 하나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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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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