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래도 수명을 누렸구나.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젊은날 먼저 가버린 친구들은 어쩌지?’
마산동 은여울 공원은 가을단풍이 여전히 불타고 있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낙엽들이 수줍게 인사합니다. 이른 아침임에도 파크골프채를 들고 그라운드 곳곳을 씩씩하게 걷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건강관리에 대한 여유가 넘쳐나 보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이제는 계절과 작별인사를 해야하는 낙엽들이 ‘그래도 하늘 한가운데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푸르름을 선사했던 지난날은 여한이 없노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겨울, 포근히 대지를 감싸주며 흙속의 자양분으로 돌아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내년 봄을 준비하겠다고 말입니다.
그런데.....가을날의 운치를 더해주는 낙엽들 사이로 푸른 잎사귀들의 잔영이 아른 거립니다. 차마 대지에 발을 내딛지 못하고 허공을 허우적 거리는 친구들도 보입니다. 그들이 낙엽을 향해 무언의 외침을 던지는 환상도 보입니다.
“당신들은 천수를 누리고 넉넉한 미소를 머금으며 대지와 인사를 나누고 있지만 부러진 가지, 밑둥잘린 기둥에 붙어있다는 것만으로 짧은 생애를 마감한 우리네 삶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의 상념을 일깨우기라도 하듯 ‘따악 따악’ 어르신들이 휘두르는 파크골프 공이 허공을 힘차게 날아갑니다.
김포시에선 은여울 공원 파크골프장을 조만간에 반려동물 공원으로 변경할 계획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반대하는 어르신들이 집단민원을 냈지만 당초 계획이 상당부분 진행되어 대안마련에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대체부지로 학운리 인근의 장소를 추진하고 있지만 접근성이나 편의성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문득 지난 대선 때 전국 각 시군별로 ‘파크골프장’ 조성을 약속했던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 떠올랐습니다. 지금까지의 여느 대선과 다르게 ‘실현가능한 구체적 생활공약’까지 제시했던 이재명 후보의 꿈은 당분간 정지된 상태입니다. 만일 그의 도전이 성공했다면 가장 큰 수혜를 입었을 분들이 어르신들이었는데....그 분들중 대다수의 선택은 그게 아니었으니....
각종 노년기 복지혜택은 진보정권에서 입고 투표는 보수 쪽으로 가는 성향을 어찌할 수 없다 하더라도 ‘태극기 부대’같은 사고와 행동만은 안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깊어가는 가을날...
은여울 공원 낙옆더미 앞에서 상념의 자락은 계속 이어집니다. #은여울공원 #낙엽 #파크골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