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 Bites 1. 자영업자를 위한 마케팅119 (23)
자, 이제 마지막 장이다. 처음 ‘장사 왜 할까’부터 시작해서, SWOT, 4P 분석, 디지털 마케팅과 마케팅 매트릭스, 고객 여정까지 참 많은 내용들을 다뤘다. 마지막으로 경쟁요소에선 내가 선두주자인지 후발주자인지에 따라 다른 마케팅 접근과 경쟁을 ‘통섭’으로 바꾸는 아이디어까지 알아보았다.
여기까지 진행했으면 내 가게를 꾸리고 운영하는 데 적어도 마케팅 측면에선 기본기는 다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실제 영업에선 이보다 더 많은 상황들이 발생할 거고, 대면 판매를 하는 자영업의 특성상 ‘고객’ 스트레스도 상당할 것이다.
그보다 더 원천적인 질문이 있다. 애써 시작한 사업, 어떻게든 오래 가게 만들고 싶지 않은가? 마지막 장에서는 그에 대한 답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최근 국내 경제뉴스를 보면 ‘갑질’, ‘오너 리스크’ 등의 경영 폐해에 이어 ‘ESG 경영’이니, ‘지속가능한 경영’이니 하는 얘기들이 나온다. 맞다. 규모는 다를지 몰라도, 각급 규모의 기업들 또한 우리처럼 오래 가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오래가는 가게, 혹은 회사를 만드는 비법은 간단하다.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기업시민’이 되라는 것이다. 이는 소유구조와 경영, 만들어진 이윤의 사회 환원까지 단지 내 가게가 돈을 버는 수단만 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기업 또한 하나의 시민으로서 기여하고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이든 시장을 떠나 존재하는 곳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너는 자본과 일정한 기술력, 생산수단을 갖고 기업을 창업하지만, 그를 실제 운용하고 또 버티게 하는 동력은 바로 ‘소비자’다.
소비자 없는 기업은 없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제일 첫 장 ‘장사 왜 하지’에서 알아본 것처럼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다. 바꿔 말해, 장수기업이 되는 방법 또한 소비자의 니즈, 나아가 그 소비자들과 건강하게 호흡하는 기업이 오래 간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살펴보면 꽤 많은 장수기업들이 있다. 유한양행, 동아제약, 샘표간장, 오뚜기식품 등 중견기업은 물론, 삼성, LG, 현대 모두 약 100년 내외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들은 어떻게 생존했을까? 또 이들이 가장 크게 두려워하는 건 무엇일까?
그들의 생존비법은 무엇보다 시장에서 원하는 걸 적시에 정확히 제공했기 때문이다. 간장이나 식품, 약품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그들이 자리 잡은 한국사회, 그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과 효능, 약효를 끊임없이 찾아 제공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자영업에도 이런 곳은 많다. 이제는 ‘가게’ 수준을 넘어 어엿한 중견기업, 나아가 지역명물로까지 자리 잡은 전국 유명 빵집들이 그렇다. 대전의 성심당, 군산의 이성당, 전주의 수제 초코파이집들이 그렇고, 분야를 넓혀 부산 금정산성 막걸리, 부산 삼진어묵, 서울 광장시장 순희네빈대떡 등이 그러하다. 이들은 시대가 지나도 자신들의 맛을 꿋꿋이 지켜왔으며, 자신들만의 영업 노하우를 보태 몇십 년이 지나도 지역사회의 사랑을 받는 가게 만들기에 성공했다.
이들이 단지 고객 니즈와 입맛 맞추기에만 성공해서 이렇게 오래 살아남았을까? 그건 아니다. 예를 든 기업들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선보였던 공통가치는 단 하나, 지역사회에 대한 ‘헌신’, 즉 사회공헌이 그 답이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마케팅의 목적이라 강조한 건 단 2가지였다. 내 가게를 ‘알리고, 좋아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달리 말하면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이자는 거였고, 한마디로 정의하면 ‘사랑받는 가게’ 만들기였다.
이를 마케팅 개념으로 조금 더 튼어 얘기한다면 ‘러브마크’(Lovemark)를 만든다고 할 수 있다. 러브마크란 마케팅 측면에선 영국의 광고대행사인 사치앤사치의 케빈 로버츠 CEO가 주장한 것으로 각 기업들마다 자신을 좋아할 만한 특별한 점을 만들어야 오래 간다는 것이었다.
위 예를 든 기업들 또한 마찬가지다. 각급 규모를 떠나 뚜렷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러브마크를 만들어나간 것. 먼저 중견기업들부터 살펴보자.
유한양행은 킴벌리와의 합자회사인 유한킴벌리를 통해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장기간 진행했다. 올해인 2023년도 연간 캠페인 캘린더를 만들만큼, 나무를 이용한 제지 사업이니만큼 지속적인 산림 보전활동에 신경쓰고 있다.
동아제약은 1998년, IMF 시절 청년들에게 도전정신과 자신감을 심어주자는 강신호 명예회장의 제안으로 ‘대학생 국토대장정’ 캠페인을 만들었다. 2020년 코로나 발발로 현재는 중단되었지만, 무려 20년 넘게 매년 144명의 남녀 대학생에게 대한민국 국토를 종주하며 건강한 대한민국 시민만들기에 앞장섰다.
성심당도 마찬가지다. 당일 판매하고 남은 빵은 모두 지역사회 단체에 기부하며, 레시피도 책으로 만들어 전부 공개한다. ‘대전 이외 지역에 출점할 경우 대전시민의 자랑이 없어진다’며 대전 내에서만 영업하며, 기부하는 빵의 규모만 매월 약 4,000만원에 달한다니 대전 지역의 사랑받는 빵집으로 자리매김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이외에도 대기업의 사회공헌은 수많은 언론 기사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연말 사회복지 활동을 비롯해, 주요 대기업의 경우 매년 수천억 원 규모의 재단과 사회공헌 활동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사랑받는 기업’, 즉 ‘러브마크’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자, 시선을 다시 우리에게로 돌려보자. 이렇게 설명해도 아마 대부분의 반응은 이럴 것이다.
아유, 이런 기부활동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하는 거지!
우리 같이 막 창업한 데에서 어떻게 해!
우린 그럴만한 여력이 없어요.
재료비도 올랐고, 알바비도 못 줘서 온 가족이 매달려 일하는 데 어떻게 그래요?
맞다. 나름 적절한 항변이다. 허나 우리는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어느 규모의 마케팅이든 다 비용은 든다. 무료처럼 보이는 디지털마케팅 또한 절대 ‘공짜’는 아니라고 앞서 설명한 바 있다.
한 명의 고객을 유치하는 데에는 일정한 비용이 들기 마련. 그 고객이 한번 오고 마는 게 아니라, 계속 2회, 3회 재방문해 ‘단골’을 만드는 비용으로 이 사회공헌 비용을 생각하면 어떨까.
어렵지도 않다. 신문이나 방송 사회면을 보면 간혹 이런 기사를 손쉽게 발견하곤 한다.
치킨집 사장, 배고픈 형제에게 무료로 치킨 나눠줘
중국집 사장, 인근 불우한 아이들에게 꾸준히 무료 점심 제공
30년째 백반 가격 안 올린 공원 옆 백반집 화제
독거노인과 불우이웃 ‘무료 이발’ 서비스 미장원, 올해 3,000명 돌파
이들의 공통점은? 아마 이들 또한 살림이 넉넉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도 혹자는 재능기부로, 다른 이는 만든 제품(음식)으로 지역사회에 다가섰다.
그 결과 이들은 현재 사랑받고 있다. 아마 외부 경영요건에 의해 무너진다 해도 이들이 다시 문 여는 순간, 고객들의 발길은 금세 이어지리라 믿고 또 바란다. 평소에도 이렇게 ‘베품’에 인색하지 않은데, 실제 고객에게는 얼마나 그 서비스가 좋을까.
4P 요소에 이어 뭔가 남들과 차별점을 둬야 성공하는 시대다. 대중소 기업규모와는 아무 상관없다. 골목상권이든, 임직원 수만 명의 대기업이든 자신이 터 잡은 지역사회에 적절히 공헌하고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어려워지는 게 또 장사고, 사업이다.
앞서 살펴본 많은 마케팅 개념들은 마지막 이 사회공헌 활동이 들어갈 때 비로소 그 매트릭스가 완성된다. 다시 한 번 마케팅의 목적은 무엇? 바로 ‘알리고 좋아하게 만들자’이다.
사회공헌은 여기서 ‘좋아하게 만든다’를 담당한다. 나부터 고객을 좋아하지 않는데, 어떻게 고객이 나를 좋아하겠는가. 또, 고객을 좋아하려면 고객에 대한 관심과 무엇이 필요한지 살피는 정성 정도는 기본이다.
딱 사회공헌에 필요한 요소다. 즉, 사회공헌을 알아보고 실행할 정도의 마인드라면 고객이 필요한 걸 알아채는 ‘눈썰미’ 또한 높아 자연히 이들의 성공확률은 훨씬 더 높을 것이다.
마케팅 측면에서의 효과 또한 높다. 무료 서비스의 제공은 바꿔 말하면 내 서비스의 체험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한번 이용하고, 그것도 좋은 마음으로 이용한 서비스의 고객은 나중에 주머니가 차면 내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남들은 돈주고 고객 유치에 바쁠 때, 이야말로 선한 ‘고객 유치’ 아닌가.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우리의 월급은 고객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그들이 지갑을 열어 흔쾌히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맛봐야 우리가 먹고 산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번 강조하지만 그들에 대한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그들이 필요한 걸 파악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와 제품을 설계하고, 그 대가로 돌아온 이익을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일종의 순환 마케팅이 절실하다.
때때로 이런 고민이 자주 들 것이다.
아니! 난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알바보다 월급이 더 적어!
주변에서 흔히 듣는 얘기다. 아무리 고생해봤자 알바 월급 주고 나면 정작 내 월급은 없다는 것. 덕분에 알바비 무서워 그냥 가족을 동원해 꾸려가고 있다는 말도 심심찮게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착시효과다. ‘사장’으로서 여러분의 월급은 2가지로 구성된다. 하나는 ‘근로자’로서의 임금이고, 또 하나는 ‘투자 및 경영자 사장’으로서의 경영이윤이다.
하루 가게에서 10시간 일했다면 근로자로서의 임금은 분명히 지급된 거다. 문제는 가게가 아직 궤도에 오르지 않아 임금을 잡아먹을 정도로 ‘경영이윤’이 마이너스인 거다. 이럴 때면 애꿎은 알바 탓하기 전에 내 경영자로서의 역량과 이 가게가 과연 그만큼 돈벌만한 입지와 투자 상품이었는지를 점검하는 게 낫다.
가게가 궤도에 오르면 내 임금이 갑자기 많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다. 이때도 마찬가지. 근로자로서의 내 임금은 그대로인데, 비로소 ‘경영이윤’이 흑자로 전환돼 내 급여가 많아 보이는 것이다.
그때까지 모두 이를 악물고 노력해보자. 내가 모든 걸 해내야 한다고, 내 노력에 모든 게 달려있다고만 생각하면 하루하루 너무 힘들다. 그보다 고객에게 ‘서비스’하고 있다고, 내 사업이 지역시민의 니즈를 해결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으며 관점을 바꿔보자.
흔히 손님이 ‘돈’으로 보이는 순간 장사를 접어야 한다고 말한다. 돈만 좇아 무리한 서비스와 가격을 맹종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 처음 시작할 때부터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서 장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정의할 때 우리는 장삿꾼이 아니라 지역에 꼭 필요한 서비스와 제품을 가져오는 ‘조력자’이다.
나아가 그런 나를 지탱하게 해준 지역민들에게 아낌없는 사회공헌 활동을 가능한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펼쳐나가도록 해보자. 하다못해 동네 체육대회에서 생수나 음식 제공만 해도 주변 인식은 바뀐다. 아울러, 이럴 때 10년, 혹은 30년, 아니 나아가 100년까지도 가는 장수기업이 비로소 탄생할 것이다.
지금까지 긴 글 읽느라 정말 고생많으셨다. 모두 시작한 사업에 많은 발전 있으시길 바란다. 굿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