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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을 넘어 새로운 시장 만들기, 통섭(統攝)

Marketing Bites 1. 자영업자를 위한 마케팅 119 (22)

경쟁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가장 쉬운 생각은 ‘어떻게 이길까’이다. 많은 경우 그 생각이 맞을 수도 있다. 

만약 경쟁을 둘 중 하나가 죽고 내가 사는 게임이 아니라, 둘이 어울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바꿔본다면 어떨까. 경쟁의 화살을 서로가 아닌 시장에 맞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협력’의 장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물론 이런 협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 시장도 있을 수 있다. 시장 규모가 너무 작아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긴 어렵다거나, 이윤을 떠나 반드시 둘 중 하나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적 요인이 있다든지 장사 외의 이슈 또한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 잠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경쟁자 출현은 그만큼 내 업종이 남이 보기에도 ‘장사가 될 만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즉, 충분히 시장성은 있다는 것. 

협력은 이 소비자의 수를 함께 늘리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A와 B가 만나 둘 중 하나만 남는 게 아니라, ‘A+B = C’가 되는 시너지 상황을 만들자는 것이다. 

경쟁을 넘어선 협력, ‘통섭(統攝)’이라 부를만한 그 협력방안을 자세히 알아보자. 



‘적과의 동침’, 의외로 방법은 많다      

경쟁자를 적이 아니라 같은 지역에서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협력자'라고 생각해보자. 그와 나의 시장에 새로운 대상을 늘릴 수 있는 '한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신흥상가 지역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자. 예전 독서실로 쓰이던 곳을 개조했는데, 기존 고객에 스터디카페를 원하는 인근 아파트단지의 학생들까지 모여 꽤 장사가 잘 되는 편이었다.  

경쟁자가 출현한 것은 불과 2달 전. 아파트 단지 맞은편에 위치하며 인테리어와 시설까지 좋아 내 고객들까지 꽤 빠져나갔다. 심지어는 지리적 이점을 갖고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찾아온다고 한다. 자,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 경쟁논리로만 보면 앞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내 가게의 SWOT과 4P 분석을 통해 상대를 누를 수 있는 방안만 찾으면 된다. 그 보상은? 경쟁자에게 뺏긴 내 고객과 그가 추가로 확보한 고객을 넘겨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행복한가? 

잠깐!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게 마케팅 비용이다. 4P 요소를 강화한다고 할 때 분명 나는 프로모션이든, 가격이든, 제품/서비스든 각 요소를 강화하는 비용이 분명히 든다. 즉, 기존+신규 고객이란 보상이 있다고 해도 들여야 할 추가 비용을 감안하면 그다지 기대 수익이 높지는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반대로 그와 협력한다고 보자. 나는 신규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 또한 없다. 이제 그 비용을 양사의 경쟁력을 ‘함께’ 강화하는데 쓴다고 해보자. 그 결과는? 나와 경쟁자가 갖고 있는 고객에 신규고객의 영입까지 이어진다. 즉, 시장의 규모인 파이가 넓어지게 되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더 편하다. 한 단지에 가게가 2개 있다는 건 아파트 동에 따라서 가기 쉽고, 어려운 곳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만약 둘이 협력한다면, 내 가게가 먼 사람은 경쟁자 가게에 가면 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즉, 적의 가게가 내 가게처럼 바뀌는 것이다. 마치 추가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가상의 지점을 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를 정리하면 마치 두 가게가 하나의 가게인 것처럼 운영된다. 한 회사가 운영하는 2개 이상의 지점, 그렇다. 우리는 지금 스스로 ‘미니 프랜차이즈’를 만들어낸 것이다.     


      

경쟁자와 어울려 만든 시너지, ‘미니 프랜차이즈’ 효과      

연말 분위기가 한창인 유럽의 한 시장거리. 만약 각 가게가 자신만의 영역을 고집한다면 좀 더 커다란 상권인 '시장'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제과점이나 커피숍, 미장원 등 우리 주변엔 참 많은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있다. 장사를 할 수 있는 브랜딩이나 마케팅 노하우는 부족한데, 자본과 일할 수 있는 마음만 있으면 간편하게 열수 있다. 점주는 가입과 운영비를 내고 본사에선 브랜딩, 마케팅, 재료 등을 지원하는 게 프랜차이즈 가게의 기본 컨셉. 

프랜차이즈의 장점은 ‘숫자’다. 전국 어디를 가거나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똑같이 편리하게 맛볼 수 있다. 우리 동네에서 먹거나 친구네 가거나 품질이 대동소이하다.

공유하는 건 품질만이 아니다. 1개 브랜드에 수많은 점포가 물려있기에 광고나 홍보 또한 본사에서 일괄 집행한다. 외부에서 보이는 간판과 광고물 제작도 본사에서 하고, TV나 인터넷 광고 또한 본사에서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마케팅 계획을 짜서 진행한다. 

즉, 가게 각각을 보면 분명 작은 동네 가게 중의 하나지만, 그 수많은 것들이 묶여 거대한 대기업처럼 활동하는 게 프랜차이즈의 장점이자 원리다. 작은 가게들이 연합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에 비해 ‘동네가게’는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다. 예전에 많이 보이던 동네 가게들이 사라진 이유다.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가게들에 밀린 여파. 

자, 거꾸로 이게 출발점이다. 프랜차이즈가 작은 가게들이 연합해 큰 덩치로 규모의 경제를 발휘하는 거라면 나도 가능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협력으로 내 경쟁자가 내가 만드는 프랜차이즈의 1호점, 2호점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게 있다. 지금까지 여러 마케팅 방안을 살펴봤지만, 가게가 받을 수 있는 손님의 수는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사실 서로 싸울 게 아니라 둘이 힘을 합쳐 이 고객의 수만 불러 모은다면 마케팅은 성공이다. 게다가 둘이 힘을 합치는 데 따른 장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즉, 기존 A, B 두 가게의 고객수에 두 가게의 통합서비스를 노리는 신규고객까지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손쉽게 즐기는 프랜차이즈 효과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경쟁자가 끼어들면 내 몫이 줄잖아요!”     



이런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눈앞의 좁은 상권만 보고 협력으로 늘어난 사업장의 장점은 못 본 것이다. 이는 손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기 쉽다.  

좁은 동네에 예전에는 단 하나의 스터디카페만 있었다. 그래서 멀지만 불편해도 다녔다. 그러다보니, 가까이에 새 지점이 하나 더 들어섰다. 예전 스터디카페 부근도 간혹 가지만, 신규 가게가 여러모로 편리하다. 즉, 고객 입장에서는 새 가게가 필요한 점도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A와 B, 두 가게를 마치 하나처럼 이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최근 헬스클럽이나 스터디카페에선 한 지점에 가입하면 다른 지점도 이용할 수 있는 ‘로밍’ 서비스를 제공한다. 포인트도 통일해 적립할 수 있다. 

이걸 내 가게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B동네 고객이 우리 가게가 있는 A동네에 와도 쓸 수 있게 해준다. ‘경쟁’만 생각하면 말도 안 될 거 같지만, 손님 입장에선 정말 편리하다. 수익률 계산은? 매월 각 ‘지점’으로 입회한 손님수를 계산해 적절히 나눠가지면 된다.  

더 큰 이점은 마케팅 비용에서 나온다. 아무리 작은 가게라도 물티슈나 아파트 전단지 등의 홍보활동은 주기적으로 기획할 것이다. 만약 ‘무한경쟁’만을 선포하면 ‘너 죽고 나 살자’라는 생각으로 좁은 지역에서 2종의 홍보물이 무한대로 나갈 것이다. 반대로 ‘협업’을 선포하면, 둘이서 1개만 만들면 된다. 나머지 1개는? 새로운 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홍보작업에 써도 된다. 

디지털 홍보에도 장점이 있다. 요새는 작은 가게들도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투브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홍보물과 마찬가지로 2개 가게가 따로따로 하면 중복투자다. 또한, 너무 많이 손님이 들어도 감당이 되지 않는다. 

이를 하나로 합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가게는 2개 이상으로 늘린다. 고객 입장에서야 대환영일 수밖에! 한번 다운로드해 2개 가게에서 쓸 수 있는 쿠폰까지 발행해준다면 고객 만족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단,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서비스 품질 관리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장점 중 하나는 서비스 품질이 전국 어디나 비슷하다는 것. 이에 비해 나와 상대방은 애초부터 서로 다른 가게이니, 품질이 같을 리가 없다. 즉, 프랜차이즈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2개의 가게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를 거꾸로 이용하자. 서로 냉정하게 제품, 서비스 비교를 해보면, 어떤 카페는 음료를 잘 만드는 대신 다른 곳은 케이크나 샌드위치 등 부대식품 서비스를 잘 할 수도 있다. 이를 주고받는다. A카페의 음료섹션과 B카페의 부대식품 서비스를 주고받아 A, B 어느 쪽이든 최고의 서비스만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모두에게 이로운 게임이 된다. 내 입장에선 비싼 임대료 추가로 내지 않고도 매장 하나를 더 늘린 효과를 맛볼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도 더 편리하고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다. 경쟁자는? 신규 진입한 사람으로 기존 가게를 ‘누를’ 막대한 홍보비용을 쓰지 않아도 손쉬운 시장진입이 가능하다. 

즉, 경쟁을 협력으로 돌려 나와 경쟁자, 고객까지 3자 모두 만족하고 서비스 품질 또한 높였다. 홍보비용은 줄어들었고 이걸로 A, B, 2가게를 넘는 새로운 고객까지 유치하는 데 쓸 돈까지 마련했다. ‘1-1=0’의 구도가 아니라, ‘1+1=3’ 그 이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를 조금 더 확장해 생각해보자. 



경쟁을 넘어선 협력, ‘지역’ 활성화까지      

주사위의 1~6처럼 다양한 숫자의 가게들이 함께 모여 있으면 손님들에게 훨씬 넓은 선택의 폭을 줄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지역발전이란 큰 효과까지 가져온다.


만약 같은 업종이 아니라 비슷하거나 동종 서비스가 들어왔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나는 순대국밥집인데, 같은 ‘음식점’ 계열인 초밥이나 중국집, 혹은 찌개집이 들어오는 경우다. 

이는 더 쉽다. 비슷한 서비스들을 아예 지역을 묶어 ‘OO시장 푸드존’ 등의 커다란 서비스로 확대시키는 것이다. 앞서 같은 업종에서도 우리는 서로 경쟁우위를 비교해 잘하는 걸 통합하는 시너지 전략을 챙겨봤다. 이번에는 아예 업종이 차이가 있거나 다르니, 그 우위요소를 발견하기도 더 쉽다. 나한테 없는 걸 상대방에게서 취해 적극적으로 판을 더 키우는 것이다. 

이런 협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지면 아예 커다란 ‘지역상권’으로 발전한다. 동네를 넘어 지역명물로 발전하는 것이다. 

아예 결이 다른 서비스라면 엮기가 더 쉽다. 새로운 ‘합성’ 서비스가 탄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예전 서울 대학로에선 연극을 공연하는 극단과 인근 레스토랑의 협업 서비스가 있었다. ‘연극보고 저녁 먹으면 할인’ 이런 패키지였다. 

흔히 연극은 평일 저녁 8시경에 공연된다. 그 전후로 출출할 때 식사하면 식당 입장에선 공연 보러온 관객을 유치해서 좋고, 관객입장에선 저녁 한때를 편하고 풍성하게 보낼 수 있어서 좋다. 극단 입장에서도 연극 보러온 손님들에게 새로운 혜택(식당 할인)을 제공하고, 나아가 식당 고객들에게 연극표를 팔 수 있어 다들 이기는 ‘윈-윈’이 된다. 

핵심은 나만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쟁자 혹은 상대방의 고객만을 노리면 안 된다. 나 또한 어떤 서비스로 그의 고객에게 도움이 될지 같이 고민해야 비로소 경쟁을 넘어선 통섭이 완성되는 것이다. 

단, 이렇게 협력의 규모가 커지면 자율적인 면대면 협의 정도로는 운영방안 합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럴 때는 이미 많은 자치단체나 지역에서 하듯이 ‘OO시장 협의회’, ‘OO특성화 지역 협의회’ 등으로 공식기구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표성도 갖고 내부에서의 운영효율도 고객 입장에서 불만이 안 나오도록 잘 관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구가 있으면 정부나 자치단체에도 일정한 협의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한 가게가 아니라 ‘지역’이 형성된 것이므로, 지방 자치단체에선 당연히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렵다. 오히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먼저 찾는 대상이 될 것이다.   

아울러, 협회 내부에선 절감된 각 가게별 홍보비용과 역량을 한데 모아, 지속적인 서비스 및 제품 강화방안으로 연결해내는 게 적합하다. 또한, 주변에 더 협업할 수 있는 데를 찾아 지속적으로 협업규모와 품질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관광지 투어와 음식점 연계 패키지는 연극-레스토랑 협업과 마찬가지로 외지인에게도 매력적인 관광상품이 될 것이다. 이런 협업요소, 신규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상대도 살고 나도 사는 ‘공생’이다. 불필요한 경쟁을 지양하고 그 에너지를 협력으로 돌림으로써, 고객은 편리하고 상인은 가게를 늘리며 지역에선 경제가 활성화되는 3중 효과를 누릴 것이다.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 최고라고 했듯이, 경쟁을 넘어선 협력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오히려 경쟁을 이기는 가장 큰 방법이라 하겠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가게를 만들기 위해      


자, 지금까지 마케팅의 기본 개념과 적용방안, 나아가 경쟁에 대한 대처방법까지 다양한 마케팅 요소들을 살펴보았다. 다음 화에서는 내 가게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봄으로써 이 시리즈를 마무리할까 한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다. 굿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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