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 Bites 1. 자영업자를 위한 마케팅119 (20)
오프라인 매출은 줄어가는데 온라인 배달주문은 커진다. 블로그에 글만 올렸을 뿐인데, 어떻게 알고 가게 문의까지 해 온다.
모두 온라인 채널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실제 이야기다. ‘코로나’라는 재앙 같은 전염병까지 번지면서 최근에 디지털 채널 운영은 빼려야 뺄 수 없는 이야기가 되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자영업의 디지털 마케팅에 대해 잠깐 더 알아보고 넘어가겠다. 이를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디지털 마케팅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흔한 하는 착각 중에 하나가 ‘디지털 = 무료’라는 생각이다. 필자는 과거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웹에이전시와 인터넷 쇼핑몰을 직접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 그게 무료였냐고? 천만에.
홈페이지를 제작하려면 관련 인원이 필요하고 서버가 필요하며 각종 이미지와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 모두를 내가 직접 제작하더라도 자료가 알아서 ‘푱’ 웹사이트에 올라가진 않는다. 내 시간과 노력이 그만큼 필요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또한 엄연히 ‘인건비’로 비용항목이다.
온라인 쇼핑몰은 더 복잡하다. 의류 쇼핑몰을 예로 들어보자. 옷 사진을 따로 받는 게 아니라면 피팅 모델, 옷, 세부 사진 등 수많은 사진이 필요하다. 동대문이나 남대문에서 대량 도매 구입해서 싸게 파는 거라면, 실측 사이즈와 유의사항, 재료 등의 정보도 필요하다.
온라인은 모든 것이 자료이자 ‘증거’다. 내가 올리는 상품 정보는 24시간 홍보도 되지만, 24시간 소비자가 판단하는 ‘자료’이기도 하다. 사실이어야 하는 건 물론, 내용 구성에도 별도의 노력이 따른다. 이 또한 절대 무료가 아니다.
웹에이전시나 쇼핑몰처럼 인터넷에서 하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해도 문제다.
그냥 난 인스타나 유투브 정도 올릴 건데.
왜 보니까 그냥 휴대폰으로 찍어서도 잘만 나오던데.
나는 또 말도 잘하니까 일단 올리기만 하면...”
하지 마시라. 유투브에는 콘텐츠가 정말 많다. 잘 만든 것도 있고, 말씀하신 것처럼 그저 그렇게 ‘누가 만들어도 저 수준’일 듯한 콘텐츠도 많다. 그 콘텐츠의 열람 및 구독수는? 아마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다. 유투브든 어디든 제대로 된 콘텐츠에는 제대로 된 시간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음식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명심하자. 유투브나 블로그, 인스타 등 SNS 채널은 장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인터넷은 물론 24시간 접속이 가능하다. 이게 그 제작비가 무료라는 것은 아니다. 서버 등 네트워크 비용, 콘텐츠 제작비용, 관리 및 유지비용 다 별도다.
모두 내가 직접 할 거라고? 그럼 당신의 인건비가 바로 별도 제작비용이다. 가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시간이 남는다면 말리진 않겠다. 그렇지 않다면 그 시간을 따로 내어야 한다. 구독수를 보기 전에 내가 그럴 여력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자.
“XX아파트 특급 분양! 수도권 대박 찬스!”
“OO미장원! 최고 시설에서 최신 스타일을 만나보세요!”
자영업 디지털 채널을 방문하면 자주 보는 광고문구들이다. 광고, 있을 수 있다. 어차피 자영업자든 기업 광고담당자든 자사를 알리기 위해 사이트를 운영하는 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딱 저 ‘광고만’ 한다는 것이다. 블로그나 유투브에 올라온 내용은 매장 소개와 가격표, 할인 쿠폰 등이 전부고 다른 콘텐츠는 전혀 없다. 그냥 들어가서 ‘아, 이런 가게구나. 잘 알았다’ 하고 나갈 수준 정도만 콘텐츠가 게시되어 있다.
이런 사이트는 내가 그 가게를 찾고 있을 때는 한두 번 도움 된다. 예를 들어 어느 동네 중국집을 찾거나 주변 맛집이나 특정 점포를 찾을 때는 그나마 도움이 된다. 이럴 때도 대충 시설과 가격만 살펴보고, 도움 되는 쿠폰이라도 있으면 다운로드하면 고객의 목적은 끝난다.
이건 철저히 ‘광고’일 뿐 ‘소통’은 아니다. 마케팅의 목적은 나를 알리고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라 했다. 즉, 인지도와 선호도 향상이 마케팅의 목적이다.
위의 광고들은 1~2번 일회성 광고들로 단기간 인지도는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이트에 매력이 생겨 지속적으로 가게를 인지하고 방문하게 되는 ‘선호도’의 측면에선 큰 문제가 있다. 사실 인지도 측면 또한 마찬가지다. 1~2번 들어서 바로 그 가게를 기억하는 건 내가 직접 하거나 지인이 운영하는 게 아니라면 대개 ‘관심 밖’이다.
지나가면서 오늘 본 가게 간판 중 기억나는 게 몇 개나 있는가. 분명 당신이 길을 가면서 본 것일 텐데도 저녁에 생각하면 아무 것도 기억 안 난다. 위의 사이트들은 딱 그 정도 역할만 한다. 필요할 때 정보검색 정도 제공하는 수준 말이다.
이래서는 디지털 마케팅으로 ‘단골’ 만들긴 어렵다. 디지털 마케팅 또한 가게에서 하는 전체 마케팅 계획의 일부인 건 당연하다. 그걸 위해 그 어렵게 가게의 본질이 뭐고, 마케팅 매트릭스가 어떻고 등 오랜 기간을 다져온 게 아닌가. 굳이 내가 하고 싶은 일방적인 메시지를 듣고 싶은 고객이 얼마나 있을까. 내가 찾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단골’을 만들려면, 또한 디지털 마케팅이 그에 도움이 되려면 다른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우리가 애초 장사를 시작하려 할 때 생각했던 포인트. 바로 ‘내가 팔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잘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광고’가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내용을 주고 이야기하는 ‘소통’이 마케팅 핵심이다. 고객 중심의 사고는 디지털 마케팅도 예외가 아니다.
“OO월 임용고시 스케줄과 예상 문제 판매합니다 – XX 스터디카페”
“어버이날, 부모님 모시고 스케일링 받으세요. 부모 자식 동반 할인 - △△치과”
“면접시즌, 사회 첫걸음 시술비 30% 할인합니다. - 아름다운 미장원”
업종별로 소비자 입장에서 관심 가질만한 광고-이벤트 문구를 만들어보았다. 이들 또한 광고는 맞다. 다른 점은 앞서는 내가 ‘팔고 싶은’ 이야기를 한 거라면, 여기서는 고객이 ‘알고 싶은’ 스토리로 중심을 바꿨다.
우리는 ‘고객 페르소나’ 편에서 고객을 ‘지갑’으로 보지 말고, 살아있는 ‘사람’으로 생각하자고 했다. 또한, 내가 가게를 하는 이유는 돈을 버는 것보다 고객이 필요한 뭔가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종합하면, 내 마케팅의 모든 출발점은 ‘고객’에게 있다는 것이다. 고객이 뭐가 필요한지, 그가 우리 가게에 애정을 갖고 방문할 만한 요소는 무엇인지 파악해 제공해야 한다.
스터디카페를 자주 찾는 고객들은 입시나 취업준비생들이 많다. 이중 임용고시를 앞둔 예비 선생님들이 관심 가질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가능하면 ‘족집게’ 정보까지 알려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병원과 미장원의 경우는 다소 다르다. 일부러 ‘가족’과 ‘면접’이란 키워드를 꺼냈다. 소비자가 내 가게와 함께 할 ‘포인트’, 다른 말로 삶의 ‘이야깃거리’를 주기 위해서다.
스케일링한 병원이 어딘지 잊어버리긴 쉽다. 나이 드신 부모님과 어버이날 함께 찾은 병원을 잊어먹기란 다소 어렵다.
동네엔 미장원이 많다. 그중 설레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신경 써 가면서 오랜 시간 면접을 함께 대비했던 미장원을 잊기란 어렵다. 더구나 ‘할인’ 격려까지 받으면서.
소비자들은 여러 방법으로 브랜드를 기억하고 또 소비한다. 그중 하나의 핵심 방법은 바로 ‘삶의 스토리’다. 그 브랜드와 내가 함께 한 순간, 내 삶의 밀접한 시간에 브랜드와 함께 엮었던 그 스토리를 기억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고객이 날 잊지 않고 다시 찾는 ‘계기’가 된다.
위의 내용들이 어렵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라. 내 광고를 하려 하지 말고, 내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 게 뭘까, 그걸 항상 생각하라. 고객은 날 알아주는 사람을 다시 찾는다.
마케팅 프로그램을 보면 보기에 매우 화려한 게 많다. 도심수영복패션쇼, 사하라 사막질주, 도심 워터슬라이드 등 눈길을 끌기에 좋은 행사나 캠페인 등이 그것이다. 이런 행사에는 막대한 인원과 경비가 필요할 텐데, 그보다는 겉에 보이는 화려함에 눈이 먼저 가기 마련이다.
디지털은 더 그렇다. 더구나 여러 기술요소와 결합하다보니, AR, VR, QR, LBS 등 여러 디지털 기반요소들이 들어가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
마케팅은 어려울 필요 없다. 소비자는 어려운 기술보다 그 기술을 통해 구현되는 최종결과를 받아들인다. 그게 재미있으면 따라가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무시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고객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그 마음’이다. 소비자는 화려한 볼거리보다 나를 알아주고 도움이 되어야만 비로소 지갑을 연다.
디지털이라 해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마케팅 수단은 아니다.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이 신문, TV처럼 대중 미디어에서, 인터넷과 휴대폰 등 네트워크 미디어로 바뀐 것뿐이다. 그 안에 심어야 할 것이 고객에 대한 관심과 소통인 것은 둘 다 마찬가지다.
다음 호부터는 새로운 상황에 대해 알아보겠다. 우리 동네, 내 구역에 경쟁자가 생겼다. 어떻게 대처할까. 경쟁상황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고민해 본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다. 굿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