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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자영업에 마케팅은 필요 없다고?

Marketing Bites 1. 자영업자를 위한 마케팅 119 (02)





자영업자에게 무슨 마케팅이 필요해.
내가 내 장사 가장 잘 아는데 그런 거 안 하고도
지금까지 잘 먹고 잘 살아왔어.
그런 마케팅은 좀 큰 회사에나 어울리지 



주변에서 흔하게 듣는 소리다. 나름 그간 20년 가까이 한 마케팅 경험이랍시고 조언할 때 주로 듣는다. 

그에 대한 답이 이번 편이 될 것 같다. 원래 이번 편에 바로 ‘무엇을 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려 했으나, 우선 왜 자영업에 마케팅이 필요한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 그 얘기를 먼저 한다.  



자영업 마케팅에 대한 오해 혹은 편견


앞서와 같은 이야기는 사실 매우 흔하다. 작게는 몇 백만 원에서 크게는 100억 원 가까이 되는 마케팅을 해왔으니, 자영업자 입장에선 모두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로 보일 거다. 

특히, ‘자수성가’형 사장님일 경우 그 고집은 더욱 세다. 지금까지 그런 거 안 하고도 수십 년 동안 자식들 다 대학 보내면서 장사 해왔는데, 구태여 이제 와서 무슨 ‘마케팅’이냐는 거냐, 그보다 어떻게 손님 모을 방법이나 알려달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또한 사실 그들이 말하는 모객, 또는 홍보. 그게 마케팅이기도 하다. 물론 단순 홍보를 넘어 여러 컨셉과 논리, 이론이 더 따르지만, 궁극적으로는 훌륭한 제품을 시장에 출하하고 그 반응을 보는 일체의 활동이 마케팅이기에 더욱 맞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럼 정말 왜 자영업에 마케팅이 필요한지 그 내용을 살펴본다. 


            

이미 적용하고 있던 마케팅 노하우   

'30년 원조'를 강조한 부산의 한 김밥집 간판. 이처럼 이미 마케팅은 자영업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30년 원조 설렁탕’, ‘서울XX병원 출신 원장 직접 진료’,
‘원장 직강 보습학원’, ‘3개월 등록 시 50% 수강료 할인’. 



조금 더 살펴보자.      


“이 학원을 통해 명문대 간 학생들이 00명이나 되고요.”
“우리 스터디카페는 공부가 너무 잘 되어요. 모두 임용고시나 취준생이어서 조용하고, 중고등학생도 지문출입시스템이라 엄마들이 안심하고 보낼 수 있어요.”      


주변에서 쉽게 듣는 이야기다. 저 위에 나온 이야기들이 모두 마케팅 사례이기도 하다. 아니라고? 그럼 잘 알고 있을 마케팅 이론으로 파헤쳐 보자. 

마케팅 기초 이론 중에 4P 이론이 있다. 제품(product), 유통(place), 판촉(promotion), 가격(price) 등 4가지가 마케팅의 기본요소로, 이 각각의 요소에서 장점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30년 원조와 원장 직강, 서울XX병원 출신 원장은 모두 제품 혹은 서비스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문구다. 3개월 등록 시 50% 할인은 가격에 대한 혜택을 강조하는 말이다. 

아래 큰 따옴표로 가져온 말들은 품질에 대한 입증이다. 이런 말들을 마케팅 용어로는 ‘믿을 만한 이유’(RTB, reason to believe, 판매자가 하는 주의나 주장이 소비자 입장에서 믿을 만한지 제시하는 근거나 이유)라 부른다. 

우리 학원에서 명문대 간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은 우리 학원 강의가 믿을 만하다는 학원 교육서비스에 대한 입증, 스터디카페가 조용하고 지문인증 시스템이 있다는 것 또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우수성과 내 장사를 믿을 수 있다는 RTB다. 우린 이미 고차원적인 논리까지 쓰고 있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하던 마케팅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이렇게 살펴보면 사실 정립된 개념까지는 아니어도 모두 알게 모르게 다 마케팅이란 걸 하고 있다. 그것도 본능적으로. 오랫동안 장사해온 집 치고 저 위에 문구 한두 가지 안 쓴 집 거의 없을 것이다. 입간판이 됐든, 아님 가게에서 손님들에게 말로 풀었든.

‘욕쟁이 할머니 칼국수집’? 그것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향수, 맛에 대한 기억. 아마 그 가장 좋은 상징이 할머니나 어머니의 맛으로 이어졌을 거고, 그에 대한 구수한 기억이 ‘욕쟁이 할머니’란 캐릭터로 만들어졌을 거다. 내 돈 내고 먹으면서 욕까지 듣는다는 건 사실 그 가게가 줄 수 있는 ‘과거에 대한 향수’란 추가 서비스다. 

즉, 지금까지 이미 해왔던 마케팅을 보다 체계적으로, 과학적으로 해보자는 게 이 글의 취지다.      



됐고!



그렇게 말해도 이렇게 글 쓰는 사람 힘 빠지게 딱 잘라 위처럼 말할 수도 있다. 우리 집은 너무 맛있어서, 혹은 인테리어가 죽이니까, 아니면 목이 좋아서 알아서 찾아온다는 주장이다. 

그 말 뒤집어 보자. ‘맛’, ‘인테리어’, ‘목’ 모두 소비자 입장에서 1편에서 말했던 것처럼, 소비자가 당신의 가게를 찾을 만한 요소를 찾아낸 것이다. 4P 요소로도 설명된다. 맛은 제품, 인테리어와 목은 유통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보는 것처럼 마케팅이라는 게 거창한 개념은 아니다. 마케팅은 제품 생산 빼고 모든 요소다. 내가 어떤 서비스나 재화를 만들어 그걸 납품하고 팔겠다는, 그렇게 해서 돈 벌겠다고 하는 모든 약속과 행위가 다 마케팅이다. 잠재고객과 나누는 1:1, 혹은 1:다, 다:다 커뮤니케이션 일체가 모두 마케팅이다. 

최근에는 제품이나 서비스 기획 또한 마케팅 부서에서 아이디어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직접 담당하다 보니 생산자가 아니라 정작 그 서비스를 사는 소비자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장사에 도움 되는 외부 '소비자' 시각     

한 끼의 잘 차려진 한식 한끼. 이걸 제공하는 데에도 수많은 마케팅 노하우가 들어갔을 것이다. 



우리는 잘 나가는 대기업, 글로벌 기업들이 외부 컨설팅 기관의 자문을 받는 일을 종종 본다. LG, 삼성,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다 마찬가지다. 

그 기업들이 몰라서 그 컨설팅을 받는 건 절대 아니다. 그들이 필요한 건 딱 하나, 내부인이 아닌 외부인, 정확히는 자사 기업의 소비자 시각이다. 자기 제품은 자기가 가장 잘 알지만, 소비자 마음은 100% 객관적으로 알기 어렵다. 오랫동안 장사했다면 감으로 알겠지만, 그걸 체계적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바로 그게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다. 외부 소비자 시각, 또한 보다 논리적이고 쳬계적인 접근이 바로 이 글의 지향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글, 혹은 더 전문가의 마케팅 조언 따위는 전혀 필요 없다’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축하한다. 이미 경지에 다다른 분이다. 그런 분은 정말 이 글을 읽는 시간 자체가 큰 투자일 것이다. 그 시간에 모쪼록 사업에 더 전념하셔서 대박 또는 초대박을 기록해 ‘전쟁’을 넘어 ‘지옥’을 살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되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 이 글의 목적 또한 자연 달성된다. 

그게 아니신 분들, 그럼에도 기꺼이 시간을 투자하시겠다는 분들에게는 이제 마케팅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 다음 편에선 정말 본격적으로 장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첫 글은 한번 미뤘던 이야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한번쯤 고민하셨을 이야기, 나는 대체 무엇을 팔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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