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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장사 왜 하지?

Marketing Bites 1. 자영업자를 위한 마케팅 119 (01)



# 1. 대기업 근로자
잘나가는 대기업 차장 한 모 씨. 지금이야 억대연봉을 받으며 40대 중반에 남들 부러워하는 직장 다닌다지만, 그에게는 불안이 있다. 바로 명예퇴직에 대한 불안감.
노골적으로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을 강요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대기업일수록 외부 시선을 감안해 ‘은밀한’ 작업을 하기 일쑤다. 정년은 한참 멀었다 할지라도 40대 중반, 50대 초반만 되면 이제 슬슬 나갈 작업을 하기 마련이다. 언제, 어느 조건으로 나가냐가 문제가 될까.
그에게 ‘인생 2막’은 선택이 아니다. 강제로 열어야 하는 새로운 ‘단계’이다.   


# 2. 일반 임금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라고 상황은 다르지 않다. 대기업에 비해 비교적 승진이 빠른 중소기업에서 임원 빼고 중장년 근로자를 발견하기란 힘들다.
“3년 정도 우려먹었으면 신입을 채용해서 바꿔야 하는 것”이란 한 PR회사 사장의 말도 있다. 장기 근속자에 대한 환영은 딱 40대까지인가 보다. 50대까지 그 회사에서 근속하는 곳은 적어도 마케팅 분야 기업에는 매우 드문 편이다.        

    


이미 자영업을 하고 계신 분들을 제외하고, 위와 같은 상황의 분들은 등 떠밀리다시피 창업할 것이다. 회사에서야 나름 책임 있는 포지션에 있었고 그 분야에 대해 잘 안다 할지라도, 정작 시장에 나오면 그는 아무 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이나 마찬가지다. 

‘자영업자를 위한 마케팅 119’는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한 마케팅 가이드다. 주변에 자의든 타의든 ‘사업’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썼다. 

앞으로 약 20편 내외 분량을 연재할 계획이다. ‘등 떠밀려 창업한’ 생계형 창업자인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막 창업하는 모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창업은 소비자를 위해 하는 거다     

먹음직한 치킨. 우리는 이런 맛있는 걸 제공하기 위해 창업한다. 돈을 버는 건 그게 정말 맛있을 때, 즉 소비자가 만족했을 때다.



중제만 보고 갸우뚱해 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원해서 한 창업도 아닌데 ‘굳이 왜 창업했는지 뭘 물어. 그냥 먹고 살려고 차린 거지’ 하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맞다. 당장 가장 절실한 목표이자 그보다 중요한 것도 없다. 가장의 경우 어린 자녀들 – 대부분 40~50대 창업자들은 돈 많이 들어가는 중고생 자녀들이 있기 마련이다 – 또는 스스로의 생계를 위해 창업하는 게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한번 질문을 바꿔보자. 내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선 어떨까? 나야 절실하다고 창업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그 빵집, 닭집, 카페, 만화방 안 가도 그만이다. 


“요새 사거리에 닭집 새로 생겼데.”

“맛있어?”

“몰라. 한번 가보든지 말든지.”


맞다. 우리에겐 절실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사실 있으나 마나 한 이야기다. 맛있으면 가고, 그나마 너무 멀면 안 가고, 가봤더니 메뉴나 인테리어가 구리면 안 가고, 모든 게 좋음에도 불구하고 이 동네 수준에 비해 너무 비싸면 또 안 간다. 

이럴 수가! 배신감이나 아니면 깊은 좌절감이 생기는가? 아니다. 당신이 절실한 것처럼, 소비자도 절실하다. 이미 시장에는 내가 창업하려는 닭집, 샌드위치 가게, 카페는 쌔고도 쌨다. 그들은 왜 새로운 가게를 찾아가야 하는지 스스로를 설득할 만한 이유가 절실하다. 

그 답은 당신이 줘야 한다. 왜냐고? 당신 가게의 운영자는 누구인가. 바로 당신 아닌가. 당신은 비즈니스를 창업했으며, 그 가게를 방문하는 고객에게 왜 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줘야 한다. 

안 준다고? 그럼 간단하다. 소비자 입장에선 안 가면 된다. 점심 어디서 먹을까 하는 것처럼 꽤나 쉬운 결정이다. 당신이 회사 다닐 때 그랬던 것처럼.           



관점의 전환, 소비자가 나의 새로운 ‘사장’      


요컨대, 관점을 바꾸라는 것이다. 딱 잘라 말해, 소비자는 당신의 가게에 갈 의무도 없고 또 안 간다고 해서 어떤 벌칙이 따르는 것도 아니다. 솔직히 아쉽지도 않다. 

아쉬운 건 당신이다. 사실 당신은 당신이 절실한 걸 넘어 소비자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했다. 무슨 말이냐면, 닭집을 비롯한 음식점이면 맛있는 음식을 주기 위해, 이발소나 미장원이면 머리를 예쁘게 다듬어주기 위해, 카페면 잠깐 머리를 식히면서 좋은 차와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 

여기에는 당신이 절실한 ‘당장 먹고 살아야 한다’는 지상과제는 어디에도 들어가 있지 않다. 모두 소비자 측면에서 절실하거나 혹은 ‘꼭 필요한’ 이유들이다. 

당신이 돈을 버는 건 그 다음이다. 그런 소비자의 ‘이유’들이 해결되어야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회사 다니면서 회사에서 시키는 일 – 혹은 자발적으로? 그런 사람 드물긴 하지만 – 열심히 해야 월급 받는 것처럼.

회사 다닐 때 생각하면 더 쉽다. 회사에서 나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 받는 경우는 드물다. 어떤 회사든 그 회사가 있는 업종에서 회사가 ‘돈 벌게’ 해주고 돈을 받는 거다. 인사든 마케팅이든 생산이든 제조든 마찬가지다. 회사의 목적은 이윤 추구. 그걸 만족시켜야 돈을 받는다. 

그걸 고스란히 창업시장으로 가져와 보자. 이제 당신의 사장은 소비자다. 그가 원하는 것, 그가 필요한 걸 열심히 파악해 맞춰줘야, 충족시켜줘야 당신은 돈을 받는다. 그게 월급 대신 ‘이윤’이란 말로 바뀌었을 뿐이다. 즉, 이제 당신의 사장은 소비자다. 이런 소비자가 원하는 것, 그걸 바로 니즈(needs)라 부른다. 

회사 다닐 때와 다른 것은 아무도 당신에게 지금 당신의 회사에서, 가게에서 뭐가 필요한 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신이 파악해야 한다. 왜냐고? 소비자가 당신의 궁극적인 사장이라면, 이제 당신은 그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조그마한 집단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이제 당신은 당신 기업의 궁극적인 보스다. 그런 오너십은 자영업자의 또 다른 자긍심이다.      



소비자가 아니라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하기 위해 창업했다면 그래도 된다.
대신 소비자의 호응까지는 바라지 마라.
당신 좋은 일 하는데 왜 소비자가 ‘좋아요’까지 눌러야 한단 말인가.

눌린 ‘좋아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당신이 좋아서가 아니라,
당신이 좋아서 한 행위가 소비자가 바라는 것을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한 회사의 보스이자 모든 소비자의 직원      

편의점 냉장고 안에 수없이 쌓인 수많은 제품. 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궁극적인 디스플레이일 수 있다. 


이쯤 해서 정리하자. 창업에는 나름 수백만 가지의 절실하고 눈물 나며 안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따른다. 이런 절절한 사연에도 불구하고, 우선은 또한 가장 근본은 소비자, 내 재화나 서비스를 살 사람의 욕구를 해결해 주기 위해 우리는 창업한다. 그게 가장 큰 이유다.  

동시에 당신은 당신이 만들 다양한 규모의 가게 혹은 회사의 대표다. 알바생을 두고 ‘사장님’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적당히 친구들과 돈 모아 창업하면서 ‘공동대표’가 될 수도 있다. 

공통점은 당신은 한 집단의 대표다. 어떤 뚜렷한 서비스나 재화를 제공하기로 한 회사 혹은 집단의 대표이며 충분히 그 점에서 존경받을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포인트. 누구나 알 듯 프로는 일을 잘할 때 멋지고 아름답다. 만약 이종범이나 이승엽이 야구를 못했다면 야구선수로 ‘레전드’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절박함 혹은 돈을 벌기 위해 창업한 당신도 마찬가지다. 이유야 어쨌든 창업한 이상, 당신도 ‘창업’이란 그라운드에 뛰어든 야구선수다. 그 플레이를 멋지게 하든 듣도 보도 못한 방식으로 하든 그건 모두 당신에게 달렸다. 바로 당신이 한 집단의 대표이면서 고객에게 최고의 ‘플레이’, 바로 당신이 창업한 분야에서 최고의 서비스와 재화를 제공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거 못하면서 다른 거 잘한다고 하지 마라. 이승엽이 축구를 잘한다면 프로야구 선수는 아니었을 거다. 당신 또한 만약 더 잘하는 다른 게 있다면 그거 해라. 당신이 어느 그라운드에 뛰어들었는지 분명하게, ‘선수’로서 책임감을 가져라.  

건투를 빈다. 하나만 기억하자. 우리는 고객을 위해 창업했다. 장사는 그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나 재화를 제공하는 작업이다. 당신이 원하는 돈은 그렇게 할 때 벌린다. 

다음 편에선 뭘 팔아야 하는지 생각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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