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자영업, 무엇을 팔 것인가

Marketing Bites 1. 자영업자를 위한 마케팅 119 (03)



아유, 나는 조그만 카페나 하면 좋겠어.
왜 음악 들으면서 손님들에게 맛있는 커피도 대접하고,
내가 케이크 좋아하니까 그런 케이크도 여러 가지 갖다 놓고 말이야.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고. 



절대 이런 분 장사하지 마라. 이유는 하나. 출발점이 손님들에게 뭘 제공하겠다기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분이 원하는 건 하나. 음악 들으며 편하게 ‘나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장사하고 싶다는 거다. 그건 1편에서 말했듯이 장사가 아니다. 장사는 내가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기에, 그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란 고민조차 없이 시작하면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그럼 무엇을 팔 것인가. 좋든 싫든 자영업자로 나서는 지금, 어떤 걸 팔아야 할지 그 고민을 함께 시작해본다.            


내가 원하는 일 vs 남들 보기에 잘하는 일     

근사해보이는 조명과 음악의 카페. 주의하자. 우리는 그 카페의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다. 그 요소들을 제공하기 위해 거기 있지 그 요소들을 즐기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정확하게는 ‘남들이 말하기에’ 내가 잘하는 일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가 잘하는 일이 아니라, 남들이 객관적으로 내가 강요하지 않아도 ‘너 참 그건 잘해’ 하는 일이 1차 창업 아이템이다. 

싫다고? 혹은 너무 당연하다고? 누차 말하지만, 싫은 일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 또한 많은 경우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안 그래도 힘든 자영업, 지옥 같은 길에서 끈기라도 없으면 힘들 텐데 내가 싫어하는 거 꾸역꾸역 하면서 버티기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잘하는 일을 하라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게 남들에게 도움이 되고 돈을 벌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 가상 사례 1. 카페 

지역에 ‘숨 쉴 곳’을 마련해 주고 싶다는 각오로 창업한 커피숍. 하고보니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엄마들은 와서 4명이서 2잔 시키고 물 부어 나눠먹기 일쑤며, 할아버지들은 안에서 큰 목소리로 통화하기 일쑤다. 
작은 거 하나 시키고 줄창 서너 시간 마시다가 나갈 무렵에는 수북한 휴지와 쓰레기들. 화장실 안은 왜 이리 지저분한지. 이 모든 거 치우다보면 하루는 쉽게 간다.      
# 가상 사례 2. 음식점

주변에서 나름 맛있다고 하고 나 또한 이거 하나만은 잘 한다고 해서 차렸다. 실제 음식점에 와보면 반찬쯤은 무한리필해 달라는 분, 여럿이 와서 주문은 한두 개만 하고 아이들 음식쯤은 무료나 왕창 할인해 달라는 진상들도 심심찮게 본다. 깡소주 마시며 이상한 눈길을 흘리는 묘한 아저씨도 한둘은 꼭 있다. 



사례 1, 2를 보면 창업의 동기는 보이지 않지만, 둘 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황들이다. 자영업 전선에 뛰어든 이상 이 정도는 가뿐하게 감당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물론 고객들을 따로 분류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어느 업종이든 손님을 상대하면서 겪는 감정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자영업자들의 몫이다. 

잘하는 걸 하라는 건 이와 같은 맥락이다. 안 그래도 힘든 자영업 시장에서 심지어 제품조차 맛없거나 잘 하지 못하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진상 고객들에게 더 좋은 빌미만 줄 뿐이다. 제품에 자신 없으니 자꾸 가격이나 다른 요소만 강조하려 하고, 그러다보면 고객들 또한 미안하지만 그 업종과는 상관없는 뜨내기 고객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잘 하는 일로 바꿀 수도 있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얼마나? 들어봤겠지만, 기본 10,000시간. 하루 8시간, 주 40시간 일한다고 쳤을 때, 쉬지 않고 매일 1,250일, 매주 250주다. 날로 치면 4년, 주로 치면 5년은 꼬박 투자해야 하는 엄청난 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오롯이 ‘장인정신’을 갖고 그 분야 종사한다는 건 사실 굉장히 힘들다. 경제적으로 버티기도 힘들다. 따라서 당장 고객들에게 내줄 제품의 측면에서도 그렇고, 물리적 투자 면에서도 원하는 것보다 잘하는 걸 해야 당장 그걸로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된다.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다를 때 : 뇌의 트릭      

커피머신에서 떨어지는 커피 드립. 저 한방울은 카페 사장의 땀과 마찬가지다. 그 쓴맛을 알게 된다면 커피맛이 마냥 감미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좋아하는 아이템과 잘하는 게 일치한다면 그보다 행복할 순 없다. 그럼 어떻게 그걸 고객들에게 맞게, 채산성 맞춰 내냐를 고민하면 된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은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이 다른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사실 정말 다른 경우도 있는데, 거의 대부분은 내 마음이 나를 속이기 때문일 수 있다. 인간의 마음은 간사하게도 내가 한쪽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일을 피하고 싶을 때가 많다. 

주변에 성공한 웹툰이나 소설가, 배우나 탤런트 등 남들 보기에 자기가 원해서 할 만한 직업을 가진 이들을 만나봐라. 혹은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거 해서 성공한 이들을 만나 봐도 좋다. 

일반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서 성공한 이들도 실제 만나보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호소할 때가 많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할 때 그 스트레스는 일반 직장 다니고 장사하는 스트레스와 갈수록 비슷해진다. 더 이상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 그들도 이 일을 이제 ‘손님’의 입맛에 맞게 포장해야 하는 ‘비즈니스’의 고통이 따르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비즈니스는 철저히 고객의 필요와 만족을 위해 존재한다. 그 일을 내가 좋아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건 비즈니스의 필수조건은 아니다. 그보단 그 비즈니스를 잘해야 한다는 ‘능력’의 문제가 개인적인 선호보다 위다. 

위에서 계산한 것처럼, 내가 원하는 데 잘못하는 일을 남들 보기에 ‘그나마’라는 얘기라도 들을 수준으로 올리려면 꼬박 4~5년의 시간을 바쳐야 한다. 경제적 요소는 고려하지 않고라도 그렇다. 만약 집에서 돈 버는 이가 당신 혼자라면 거기에 알바라도 할 시간 더 해야 할 테니 기간은 더 늘어난다.

그럼에도 이 정도 시간을 투자할 의지와 여유가 있다면, 그 기간 돈 안 벌어도 괜찮으면 그거 해도 괜찮다. 어차피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그에 따른 결과도 마찬가지로. 

그럼 드물지만 남들 보기에 잘하는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똑같은 경우가 생겼다. 이럴 경우엔 창업해도 될까? 


거기엔 함정이 있다. 그걸 피하기 위한 간단 테스트, SWOT 분석을 해보자.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다루겠다. 모두 건투를 빈다. 



맛있어 보이는 조각케이크. 저 안에 얼마나 많은 수고가 곁들어져 하나의 케이크로 탄생했을까. 저렇게 잘 만들 수 있을 때 자영업은 꿈꿀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