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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가게 차려도 되나? SWOT 분석

Marketing Bites 1. 자영업자를 위한 마케팅 119 (04)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일치한 행복한 사람. 그는 한창 창업의 꿈을 꾸고 있다. 다니는 직장이 인정사정없이 괴롭다면 창업 확률은 더 높아진다. 뭐, 남들 보기에 잘한다고까지 하는데 더 망설일 필요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뛰어들겠지만 잠깐! 여기서 한번만 더 점검해보고 가자. 간단 테스트. 마케팅 이론 하나만 적용해보면 된다. 물론 이거 하나로 창업 결정을 내리는 건 100% 아니다. 다만,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할지 말지 아~~주 기초적인 결심을 객관적으로 보는 데 도움이 된다. 적성과 능력이 일치하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장사 여부는 또 다르기 때문이다. 

어려운 이론 아니다. 그런 어려운 이론을 알 만큼 교실형이 아니라 실전형이기 때문에 스스로도 이론 쓰는 건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럼에도 간혹 쓰는 건 정말 필수적이고 도움이 되어서 그렇다. 

오늘 내용은 SWOT, 4P이론만큼이나 기본적이고 많이 쓰이는 마케팅 기초 이론이다. 내가 하려는 사업의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소를 4개항에 걸쳐 분석하는 이론으로, 오늘 내용은 물론 수시로 장사하면서 사업요소를 판단하는데 도움 받을 수 있다. 

자, 그럼 오늘도 가상 사례 주인공 한분 모시고 얘기 들어보겠다. 적성과 능력이 일치하는 행복한 예비창업자 K씨, 그 분을 모셔보자. 



맛있게 트레이에 담긴 도넛.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손님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을까. 그보다 손님은 그걸 원할까.


# 미니 사례. 커피 만들기를 좋아하는 40살 미혼여자 K씨, 카페를 만들고 싶다 


강점(S): 남들 보기에 정말 커피를 잘 만들며 원두를 덖는 건 물론 맛만 보고도 커피 품종 구분이 가능하다. 
약점(W): 한 번도 장사를 해본 적은 없다. 
기회(O): 마침 회사에서 구조조정이 있어 일정 기간의 위로금과 월급을 주고 나가라고 하는 참이다. 안정된 직장이 없어진다는 건 불행하지만, 도망칠 기회를 찾는 이에게는 하고 싶은 일을 초기자본 걱정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위협(T): 동네에 이미 50m마다 커피숍, 카페가 드글드글하며, 가격대 또한 아메리카노 한잔에 1,000원부터 5,000원까지 다양하다.   



K씨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은 출중하다. 그 외 마케팅이나 장사 경험은 전무하다. 심지어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까지 일치한다. 이분은 장사를 시작해도 될까?

지난 편에 나왔던 4P를 연결해서 보자. K씨는 4P 요소 중 제품에 대해서는 강점이 있다. 그 외 나머지 유통, 프로모션에 대해서는 강점이 없어 보인다. 또한 가격에 있어서도 동네 50m 간격으로 1,000~5,000원 짜리 커피숍이 드글드글하다면 이 분은 창업해봤자 성공확률이 상당히 떨어진다. 

K 씨가 일회성 통행인이 많은 대로변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면 한번쯤 더 생각해볼 수 있다. ‘한번 걸려라’ 하는 심정으로 K 씨 제품을 사볼만한 분도 있을 거다. 반대로 그만큼 통행인 많은 대로변은 임대료도 높다. 그걸 메워줄 만한 이윤이 나올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동네 장사는 또 다르다.  ‘동네장사’의 고객은 그 동네 사람들 + 간혹 놀러온 외지인으로 한정되어 있다. 말 그대로 그 동네 사람들이 와서 이용하는 걸 텐데, 이미 수많은 가게들이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신규업체가 비집고 들어가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 

사업경험도 없는 이가 순수 자신의 능력 하나만으로 창업하기엔 동네장사가 갖는 인맥, 손님상대 능력, 동네 소득수준과 니즈에 기반한 메뉴 구성 등 여러 노하우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동네장사의 또 다른 변수, 고객 구매력      

참 좋아하는 부산 해운대 먹자골목. 안에 수많은 꼼장어집과 해산물 집이 보인다. 이 안에서 치열한 생존경쟁과 마케팅 요소는 분명 존재한다. 



구매력 또한 변수다. 1,000 ~ 5,000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커피가 팔린다는 건 그 동네 구매자의 스펙트럼 또한 넓다는 것이다. 

여러 생각이 혼재해 판단이 쉽지 않다. 이걸 보충하려면, 판단 근거를 많이 쌓아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로 하루만 투자해 각 가게 - 자신이 차리려는 것과 비슷한 가게면 더욱 좋다 -  앞에서 얼마만큼의 고객들이 들락날락하는지 체크해 보자. 

현재 K씨의 유일한 장점은 제품이다. 만약 비교적 높은 가격대인 5,000원대의 제품까지 섭렵하는 고객층이 탄탄하다면 K씨는 높은 제품 능력으로 더 높은 가격대 혹은 그와 비슷한 가격대까지 치고 들어가 창업해볼 수도 있다. 그럼 비록 인지도가 낮아 초기 손님이 적다고 할지라도 인당 이윤이 높을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초기 리스크는 덜어볼 만도 해 보인다. 

그와 달리, 5,000원 커피숍은 그냥 파리만 날리고, 대부분 중저가 카페가 인기라면 이 동네는 K씨가 장사할 동네는 아니다. 4P에서 제품이 유일하게 강점인데, 제품보다 가격이 구매요소인 동네에서 K씨가 어필할 수 있는 건 약하기 때문이다.      



창업 전 알바경험은 필수      


초기 부족한 경험을 커버할 만한 두 번째 방법은 절대 강추하는 방법이다. 무턱대고 내 가게 먼저 차리기 전에 남의 가게 들어가서 알바를 해보는 것이다. 돈도 벌고 미리 사업 테스트도 해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40살에 커피숍 알바를 구하긴 쉽진 않겠지만, 41살에 쫄딱 망하는 것보다야 100번 낫다. 자영업은 그보다 더 힘든 일도 많다. 그럼에도 일반 카페 취업이 어렵다면 나이를 묻지 않는 맥도널드나 일반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이라도 꼭 알바를 추천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꼭 약점인 ‘고객’을 보는 눈을 간접적으로라도 꼭 길러야 한다. 

일단 취업했으면 고객을 관찰해 보자. K씨는 제품에 대해서는 강점이 있지만 프로모션과 유통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그냥 맛있으니 잘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뿐이다. 플러스. 내가 그걸 좋아하니까 하고 싶은 ‘마음’ 뿐. 

그 좋아하는 마음으로 당장이라도 내 가게를 내고 싶은 마음이야 충분히 안다. 그래도 그 마음 하나만으로 소중한 자본금을 홀라당 날리는 것보다야 여러모로 낫다.      



알바하면서 살필 것, ‘고객’     


성급해서 좋은 일은 별로 없다. 우선은 당장이라도 가게를 차리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일단 남의 가게에서부터 고객, 프로모션과 유통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져라. 어떤 메뉴를 어떤 나이대의 어떤 손님들이 언제 먹고 가는지 잘 보아두는 게 필수. 

예를 들어 맥도널드도 아침 일찍 가보면 맥모닝 메뉴를 먹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비교적 다양하다. 아침신문을 들고 와 커피 한잔과 함께 읽는 할아버지부터, 운동을 나왔다가 커피 한잔 먹고 가시는 분, 아침 일찍 만나서 스터디 얘기를 하는 학생들까지 고객 범위가 넓다. 

대략 시간은 7시~9시. 이 고객층은 10시를 넘어 점심시간으로 갈수록 크게 달라진다. 평일이면 주부나 교회, 단체 등의 모임을 맥도널드에서 하는 경우도 많으며, 아예 오후시간이 되면 하교 후 학원가기 전에 잠깐 들른 중고교 학생들이 오는 경우도 많다. 

이걸 개인 카페에 적용해보면, 아침 시간에는 아이 유치원이나 놀이방 보내고 온 젊은 엄마들, 점심시간엔 단체가 식사 후에 간단히 조각케이크 먹으며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 오후에는 대학생 등의 모임을 생각해야 한다. 이 또한 주택가라면 대학생보다는 취준생 스터디가 더 타깃 고객층으로 알맞다.

이들 각각에 맞는 시간대 한정 음료나 쿠폰, 메뉴 등을 미는 것도 시간대별 개인 카페의 생존전략이다. 이런 노하우가 없을 테니, 일단 동네 카페에서 알바하며 간접 경험을 쌓으라는 거다. 그게 회사에서 잘리면서까지 쌓은 소중한 종자돈을 날리지 않을 좋은 방법이다. 



다시 한 번, 모든 출발점은 고객이다     

잘 만들어진 카페나 업장은 손님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다. 자영업 수준을 넘어선 어엿한 사업 수준의 서울의 한 레스토랑. 



무엇을 팔 것인가. 그건 내가 고객 입맛에 맞게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고객에게 그냥 들이밀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아니라 남들 보기에 정말 쟤는 저건 잘 한다, 돈 주고 사먹겠다 또는 사겠다 하는 걸 창업해야 한다. 

그런 제품을 만들 수는 있으나 영업에 대한 경험이 없다면, 남의 가게에서 돈 받아가며 알바라도 해서 경험을 쌓아라. 죽어도 그런 가게를 못 구하겠다면, 그 가게를 한 달 동안 출석하며 지켜라도 보아라. 

나도 이런 가게, 여기가 아닌 다른 동네에서 차리려고 그런다면 의외로 많은 사장님들이 절절한 속내를 이야기해 준다. 안 말해주면 옆집 가면 된다. 어차피 그런 철판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돈 잃고 폐업하는 비참함보다는 초기 시장조사의 쓴맛이 훨씬 달달한 카페라떼 같을 것이다.      

여기 나온 이야기들은 주변에서 흔하게 들었던 걸 수도 있다. 맞다. 주변에 좋은 친구 두셨다. 그럼에도 친구와 같은 이야기, 들어봤을 이야기를 반복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게 답이기 때문이다. 

공부와 마찬가지로 장사에도 지름길은 없다. 노력, 또 노력만이 있을 뿐이다. 물론 간간히 튀어나오는 마케팅 천재가 있지만, 그건 정말 예외적인 경우다. 대부분의 평범한 ‘우리’들은 그 발끝에 못 미치며 또 적용되지도 않는다. 심지어 요새는 천재들도 죽어라 노력한다.  

여기까지 창업에 대한 기초, 내가 뭘 하고 창업해도 될까 간단한 시험지를 대보았다. 그 다음 과정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경쟁력 있는 것 같다면, 이제 업종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어떤 업종으로 창업할까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이미 각자 마음에 두셨을 거다. 그보다 장사의 기본, ‘업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다. 호텔, 카페, 슈퍼마켓 이런 각 업종의 본질, 내 장사의 속성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겠다. 

언제나 항상 오늘도 변함없이 건투를 빈다. 모두 파이팅이다.        


   

보너스 팁. 경쟁력 분석을 위한 SWOT 

창업 여부를 검증하는 데 SWOT와 4P를 썼지만, 이건 창업 단계 뿐 아니라 장사할 때도 수시로 매우 많이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개인병원이라 해보자.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소아과를 내보려 한다. 보니 이미 소아과가 4군데 정도 있다. 그럼 내 병원에 올 이유를 다시 찾아야 한다. 
다른 소아과는 연합병원 형태, 또 다른 소아과는 여자 원장, 다른 곳은 아이들 체형, 성장클래스 등 종합 코칭 형태. 각각 특장점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내가 밀 수 있는 장점을 4P와 SWOT를 돌려 찾아본다. 방법은 마찬가지. 내가 아니라 남들 보기에 인정할 만한 요소다. 병원을 고르는데 좋은 요소인 출신대학, 임상경험, 부가 서비스, 병원 인테리어까지 모두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만족되었을 때 비로소 소아과 병원을 낼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된다. 마찬가지 그걸 모르겠다면? 인근 병원에 페이닥으로 먼저 취업해보시고, 그도 안 된다면 전문 소아과 병원에서 페이닥으로 근무를 적극 추천한다. 
병원은 어디 출신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지식형 전문가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고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와 제공 수가 부분 등을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허준’급 의술 실력이어서 아이 환자들이 알아서 올 거라고? 글쎄다. ㅋㅋ 뛰어난 지식도 알려지지 않으면 쓸 수 없다. 건투를 빈다.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것, 병의원부터 변호사사무실, 시장 음식점부터 근사한 레스토랑까지 모두 우리는 각자 비즈니스의 오너다. 궁극적인 사장은 바로 '소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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