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를 만들었으면 이제 이름을 지을 때다. 애써 만든 가게이니, 이름을 지을 때도 여러 생각 할 것이다.
이름 짓는 걸 보면 대략 3가지 유형으로 보인다. 하려는 서비스나 업을 고려하거나, 업과 관련된 속성을 갖다 쓰는 경우, 창업자 이름대로 짓는 경우도 있다. 그도 아니면, 그 일을 하면서 행복해하거나 자신이 만들고 싶은 비전대로 만들 때도 많다.
이름이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 손님들은 그 이름으로 내 가게를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그 왜 사거리에서 옆으로 가면 은행 옆에 위치한 치킨집’이 아니라, ‘사거리 맛있닭집’처럼 직관적이어야 부르고 기억하기 쉽다.
또한 잘 만들어진 이름은 그에 걸맞은 행동에 따라서 스스로 사람처럼 인격을 갖기도 한다. 이걸 ‘브랜드 인격’(brand personality)라고 부른다. 포드, 현대, 삼성, LG, BMW, 벤츠, 애플 등 기업 이름을 들으면 바로 연상되는 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같은 미장원이어도 박준뷰티랩과 이철헤어커커의 느낌이 다를 것이고, 동네로 눈을 돌려보면 ‘만리장성’과 ‘북경반점’의 맛과 느낌 또한 다를 것이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 인격이다.
이름은 아직 브랜드는 아니다. 브랜드가 되기 전 단계로 말 그대로 내가 만들 회사나 제품, 서비스의 명칭이다. 회사명과 제품이름은 동일한 이름을 쓰기도 하지만, LG전자 가전 브랜드인 휘센이나 삼성전자 스마트폰인 갤럭시처럼 회사명과 제품명을 다르게 써도 된다.
일단 그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첫 작업, 이름을 짓는 유형과 방법에 대해 다 같이 한번 체크해 보자.
내 가게의 이름, 비즈니스와 브랜드의 출발점
'별다방'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스타벅스. 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커피 좋아하는 '스타벅' 일등항해사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가장 직관적인 작명법은 자신이 하려는 사업 분야를 그대로 넣는 경우다. 총각네야채가게, 이철헤어커커, 원할머니보쌈 등은 각각 야채가게, 미장원, 보쌈집 등 하려는 업을 이름에 넣은 경우다. 이럴 때 소비자는 비록 그 집을 전혀 모르더라도 이름만 들으면 그 가게가 뭐하는 곳인지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름에 직관적인 서비스나 제품 내용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명 일화나 인물 이름으로 짓는 경우도 많다. 은근 문학적이기도 한데, 이런 이름 또한 쉽게 만날 수 있다. 또한 제품의 소재나 가게 방식을 강조하는 경우도 다반사.
스타벅스(Starbucks)는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일등항해사 ‘스타벅’을 따서 지었다. 그 스타벅이 커피를 즐겼다는 게 배경 스토리. 커피를 마시며 항해하는 마린 보이, 그처럼 스타벅스에서도 커피의 바다를 항해하길 바란 건 아닐까.
매드포갈릭(Mad for Garlic)은 이름에 나오는 것처럼 메뉴에 ‘갈릭’(마늘)을 넣어 풍미를 자극한다. 이 경우에는 요리에 들어가는 특정 소재를 강조해 지은 경우고, 마늘을 많이 먹는 이탈리아 요리나 한국형 패밀리 레스토랑이 연상되어 관련 고객을 끌어당기는 효과가 있다.
마르쉐(Marche)는 불어로 ‘시장’이다. 뷔페형 레스토랑 안에서 시장에서 장보듯 고객이 여러 메뉴를 살피며 돌아다니다 원하는 메뉴를 집어 들고 주문지에 체크하며 주문한다. 이는 시장과 닮은 내부 서비스 절차를 이름으로 표현한 경우.
계절밥상도 마찬가지. 그때그때 싱싱하거나 제철 음식으로 시즌 메뉴를 바꾸는데, 그 메뉴구성 방식을 이름으로 썼다.
내 이름을 건 자신감, 창업자 이름을 딴 경우
창업자의 이름을 따서 회사명을 정한 경우. FORD
창업자 이름을 넣어 짓는 경우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꽤 많다. 보통 한 분야에 특화된 장인이나 의사, 변호사 등 전문가 집단에서 많이 하는데, 그와는 달리 특이하게 한국에선 자녀의 이름을 넣어 비슷한 연령대 고객에게 어필하는 경우도 많다.
창업자명 회사는 페라리(이탈리아 엔초 페라리), 포드(미국 헨리 포드), 지멘스(독일 에른스트 베르너 폰 지멘스), HP(미국 ‘휴렛’과 ‘팩커드’ 집안 공동), 맥도날드(미국 딕 맥도날드, 마크 맥도날드 형제, 프랜차이즈화는 레이 크록) 등 다수.
한국도 많다. 박준뷰티랩(미장원), 김영모제과점(제빵), 박홍근홈패션(패브릭), 한경희생활과학(생활가전) 등이 그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개인병원들을 보면 개업의사의 이름을 따서 ‘~내과’, ‘~소아과’, ‘~치과’ 등으로 차린 경우가 많다. 동네 병원으로서, 또한 오랜 기간 수련한 전문가로서 자기 스스로를 브랜드로 내세운 경우다. ‘OOO 변호사 사무실’, ‘XXX세무사무소’ 등도 마찬가지.
<순희네 분식>과 같은 순희인지는 모르겠다. 서울 광장시장 유명 맛집인 <순희네 빈대떡>. 그 순희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용 제품까지 출시했다. (위 사진 출처 = 경향신문)
동네 가게를 살펴보면 ‘순희네 분식’, ‘철수네 반찬가게’ 등처럼 자녀 이름을 쓰는 경우도 많다. 외국에선 잘 못 보는 경우인데, 한국 특유의 가족과 정을 강조하는 이름들일 수도 있고 그 또한 마케팅일 수 있다.
분식점이나 반찬가게는 흔히 주부나 아니면 주부 엄마를 둔 아이들이 하교하면서 들른다. 그 엄마나 아이들이 보다 친근감을 느끼게 그 또래 자녀가 있는 경우 아이들 이름으로 가게이름을 짓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나도 똑같은 학부모’라는 걸 강조함으로써 동질감을 주는 건데, 정에 약한 한국 문화에선 특히 동네장사에서 많이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근 주목되는 건 농산물 분야다. 예전엔 그냥 무안양배추, 상주곶감, 영주사과 등 지역명과 품종을 단순 결합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것이 법인 형태의 농업협동조합들이 들어서고, 마케팅 개념이 들어가면서 농산품 또한 보다 유기농이나 친환경 등 건강을 강조한 제품 이름들이 다채롭게 등장하고 있다.
‘물 없이 갈아서 만든 순수 양배추즙’(재료, 제조과정), ‘햇살담은 송고버섯’, ‘하늘이 내린 면두부’, ‘산들바람 블루베리’, ‘산 너머 감’ 등 자연과 환경을 강조한 이름들이 하나 둘 나오는 추세. 아직은 그런 이름들이 대세는 아니고 초기 이름들도 구성 제품과 만드는 방법 등에 초점을 두었지만, 곧 농업이 본격 산업화가 되면 썬키스트, 제스프리 같은 협동조합 이름으로도 신뢰받는 농산물 브랜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가게 이름, 팔려는 제품과 소비자에게 잘 맞아야
멋들어진 카페 앞 간판. 저 위에 어떤 이름을 얹을 지는 오로지 당신의 몫이다. 당신이 창업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품 이름은 정말 유형도 많고 어떤 한가지만을 고집하라 말하기도 애매하다. 그런 점에서 결국 잣대는 소비자 관점이 될 수밖에 없다. 내가 목표로 하는 소비자가 혹하거나 좋아할 만한 이름, 이들이 찾는 제품과 서비스를 대놓고 드러내거나 강조하고, 또는 열망하는 무드나 분위기를 담는 건 확실히 초기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여우사이”(여기서 우리 사랑을 이야기하자),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카페) 등 쉽게 말해 ‘예쁜 이름’은 나중에 익숙해지면 좋아할 수도 있지만 사실 처음에는 한번 듣고서는 뭘 하는 곳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당장 초기 인지도를 생각하면 사전 홍보작업이 필요하므로 홍보전략 측면에서 한번쯤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이름은 한번 듣고 기억하기 좋은 거라 생각한다. 여기에 그 가게가 뭐하는 곳인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제품명이나 서비스 속성이 함께 결부되면 가장 좋다.
또 하나. 앞서 말하고는 다소 어긋날 수 있지만 이름은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내가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한다.
아이 이름과 마찬가지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 짓지만, 결국 마지막에 이름을 결정하는 건 그 부모다.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서 자신이 먼저 세상을 뜰 때까지 아이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다. 그 축복과 사랑을 담은 게 바로 자녀의 이름. 그처럼 내 비즈니스 또한 내가 떠나기 전에는 놓지 않는다. 소비자 관점을 존중하되, 결국 최종 결정은 내가 가장 애착을 가질, 사랑할 만한 이름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름, 브랜드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
여기까지 왔으면 모두 이제 생각하는 이름 한두 가지는 생겼을 것이다. 그럼 자신만의 ‘브랜드’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땡! 절대 아니다. 흔히 ‘브랜드 = 이름’이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브랜드는 텍스트로 만들어진 명칭과 그를 표현하는 방식인 비주얼의 조합이다. 여기에 자신만의 독특한 비즈니스 철학과 사업해 나가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듬뿍 받아야 비로소 ‘브랜드’를 만드는 ‘브랜딩’ 작업이 진행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화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거창해보이지만, 지금까지 글 봐서 알듯이 어렵지 않다. 어려운 건 잘 모르고, 설명하지도 못한다. 실전, 현장에서 쓰이는 개념을 풀뿐이다.
자, 이제 오늘은 거의 끝났다. 밤도 깊었다. 글을 읽으면서 가게 이름 하나에만 골몰하신 분들 많을 것이다. 불끄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름 하나만 부르고 하루를 마무리하자.
바로 내 이름. 평생 나를 떠나지 않는 건 나 스스로 뿐이다. 역설적으로 그 이름을 불러본 적은 드물 것이다. 눈앞 거울보고 한마디 하자. “OOO, 사랑한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